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규모 돈 보따리 푼다

2009. 8. 16. 18:31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2조규모 돈 보따리 푼다
[매일경제] 2009년 08월 16일(일) 오후 05:15 


산업은행기업은행이 주축이 된 설비투자펀드가 다음달 2조원 규모로 출범한다. 우선주나 회사채 등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기업의 설비투자 자금을 지원해 경기회복을 촉진하기 위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일자리 창출과 경기회복을 위한 투자촉진 방안' 중 하나였던 5조원 규모 설비투자펀드 일환으로 다음달부터 우선 2조원 규모 특별 설비투자펀드를 운영한다고 16일 밝혔다.

펀드는 산업은행이 1조4000억원, 기업은행이 6000억원을 출연해 조성하고 설비투자 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해 은행별로 심사를 거쳐 직접 자금을 공급하거나 자산운용사, 증권사의 사모펀드 등에 산은과 기은이 공동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간접 지원 방식을 택할 예정이다.

산은과 기은이 기업에 직접 지원할 때는 수요 기업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해준다. 우선주나 보통주, 장기회사채, 전환사채 등 다양한 금융수단을 활용하고, 필요하다면 대출도 병행한다.

산은 관계자는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요 상황을 봐서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일단 정책금융기관이 나서서 대출 중심으로 지원한 뒤 이후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들의 투자를 받아 펀드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은도 우선 대출 중심으로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설비투자를 원하는 기업들에 금리 할인 등 혜택을 줘서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두 은행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지원 대상을 나눠 역할을 분담한다. 산은은 신성장동력, 인프라스트럭처 구축 등 투자 리스크가 크거나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 힘든 대규모 투자를 중점 지원하고, 기은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 투자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를 통한 간접 지원 시에는 기업 설비투자에 대한 자금 공급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등에 대해 투자자금 중 40%를 특별 설비투자펀드가 담당한다.금융당국은 일단 2조원 규모로 설비투자펀드를 출범한 뒤 향후 추가 자금 조성을 통해 연내 5조원을 채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와 펀드 참여를 협의 중이다.

추경호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설비투자펀드에 10월 설립 예정인 정책금융공사가 참여해 산은 분리에 따른 정책금융 공백 우려를 해소하고 공사와 산은 간 정책금융 공조의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재정투하 여력이 부족해 경기회복을 위한 자금지원 역할을 설비투자펀드에 기대는 것이지만 펀드가 경기회복과 고용창출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LCD 자동차 등 국내 주력산업과 태양전지 등 신성장동력 분야는 신설공장 하나 세우는 데도 수천억 원대 설비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연내 5조원으로 확대한다는 당국의 목표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2조원으로 출발하게 된 것도 기관투자가들이 펀드 참여에 난색을 표하면서 산은, 기은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도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은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되지 않으면 펀드 참여가 힘들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 회복을 낙관할 수 없는 불안요인이 남아 있는 데다 지분출자 형태로 펀드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또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이유가 자금 부족보다는 경기 불확실성이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펀드자금 수요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만원 기자 / 임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