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진파괴' 동네시장(市場), 20% 싸다

2009. 8. 26. 08:4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마진파괴' 동네시장(市場), 20% 싸다



전통시장 vs. 대형마트… 농산물 값 비교했더니

시장 마진율 10%… 마트의 절반 깎아주고 덤까지… 체감가격 낮춰

대형마트 "무형 서비스 고려해야"


최근 대형마트의 SSM(기업형 수퍼마켓) 진출 문제를 둘러싸고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본지가 주요 농산품 가격조사를 벌인 결과, 전통시장이 대형마트보다 가격이 압도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중순, 서울 신당동의 중앙시장, 이마트 동대문점, 홈플러스 용두점을 돌며 매일 식탁에 오르는 농산물을 중심으로 가격 비교를 진행한 결과, 대형마트의 농산품 가격이 평균 20%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에 따라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었다. 조사는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상품은 국산에 한정했으며 용량은 품목에 따라 100g과 1㎏으로 맞췄다. 상품의 품질도 상품(上品)으로 맞췄다.

대형마트들은 이번 가격조사에 대해 "대형마트 상품은 다양한 품질관리 등 '무형의 서비스'가 붙어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 가격 파괴의 힘

'가격 파괴'를 무기로 앞세운 대형마트의 가격이 전통시장보다 더 높은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요인은 '마진(margin)' 차이 때문. 전통시장의 상인들의 경우 1~2일 단위로 가락시장 등 도매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해 온다. 이 과정에서 원가에 붙는 평균 마진율이 10% 정도로 책정된다. 품목에 따라 평균 20%가 붙는 대형마트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시장경영지원센터 상권조사팀 강성한 팀장은 "일부 상인들의 경우엔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마진율을 더 낮춰 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트와 비교했을 때 더 싼 것"이라고 분석했다.

'1대1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전통시장의 특성도 소비자들의 가격 체감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중앙시장에서 만난 주부 손선희(59)씨는 "시장에서 판매가 되는 야채나 과일의 경우엔 거의 대다수 품목이 마트보다 더 싼 것 같다"며 "마트에서 특별 행사를 할 때는 마트 물건을 구입하지만 직접 가격 흥정이 가능하고 덤으로 얹어주는 전통시장을 즐겨 찾는다"고 했다.

'할머니'들의 힘도 가격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 예를 들어 더덕, 버섯 등의 경우 손질된 정도에 따라 특, 상, 중품으로 구분되는데 현장에서 몇십년씩 숙련된 전통시장의 상인들은 자체적으로 농산물을 손질해 중품을 상품으로, 상품을 특품으로 만든다.

서울중앙시장운영회의 정문기 국장은 "전통시장의 경우 상인들이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농산물을 손질해 상품 상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다"며 "마트와 같은 종류의 제품이라도 자연히 품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이 밖에 도매 시장에서 경매를 이끄는 중개 상인들과의 네트워크를 활용, 상품을 경매에 부치기 전 20% 이상 싼 가격에 사오는 '틈새 구매'도 가격을 낮추는 비법이다. 중곡제일시장 농협식품전문점의 백일도 상인은 "가락시장 등 도매 시장에서 몇십년간 거래를 한 중개 상인을 통해 좋은 물건이 들어오면 미리 시세보다 10% 이상 싸게 물건을 사온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무형의 서비스를 제품에 얹었다"

이에 대해 대형마트 측은 "마트의 상품과 전통시장의 상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상품의 경우엔 그 속에 '무형의 서비스'가 붙어 있기 때문에 단순 가격 비교를 하면 비쌀 수밖에 없다"며 "대형마트에 농산물이 들어오면 평균 7~10% 정도의 포장 비용이 들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보관을 하는 데도 큰 비용이 든다"고 했다. 이 밖에 대형마트의 초기 설비 투자 비용, 각종 물류 비용, 인건비 등을 합하면 평균 한 품목당 원가의 18~19%가 마진으로 붙는 셈이다.

이마트 최학묵 청과바이어는 "대형마트는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사과의 경우 당도 12.5브릭스(brix·당의 농도를 측정하는 단위) 이상, 거봉은 15.5브릭스 이상의 제품만을 파는 등 철저한 품질 관리에 매달린다"며 "좋은 상품을 걸러내기 위한 대대적인 시설 투자, 신선도 유지 비용, 100% 환불 보장 등의 서비스 비용 등을 따져 봐야 한다"고 했다.

상품에 따라 마진을 다르게 붙이는 '마진 믹스(margin mix)'도 상품 가격의 일률적인 비교를 어렵게 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행사 상품의 경우 제품에 붙는 마진이 5% 미만으로 때에 따라서는 0%인 경우도 있고, 특히 인기가 많은 제철 과일의 경우엔 대형마트 간 할인 경쟁이 붙기 때문에 마진을 거의 붙이지 않는다"며 "이런 품목의 경우엔 자체 시장 조사 결과 전통시장보다 가격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중소기업연구원 남윤형 박사는 "결국 시설이나 서비스 면에서 대형마트에 뒤질 수밖에 없는 전통시장 상인들은 마진 폭을 획기적으로 낮춰 가격 경쟁력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상대적으로 전통시장이 세금에 대한 부담도 적고, 개인 사업자들이 운영하는 특성상 대량으로 물품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에 물류 비용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가격을 더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김현진 기자 born@chosun.com]

[김도형 인턴기자·고려대학교 한문학과 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