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정책,현실적으로 시스템 구축해야...

2009. 7. 4. 08:36이슈 뉴스스크랩

서민이 누구지? 겉도는 정책

2009-07-03 오후 12:46:51 게재

정부여당 ‘중산층 이하’ 야당 ‘국민의 99%’
고용유연화 재고 등 분배구조개선 더 급해

서민이 새삼 화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말‘서민배려정책’을 강조하면서부터다. 정부는 발 빠르게 2조원 규모의 서민대책을 내놓으며 이 대통령 ‘서민행보’에 힘을 실었다. 급조한 재탕 삼탕 대책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서민정치’로 국면을 전환 시키는 데는 일단 성공한 모양새다. 서민이란 화두를 선점 당한 야당의 비판 공세가 날카로울수록 정부여당의 ‘서민정책’은 더욱 관심을 끌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주목되는 점은 정부여당이 생각하는 서민의 정의다.
서민이란 용어를 정치적으로는 선점했을지 몰라도 ‘진짜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로 서민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절묘한 타이밍에 꺼내든‘서민배려’카드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만큼 실효성이 있을지, 정치적 구호에 그치는 일회용정책으로 전락하게 될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저속득층, 취약계층에 정책조첨 = 정부여당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등‘통상적으로 중산층 이하’를 서민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경제난으로 중산층에서 탈락하고 있는‘신빈곤층’까지 서민에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책의 초점도 이들에게 맞춰져 있다.
김화동 한나라당 기획재정위 수석전문위원은 “우리 국민들의 상당수가 ''''서민''''이라는 범주에 속해 있고 몇 %, 소득 얼마, 이런 표현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서민의 기준을 따로 정해 놓은 것은 없다”면서 “상식적으로 저소득층, 취약계층을 뜻하며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운영자 등도 염두에 두고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민을 누구로 보느냐하는 점에선 야당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적 입장에 따라 미세한 차이를 보이긴 하지만 중산층 이하를 ‘서민’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한태선 민주당 정책실장은 “정부가 8000만원 이상 근로소득세 혜택을 주면서 이들을 서민이라고 했을 때 쟁점이 됐다”면서 “이 사람들까지 서민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 민주당 측의 의견이었다”면서 “그러나 서민의 정의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서민이라고 하면 보통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들, 농민들, 중소상인들 말한다”면서 “사용자, 즉 회사 상인이나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 고용되어서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우 대변인은 이어 “우리사회가 ‘20:80’으로 보면 80이 서민이고, 이명박 정권이 1%를 위한 정부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99%가 서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선심성 정책'' 경계 = 전문가들은 상류층, 중산층, 빈곤층처럼 소득수준 등 기술적 기준으로 분류해 서민을 구분하는 것은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는 서민정책이 주로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 맞춰져 있는 것도 이런 애매한 기준에서 오는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유사한 타깃층을 대상으로 비슷한 서민대책을 쏟아냈지만 서민생활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근에 내놓은 대책이 재탕이라며 비판받는 이유도 과거 정권전철을 그대로 밟았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를 내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등을 의식한 ‘선심성’ 정책의 단면으로 풀이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때문에 서민정책이 반복되는 실패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대상을 구체화시키는 것은 물론 정책의 혜택이 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은 “800만명에 육박하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게 돈 몇 푼보다 안정된 일자리가 더 중요하다”면서 “그런데 서민위한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만큼 서민혜택은 제한된 경우 많다”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쪽도 살만하냐면 그렇지 않다”고 전제한 뒤 “단적으로 고용유연화 정책의 재고와 같이 서민에게 타격을 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한 보고서에서 엷어져가는 중산층 비중을 확대하고 경제의 건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확충을 통해 중저소득층의 소득 감소를 막아야 하고 △효율적인 복지 정책 운용으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며 △교육 기회의 확대를 통한 계층 상향 이동의 가능성을 열어 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특히 현실성을 반영한 소득세제 개편 등 실효적인 소득 재분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