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스타뉴스 이진성 ]
왜 강남에는 외제차가 많을까.
강남 사는 이들을 흔히 전국민의 1%라고 한다. 그 1%의 얼마는 좋은 차들을 가지고 있다. 강남 가면 제일 눈에 많이 띄는 것 중의 하나가 거리에 가득한 외제차들이다.
그런데 알고 계시는지. 그렇게 외제차,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 중에 절반 이상, 거의 80% 가량이 자기 집이 없다. 멋진 허우대를 하고 다니지만 막상 집으로 돌아가면 불 꺼진 반지하 원룸 빌라에 쓸쓸하게 들어가는 식이다. 물론 열심히 살고 열심히 벌어 당당하게 외제차 타고 다니시는 분들이 있다는 걸 부인하지 않겠다. 문제는 집도 없이 외제차만 타는 이들이 더 많다는 거다.
A라는 사람이 있다. 논현동 빌라에, 보증금이 없어서 월 몇 백만원짜리 방에 살면서 외제차를 굴린다. 주차는 집 창을 열면 바로 보이는 곳에 한다. 휴대전화 보듯이 수시로 차를 본다. 집보다 비싼 차니까. B라는 사람은 그런 집 근처에 차 댈 데가 없어 호텔 주차장에 돈을 내고 주차를 한다. CCTV도 있고 관리를 해 주니까 비싼 돈을 들여서도 차를 거기 맡긴다.
나 역시 20대 시절, 스시바를 열어 장사가 한참 잘 될 때는 외제차를 두 대 끌고 다녔다. 어린 나이였고, 겁도 없었다. 결국 나중엔 가게가 확 망하면서 차도 없어졌지. 지금 와선 아주 나쁜 거라고는 생각 안한다. 어쨌든 내 경험이니까.
생각해보면 그건 남의 눈을 많이 의식해서다. 집이 어떤지 남은 잘 모르지만, 차는 만나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으니까. 남이 안다는 게 중요하다.
사람을 처음 만날 때 겉으로 보이는 게 판단의 7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국산차 타고 다니면 자존심 상하는 일이 가끔 생긴다고도 생각한다. 하물며 백화점 발레 파킹도 비싼 차는 왠지 더 눈에 띄는 곳에 대준다.
여자 만날 때도 마찬가지다. 외제차 타고 3000원짜리 커피 마시면 '사람이 소탈하구나' 생각하지만, 차가 나쁘면 '역시 싼 데만 다니네'가 되는 식이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가진 것 없이 그런 차만 타는 사람들이나 그런 차 타는 남자만 좋아하는 여자들이나 그 놈이 그 놈이다.
그러나 외제차 타느라 한 달 리스비만 400만∼600만원씩 내고, 보증금이 없어 월세 비싼 강남 원룸에 사느라 200만∼300만원씩 내다보면 남는 게 없다. 빚이나 안지면 다행이다. 계속 속이 비는 거다. 그러다 삐끗하면 그 비싼 차 그대로 뺏긴다. 중고차 시장이나 사이트에 리스 못 내 넘어온 외제차가 왜 그리 많겠나.
할부 낼 자신은 없고 리스라도 해서 당장 외제차 타면 그럴 듯 해 보인다. 외제차 탄다고 자기가 업그레이드 된 양 '자뻑'이 되는 거다. 오 노!
<이진성 탤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