헌집과 낡은 사랑은 마음이 편하다

2009. 5. 23. 00:16부동산 정보 자료실

 

헌집과 낡은 사랑은 마음이 편하다
모든 존재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모든 존재는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습니다(唯心). 마음을 떠나서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봐야 하겠네요. 고대광실(高臺廣室) 좋은 집에 살아도 마음이 편치 않게 되면 불편한 마음은 곧 병으로 이어지게 된다 하더군요. 그래서 이 세상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하게 되나 봅니다.


새집에서도 살아봤고 헌집에서도 살아봤습니다만 입주 당시 기분은 새집이 더 좋았다는 기억이 납니다. 그러나 새집냄새 물씬 풍기는 그러한 분위기 보다는 사람의 손때가 살짝 묻은 그런 집에 더 정감이 가더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새로 사귄 친구보다 예전친구가 더 좋듯이 10년이 됐어도 이제 1-2년 된 듯 깨끗한 헌집을 눈여겨보심이 어떨는지요. 우선 가격 면에서 신규아파트의 절반 값이 될 것입니다. 대출받아 신규아파트로 가느니 빚 없이 헌 아파트로 가게 되면 마음이 편하게 될 것이고 요즘은 기존아파트 값이 많이 내려 자금에 부담이 덜 할 것입니다.

기존 아파트는 우선 정감이 있습니다. 낯설지도 않고 20년이나 30년을 같이 살아온 부부처럼 마음이 편해집니다. 이미 정돈된 아파트 단지에 피어있는 민들레꽃부터가 오래된 친구처럼 대해주고 있으니까요,

나이든 부부는 애틋한 사랑은 없어도 믿음과 깊은 정이 숨어 있어서 마음이 편하고 서로가 눈치로 통(通)한다는 말이 어울리겠지요. 그러기에 한 사람이 먼저 죽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은 짝 잃은 기러기가 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따라 죽게 되는 것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남자가 먼저 죽게 되면 돈을 얼마나 벌어놓고 죽었느냐 물어보고, 여자가 먼저 죽게 되면 남자는 화장실에서 빙그레 웃는다고 합니다만 새사람 만나는 일은 새집에 들어가는 기분일 뿐이고 마음이 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부동산칼럼의 재담꾼으로 소문난 윤정웅 교수가 오늘은 헌집 얘기를 들고 나오면서 낡은 사랑타령까지 끌어내고 있으니 이 칼럼 끝날 때까지 여러분들 실컷 웃어야 할 것 같습니다. 배꼽부터 단단히 잡으심이 옳다고 봅니다. 나중에 내 배꼽이 도망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수 없으니까요.

헌집도 헌집 나름

필자가 헌집이라고 보는 기존주택은 입주한지 5년에서 10년 정도 되는 집을 말하는 것입니다. 입주한지 20년 정도 되는 집은 하수관이나 수도관에 문제가 있어 리모델링을 하기 전엔 늘 이곳저곳에서 새로운 하자가 발생하여 속을 썩이게 되는 것입니다. 평면 자체도 그렇고,

우선 기존 주택은 학군이나 교통망 등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이미 생활기반이 잡혀있는 동네이기 때문에 사는데 불편함이 없다는 뜻이 되겠네요. 더구나 금융위기로 집값까지 반 토막이 되었으니 금상첨화가 아닐는지요. 필자의 동네에도 그런 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2000년대 초에 입주한 주택이라면 안성맞춤이 될 것입니다. 그런 집을 적당한 값에 사서 도배라도 하고 입주하시면 새집 기분이 나게 되겠지요. 남이 살던 집 도배도 하지 않고 들어가서 사는 일은 씻지도 않은 사람과 동침하는 거나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볼 일이니까,

세대수가 아주 작거나 영세업체가 지은 볼품없는 아파트, 단지구성이 형편없는 아파트는 집안에 바퀴벌레만 우글거릴 뿐 영양가 없는 콩깍지가 되어 시세차익을 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 주택에 들어가는 일은 개구리가 물통에 빠진 격이 되어 나올 수 없게 된다는 비유가 이해하시기에 편하실 것 같습니다.

신규분양아파트는 분양가가 싸다고 하는 곳도 그 가격은 인근 기존 아파트보다 30-40%정도 비싸다는 사실을 여러분들께서도 느끼셨을 것입니다. 늘 두고 쓰는 말로 부족한 돈은 대출로 막는다고 하는데 빚내서 새 옷 입고 마음 상하는 일보다는 헌옷 잘 세탁해 입고 밝고 명랑하게 사시는 게 백 번 옳다고 봅니다.

비록 낡았어도 나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랑- 먼저 살다간 사람의 손때가 이곳저곳에 묻어있는 오래되지 않은 헌집- 어딘지 모르게 나를 편하게 해주는 것들이 아닐는지요. 앞으로 경제가 회복되어 실물경기가 상승세를 타게 되면 이런 주택부터 가격이 오르게 될 것입니다.

세월 속에서 낡아지는 것들

봄이 오면 이강산 낙화유수라 하고 가슴이 울렁거리면 이팔청춘이라고 하지만 신규아파트 헌집 되듯 눈 깜짝할 사이에 인생도 늙어지고 인생이 늙어지면 사랑도 낡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새집일 것 같고 언제까지나 이팔청춘일 것 같지만 그리되지 아니하기 때문에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하지 않던가요.

우리들은 젊었을 때 몸으로 통(通)했었고, 나이 들어서는 마음으로 통(通)하고 있습니다. 새집에서는 기분으로 살고 헌집에서는 정으로 산다는 표현이 옳을지 모르겠네요. 언제나 사람은 세월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공부도 때가 있듯이 돈을 버는 일도 다 때가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 내 집 마련을 하시거나 갈아타실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께서는 고가 분양의 신규아파트 보다 좋은 지역에 있는 기존의 좋은 아파트를 매수하심이 옳다고 봅니다.

새집이나 헌집이나 집을 마련하는 일이 물론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요즘은 결혼과 더불어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고 하지 않던가요. 신규청약만을 목적으로 자꾸 세월을 빗겨 갈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앞으로 인프레 때문에 액면은 더욱 높아지게 될 테니까요.

임대주택, 보금자리주택 등 이름은 많지만 살만한 집 한 채 마련해 보려고 썩은 새끼줄에 목을 메어놓은 체 오늘도 분양현장을 헤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너무 멀리 보시지 말고 가까운 곳에서 찾으시라는 주문을 드리고 싶네요.

싼 곳은 청약을 해봐도 낙동강 오리알이고 비싼 곳은 총알이 없어서 헛물만 켜다가 돌아서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전생에 집하고 무슨 원수가 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새 집도 몇 년이 지나면 헌집이 되고 사람도 세월 속에서 녹이 슬게 됩니다. 녹이 슬게 되면 사랑은 낡아지지만 끈적끈적한 정은 가을밤 깊어지듯 더 깊어진다지요. 헌집도 내 몸을 묻고 살다보면 정이 들고 마음이 편해진다는 권유가 결코 억지는 아닐 것입니다.

마음이 편하려면

이제 주택으로 큰돈을 버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신규아파트면 어떻고 헌집이면 어떻습니까. 사놓으면 오른다는 확인도장은 그만 한강물에 던져 버리시고 이웃동네 좋은 아파트에 고개를 살며시 내밀고 마음에 드는 주택 한 채를 먼저 짊어지심이 옳다고 봅니다.

마음이 편하려면 60%대출 받아 신규아파트에 입주하지 마시고 20%대출 받고 기존 주택에 입주하시라는 부탁을 드립니다. 물론 부동산이 상승기에 접어들면 신규주택의 시세상승폭이 높긴 합니다만 투자금에 비하면 큰 차이는 없다는 계산도 늘 나오고 있으니까요.

마음 편히 사는 것보다 더한 행복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막힘없이 흐르는 냇물도 없고, 매듭 없이 지나온 인생도 없겠지만 주택으로 인해 마음 상하는 일이 없기를 원합니다. 무리해서 주택에 투자해놓고 가족 간에, 이웃 간에 사랑이 두절된 일들을 여러 번 봐왔기 때문입니다.

심지어는 빚에 쪼들려 위장 이혼을 한 사람도 있고 집 여러 채가 동시에 경매에 이르게 되므로 인하여 당장 나갈 곳을 잃은 사람도 있더군요. 왕창 대출받아 좋은 새집 입주해봤자 3개월도 지나지 않아 은행에서 독촉장 받게 되면 저절로 후회와 한숨이 나오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해서 미분양 아파트를 잡는 일은 좋은 일이겠지만 초기에 자금 부담이 적다고 대책 없이 덜렁 잡아 두는 일도 더러 있더군요. 결국 입주 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계약금 떼이고 은행이자까지 물어내면서 큰 손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헌집에는 사람의 때가 묻어있는 정이 있고 우리들에게는 낡은 사랑이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비록 아등바등 살아갈지라도 낡은 사랑만은 우리들의 삶을 이어주는 영원한 심줄이 될 것입니다. 욕심을 잠시 내려놓으십시오. 고대광실 좋은 집에서 돈 걱정을 하시며 사시겠습니까? 작아도 정든 헌집에서 웃으며 사시겠습니까?

수원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부동산학. 생활법률학)
윤정웅 내 집 마련 투자연구소
내 생애 좋은 집 갖기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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