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헌터,비지니스 파트너

2009. 5. 26. 16:39분야별 성공 스토리

홍콩 금융계 헤드헌터 [중앙일보]

‘천리안’ 가진 그들, 기업 먹여 살릴 인재를 찾는다

 

 

 

하미사 김종국 대표,고&후다트 고대석 대표,플러스 파트너스 이승화 대표

 

세계가 불황이다. 곳곳에서 감원 태풍이다. 그런데 이를 내심 반기는 이들이 있다. 인재를 찾는 헤드헌터다. 해고돼 거리로 나오는 인재도 관심이지만 회사에 남아 있는 인재에 더 눈독을 들인다. 이 혹독한 불황을 이겨냈다는 건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앞으로 몸값이 더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만 풀리면 헤드헌팅 업계에 훈풍이 불 거라는 기대감도 커진다.

이들에겐 사명감이 있다. 한 사람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는 건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인재론이다. 헤드헌터들의 믿음이자 신앙은 이거다. “한 명의 뛰어난 헤드헌터가 기업을 살리고 임직원들의 행복을 보장한다.” 인재를 적재적소에 소개하는 게 바로 기업을 살리는 첩경이라는 것이다. 홍콩에는 한국인 헤드헌터 3인방이 있다. 고&후다트(huthart.com)의 고대석 대표, 플러스 파트너스(plus-partners.com)의 이승화 대표, 그리고 하미사의 김종국 대표가 그들이다. 주로 금융계 인재를 발굴하고 적재적소에 소개하는데, 한국 금융산업을 배후에서 후원하고 꿰뚫는 금융 전문가들이기도 하다. 최근 이들을 통해 헤드헌터 세계를 접해 봤다. 이들은 하나같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최고의 직업”이라며 국내 젊은이들의 도전을 바랐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가족뿐만 아니라 술버릇도 알고 있어야

헤드헌터의 영어 공식 이름은 executive searcher다. 최고 인재를 찾는다는 의미다. 헤드헌터가 되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다. 고 대표는 먼저 ‘사소함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그에겐 홍콩에서 내로라하는 금융 인재 파일이 있다. 10만 명쯤 되는데 이 중 집중 관리 대상은 1000명 정도다. 홍콩과 한국, 그리고 아시아 전역에 인재를 소개하는데 이들이 아시아 금융계를 쥐락펴락한다. 이들의 마음을 얻는 고 대표의 노하우는 이렇다.

“우선 인재다 싶으면 그의 신상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이 파악합니다. 기본 이력은 물론이고 지인과 친구, 여기에 가족의 생일이나 성격까지 챙기지요. 또 인재의 사소한 술버릇에 취미까지 파악합니다. 그래야 그를 적재적소에 소개하고 계약에 성공할 수 있어요.”

이런 고 대표에게도 쓰라린 실패담이 있다. 지난해 한국에 있는 금융 인재 한 명을 홍콩 은행으로 데려오기 위해 협상을 벌여 계약까지 했는데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했다. 그의 부인이 홍콩 생활을 반대해서다. 영입 대상 인재가 부인의 말을 존중하고 부인은 홍콩 생활에 부정적이라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결과였다. 사소함이 계약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실례다. 그래서 고 대표는 헤드헌터라는 직업은 “너무나 변수가 많아 어렵고, 그만큼 매력도 있다”고 단언한다.

성격은 반드시 외향적이어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판단하고 소개해야 하다는 직종이어서 그렇다. 상대의 호감을 갖지 못하는 헤드헌터는 성공하기 힘들다. 분석력과 숫자 개념도 뛰어나야 한다. 수요자가 요구하는 스펙에 맞는 인재를 고르려면 분석이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재에 대한 판단력은 거의 관상쟁이 수준을 요한다. 아무리 객관적 조건이 훌륭해도 적당한 자리를 찾아주지 못하면 낭패다. 영어는 기본이다. 그러나 영어가 단순히 의사소통 수준이 아니고 협상에서 수요자와 인재를 동시에 설득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한다.



자신이 먼저 헤드헌터 고객이 돼라

홍콩 3인방이 처음부터 이 직종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다. 금융계에서 스스로 능력을 키우다 보니 헤드헌터들의 관심을 받은 게 헤드헌터가 되는 계기가 됐다.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전공한 고 대표는 JP 모건의 계열사인 베어스트림스 홍콩(Bear Streams Hong Kong)과 소시에테 제너럴, 대한항공의 합작사인 한국-프랑스 뱅킹사, 금호 머천트 뱅크 등에서 20년 동안 금융인으로 일했다. 당연히 홍콩에서 헤드헌터의 관리 대상 인재였고, 그게 바로 오늘의 그를 만들었다. 평소 그의 실적과 개성을 눈여겨보던 세계적 헤드헌터사인 후다트가 2000년 그의 영입을 제의했다. 금융계의 인맥과 외향적 성격, 분석력, 그리고 사소함에 대한 배려를 높이 산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 인재가 되지 않으면 헤드헌터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경영학도였던 김 대표는 기아차 기획실에서 근무하다 좀 더 도전적인 직업을 찾기 위해 헤드헌터사인 타오코리아(Tao Korea)에 의뢰했다. 그러나 그를 인터뷰한 회사 간부가 그에게 헤드헌터를 권했다. 호감을 갖게 하는 외모에 외향적 성격, 분석력, 그리고 뛰어난 영어 실력에 반해서다. 1996년 홍콩지사로 발령받았을 당시 그는 한국인 최초의 홍콩 헤드헌터였다. 이제 그는 13년의 베테랑 헤드헌터가 됐다.

러시아어 전공자인 이 대표는 직종을 네 번이나 바꾼 다양한 인생 경험이 자산이다. 첫 직장은 호텔리어였다. 이어 식당과 기업금융, 그리고 마지막에 헤드헌터에 정착했다. 그 역시 자산운영사인 영국의 비저스 코리아 등 금융계에서 9년 동안 일하다 홍콩의 헤드헌터 눈에 들어 직업을 바꿨다. 지난 7년간 그가 소개한 인재만 120명이 넘는다. 그는 “다양한 직종을 경험하다 보니 인재 찾는 눈이 열렸다. 일이 어렵고 까다롭지만 아주 보람 있는 직업”이라고 단언했다.

투자은행의 직급은 보통 애널리스트(analyst) -부장(associate)-이사(vice president)-상무(director)-전무(managing director) 단계를 거친다. 헤드헌터가 눈독을 들이는 급은 바로 이사급 이상이다. 금융권에서 가장 많이 찾는 인재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망한 애널리스트에 대한 관리도 필수다. 처음부터 헤드헌터에 관심을 가진다면 곧바로 지원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외향적이고 긍정적이며 실패를 즐길 줄 아는 젊은이를 환영한다”고 말했다. 고 대표는 “최근 회사에서 신입사원 두 명을 채용했는데 둘 다 기억력과 언변, 서글서글한 외모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인재를 발굴하는 리서처 업무부터 담당한다. 잠재력 있는 인재에게 전화해 신상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전화 매너부터 배운다. 이 대표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할 줄 아는 가치관, 목표를 지향하는 의지력, 확고한 신념”을 선발 조건으로 꼽았다.

고객 회사 인사 풀 꿰뚫고 있어

헤드헌터를 한국에선 서비스 파트너라 여긴다. 수요자에게 인재를 공급하는 서비스 업종의 일부로 의미를 축소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헤드헌터가 비즈니스 파트너다. 이유는 간단하다. 헤드헌터가 소개한 인재 한 명이 회사를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홍콩의 웬만한 금융사의 내부 사정과 인간관계, 그리고 그 회사의 중견 간부급 이상 인재 풀을 꿰고 있다. 사실상 특정 회사의 인사 기밀을 알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가끔은 금융사에서 특정 인물의 실적이 나쁘거나 인화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빼달라고 부탁까지 한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경영 파트너 수준이다.

소개한 인재에 대한 부담도 크다. 그의 실적이 좋지 않으면 책임을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개한 인재가 6개월 내 사직하면 무료로 다른 인재를 찾아줘야 하는 게 업계 불문율이다.

엄격한 윤리의식도 필수다. 고객사의 기밀을 누설하지도, 악용하지도 않아야 하는 도덕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 때문에 헤드헌터들은 자신이 소개한 인재를 1년 이내에 다른 곳에 소개하지 않는다. 동시에 계약한 회사의 인재도 1년 내에 다른 곳으로 빼내지 않는다는 조건도 지켜야 한다. 물론 개인이 자발적으로 이직을 요구하는 경우는 예외다. 또 수요자에게 인재 이력서를 먼저 제출하는 헤드헌터가 협상의 우선권을 갖는다. 이는 헤드헌터 간 직업윤리다. 고객사도 먼저 이력서를 제출한 헤드헌터와 협상하는 것이 관례로 돼 있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인재시장에 혼란이 오기 때문에 예외 없이 지킨다.

헤드헌터 수수료는 소개한 인재 연봉의 25%

헤드헌터의 수입은 적지 않다. 소개한 인재 연봉의 25% 정도를 받는다. 연봉은 대략 네 가지로 이뤄진다. 기본급(basic salary)과 확정 보너스(guaranteed bonus), 계약 보너스(signing bonus), 그리고 실적 보너스(performance bonus)다. 헤드헌터의 커미션은 이들 4개 항목 총액의 4분의 1을 받는다. 따라서 소개한 인재의 실적이 늘면 그만큼 수입도 늘어난다. 헤드헌터들이 좋은 인재, 즉 대물을 낚으려고 하는 이유다. 그들은 20만 달러 이상의 수수료를 보장하는 대물을 코끼리 혹은 고릴라라는 은어로 부른다.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 인터뷰 훈련도 해야 하는 게 헤드헌터의 세계다. 기업 입장에서는 더 우수한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강도 높은 인터뷰를 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금융사는 인재를 채용할 때 120~200개 정도의 질문을 던져 실력을 검증한다. 거짓말이나 과장은 생각하기 힘들다. 따라서 헤드헌터들은 인터뷰를 통과시키기 위해 인재들에게 몇 가지 인터뷰 팁을 준다. 예컨대 인터뷰 때 ‘기본적으로(basically)’ ‘대략(roughly)’ ‘아마도(maybe)’ 같은 불확실한 단어 사용은 금기시하도록 한다. 자신감 결여에 거짓말 의혹까지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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