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상품비교전시회
2009. 6. 3. 23:25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요지경 세상 |
◆…지난 달 27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에서 위조상품 비교전시회가 열렸다. 관세청이 주최한 이번 전시회는 62개의 국내외 유명브랜드가 참여했으며 약 2만여명의 사람이 방문했다. 27일부터 사흘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위조상품 비교전시회' 방문기 지난달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 '위조상품 비교전시회'를 찾은 기자는 구찌, 로렉스 등 세계의 유명 메이커인 고급시계들로 만든 '커다란 탑'모양의 모형물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저 시계탑에 걸려있는 시계들을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기자의 그런 생각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그 조형물에 걸린 시계들은 모두 가짜, 일명 '짝퉁'이었다. 이번 '위조상품 비교전시회'는 지난달 27일부터 29일까지 3일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 1층에서 열렸고, 현대모비스 롯데칠성 루이비통 구찌 버버리 샤넬 나이키 아디다스 로렉스 등 62개의 국내외 유명브랜드가 참여했다. 3일간 전시회를 찾은 방문객은 무려 2만여명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코엑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커다란 시계모형이었다. 전시회를 방문한 사람들이 이 상징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시계모형은 인천, 대구, 광주 등 전국세관에서 모은 1500개의 위조상품으로 만든 것. 또 모형아래엔 2000개의 위조상품이 깔려있었다. 이는 위조상품으로 발생하는 폐해의 심각성을 나타내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손성수 관세청 조사총괄과 사무관은 "171개국의 관세청이 소속된 세계관세기구(WCO)의 발표에 따르면 세계 교역량의 6%가 위조상품"이라며 "이를 기준으로 우리나라가 위조상품으로 받은 타격을 계산하면 2008년을 기준으로 대략 32조원의 손해를 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전시회는 "진품과 위조상품을 비교전시함으로써 국민들에게 식별방법을 홍보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소비자가 속아서 위조상품을 진품으로 사는 사례를 예방할 수 있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지식재산 산업의 피해사례를 통해 위조상품 사용에 의한 폐해를 막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머, 너무 똑같이 생겼다 = "진품과 위조상품이라고 쓰여진 팻말을 바꿔 놓으면 사람들이 알까요?" "모르지 않을까 싶은데... 지금도 위조상품이라고 쓰여진 상품이 더 예쁘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상징조형물을 지나자 눈에 익은 브랜드가 위조상품과 진품을 비교전시하고 있었다. 2009년 4월 현재 관세청의 지식재산권침해사범 단속실적에 따르면 188건 중 상표사범이 159건으로 약 84%에 이른다. 이외에 저작권 사범은 17건, 컴퓨터프로그램 위반사범은 9건, 기타사범은 6건 등에 이른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위조상품과 진품 2만여점이 비교전시됐다. 샤넬부스로 들어갔다. 부스 직원은 "위조상품이란 사실을 알고 제품을 구입하는 상황에서는 위조상품으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그녀는 이어 "진품과 위조상품의 가격차가 크다"며 "밀수를 통해 들여온 위조상품이 진짜상품처럼 팔리면 소비자 피해가 크다"고 말했다. 벽에는 샤넬 선글라스의 위조상품 식별방법이 전시돼 있었다. "진품은 다리 연결부분이 일자 안경알과 맞물린 부분의 접합상태가 꼼꼼하고 오른쪽 다리에 chanel마크가 있고 C자가 둥글다. 왼쪽다리에는 원산지, 상품번호표시가 있고 별도로 사용설명서가 있다. 위조품은 다리연결부분 나사모양이 십자, 맞물린 접합 상태가 엉성하다. 모든 글과 표시가 조잡하다"는 내용. 식별방법을 보면서 하나하나 꼼꼼히 진품과 위조상품을 비교, 차이점을 확인해 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곧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식별방법에 말한 '조잡하다'는 것이 도대체 어떤 의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른 부스에도 마찬가지다. 위조상품 식별방법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조잡하다'였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특징은 진품과 위조상품을 함께 전시함으로 직접 비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은 육안으로 쉽게 구분하기 어려운 진품과 위조상품. MLB부스에 전시된 초록색의 모자 2개를 이리저리 살펴보면서 '뭐가 조잡하다는 것이지'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기자의 눈에는 약간의 색깔 차만 있을 뿐 비슷해 보였다. 기자를 바라보고 있던 직원이 말을 걸어왔다. "뭔가 진품이고 위조품인지 구분 가능하시겠어요?" "왠지 이게 더 엉성해 보이긴 하는데요. 지금은 두 개를 비교해 볼 수 있으니깐 진품인지 위조품인지 알 수 있는 것 같은데 하나만 있으면 뭐가 진품이고 위조상품인지 구별하지 못할 것 같아요." "그렇죠. 제가 다른 점을 알려 드릴게요. 뒤집어 보시면 꼭지단추가 있잖아요. 진품은 MLB라고 새겨져있고요. 위조상품엔 없어요. 박음질처리도 진품은 깔끔하게 되어 있지만 위조상품은 단가를 낮추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은 신경을 안 썼죠. 그리고 진품은 라벨부분에 도장이 찍혀져 있는데 위조상품은 도장이 안 찍혀있죠. 마지막으로 진품은 태그(tag)부분에 시리얼번호가 적힌 홀로그램이 붙어있는데 위조상품은 택에 홀로그램이 붙어있지 않아요." 자세하고 명확한 설명에 놀라고 있는데 알고 보니 관세청 직원이었다. 현장에서 진품과 위조품을 구분하기에 '조잡하다'는 애매한 기준보다는 명확한 기준을 세워놓은 것. 코엑스를 지나가다 재밌을 것 같아 구경하게 됐다는 한 대학생은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줘서 실제로 가지고 있는 상품 중 3개가 위조상품인 것을 오늘 알게 됐다"며 "굉장히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위조 상품 전시회를 통해 위조상품 식별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일반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이러한 구분기준을 알게 된 위조상품 제조업자들도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또 다른 위조상품을 만들지 않겠냐"고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조상품을 반납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에게 상품을 증정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이외에도 진품찾기 행사, 퀴즈풀기 등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해 방문객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뭐?…의식의 변화 = "자신이 가지고 있는 위조상품을 반납하겠다고 신청하신 분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 주세요." 한참 전시회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스피커를 통해 안내방송이 나왔다.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3시 30분. 이번 전시회가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 중 하나인 '위조상품 자진반납' 행사였다. 준비된 무대 위엔 세 명의 시민이 올라왔다. 행사의 진행자는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질문을 던졌다. "위조상품인 것을 알고 구입하셨나요?" "네. 저렴한 가격에 넘어가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셔서 위조상품을 반납하셨군요. 여러분, 이 분의 용기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관세청은 이들에게 감사패와 상품을 수여했다. 실제로 위조상품인 것을 모르고 구입하는 사람보다 위조상품인 것을 알고 구입하는 사람이 더 많다. 심지어 특정품목은 일부러 위조상품만을 사용하기도 한다. 백인옥 저작권보호센터 기획홍보팀 대리는 "실제로 음악 영상 출판 분야의 경우 위조상품인 것을 모르고 구입한 경우보다는 알면서도 위조상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더 많다"며 "정품의 우수성과 불법복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등 지속적인 예방 홍보활동을 통해 저작권보호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닌텐도 관계자도 "R4, DSTT 등과 같은 불법 기기의 판매 및 사용이 근절되지 않으면, 적정 연령이 아닌 연령층에 장려되지 않는 소프트웨어가 간단히 다운로드 돼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들이 정품 구매에 대한 바른 인식을 가지고 정품을 구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인식의 변화를 촉구했다. 실제로 짝퉁으로 인해 국가이미지는 크게 실추된 상태. 비록 금년도 4월에 우리나라가 미 무역대표부(USTR) 지식재산권 감시대상국(Watch List)에서 제외됐지만 이미 나라의 이미지는 훼손돼 국제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또 짝퉁은 지적재산권이 있는 권리자에게 직접적인 재산상 피해를 줄 뿐만 아니 창작의욕과 기업인의 생산 활동 의지를 꺾기도 한다. 이번 전시회를 둘러본 후 기자는 이처럼 짝퉁의 창궐은 우리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겼다. 또한 가짜계란, 웅담 및 녹용, 원산지 허위표시 농 축산물 등의 먹는 것과 자동차 부품 등 소비자들의 생명에 즉각적으로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히 들었다. |
입력 : 2009.06.01 17:01 수정 : 2009.06.02 08:43 |
조세일보 / 정혜아 기자 hyea0914@jose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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