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최중혁기자]['서남표식 개혁' 공감대 확산…'과학기술 발전' 염원도]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최근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잇따라 유치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2일 김병호 서전농원 회장(68)은 자수성가해 모은 재산 300억원을 후학 양성에 써달라며 KAIST 발전기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 8월에는 한의학계 원로인 류근철 박사(83)가 전 재산 578억원을 기부해 화제가 됐다. 578억원은 개인 기부금으로는 최고액이다.
이보다 앞선 2007년에는 재미사업가 박병준 박사(75)가 교포 기부금 중 역대 최고액인 1000만달러를 쾌척했다.
지난해 개통된 대학알리미(www.academyinfo.go.kr)에서 '기부금' 현황을 검색해 보면 '0'으로 나오는 대학이 수두룩하다.
반면 KAIST의 기부 실적은 최근 3년 동안 승승장구의 기세다. KAIST의 연간 기부총액은 2005년 7억7900만원에서 서남표 총장이 취임한 2006년 52억1000만원으로 7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
2007년에는 162억9000만원으로 다시 3배 넘게 뛰었고 지난해에는 류근철 박사의 기부에 힘입어 667억원까지 올랐다. 올해도 김병호 회장의 300억원 기부를 포함해 345억6000만원을 기록 중이다. 이 정도면 연세대, 고려대 등 전통적으로 기부금 유치에 강한 종합 사립대에도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KAIST에 이처럼 기부금이 몰리는 까닭은 뭘까.
우선 서남표 총장의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많은 업적을 이룩한 서 총장은 2006년 7월 KAIST 총장에 취임한 이후 체질 개선에 적극 나섰다.
정년보장 대상 교수들을 무더기로 탈락시켜 교수 사회를 바짝 긴장시키는가 하면, 연구업적이 우수한 교수에게는 파격적인 대우로 기를 살려줬다. 영어강의 전면 도입, 성적에 따른 장학금 차등 지급, 인성중심의 입시전형 도입 등 고리타분한 대학사회에 잇따라 신선한 바람을 몰고오기도 했다.
오랜 세월 그 누구도 쉽게 바꾸지 못했던 대학사회의 '철밥통' 이미지를 짧은 시간에 확 바꿔놓자 KAIST를 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류근철 박사는 "세계 최고 대학을 향한 카이스트의 비전과 교직원, 학생들의 열정에 매료됐다"고 기부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서 총장 본인의 솔선수범도 기부금 유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인촌상 수상금 1억원 등 각종 학술상 부상, 강연료 등을 거의 전부 학교 발전기금으로 기부하고 있다.
이 같은 솔선수범은 동창회, 학부모 등에도 널리 퍼져 소액 기부금도 눈에 띄게 늘어나는 추세다. KAIST 기부 건수는 2005년 398건에 불과했지만 2006년 566건, 2007년 2072건, 2008년 2340건으로 수직 상승했다. 올해도 이미 1973건을 기록 중이다.
김철환 KAIST 발전재단 팀장은 "타 대학과 달리 저희는 이렇다 할 연고가 없는 분들이 기부를 많이 해주고 계신다"며 "총장님의 솔선수범, 세계 최고라는 뚜렷한 목표, 또 그를 향한 구성원들의 개혁 동참 등이 많은 분들께 감동을 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고 없는 기부의 뿌리에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의 염원도 담겨 있다. KAIST에 거액을 기부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로 국민 모두가 잘 살 수 있게 해 달라"는 당부를 한다고 한다. 자원도 풍부하지 않는 나라가 잘 먹고 잘 살려면 과학기술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견해라는 설명이다.
하버드대, 스탠퍼드대 등 미국 명문대들은 한 해 기부금이 5억달러 안팎에 이른다. 서 총장은 "KAIST 정도면 기부금이 1조원은 돼야 한다"며 2012년까지 3000억원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3부 능선도 넘지 못한 KAIST가 정상에 도달하는 순간은 과연 언제쯤일까.
카이스트에 기부금이 몰리는 까닭
2009. 8. 14. 19:13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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