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회고록 출간
2009. 9. 21. 18:06ㆍ베스트셀러 책 신간
노무현 회고록 출간 "나는 교양없는 사람"
[데일리안] 2009년 09월 21일(월) 오후 01:37
[데일리안 김성덕 기자]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 회고록 ‘성공과 좌절’(부제 : 노무현 대통령 못다 쓴 회고록, 도서출판 학고재)이 출간됐다.
회고록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며칠 전까지 집필한 것으로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와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노무현 대통령 육성기록)’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1장 ‘미완의 회고’와 2장 ‘봉하 단상’으로 구성돼 있다. 제2부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네 차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육성기록으로 모두 3장이다.
“정수장학회는 장물… 그 주인이 정권을 잡겠다고 하니”
내용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수장학재단과 박 전 대표의 관련성을 언급하며, 정수장학재단을 “장물”로 규정, 박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정치를 해오면서 줄곧 정수장학재단은 주인에게 되돌려주거나 아니면 사회로 환원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비영리 공익재단이긴 하지만 누가 운영하는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장학재단이 ‘장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돌려주어야 우리 사회의 정의가 실현되고 역사가 바로잡힌다고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왔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목표로 생각해왔습니다. …… ‘과거사 정리라는 것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논리적으로 그 한계를 긋기가 어렵고 또 역사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나가는 데 필요한 만큼 ‘판단이라도 하고 넘어가자, 하다못해 이름표라도 갈아붙이자!’ 하는 그런 것이 역사 정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렇게 장물이 그냥 남아 있고 그 주인이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상황까지 용납하고 받아들이려니 무척 힘이 듭니다.”(제2부 1장,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4·19와 5·16의 기억’, 117쪽)
“김대중은 국보급 지도자… 지역분열 책임은 있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국보급 대접을 받을 만한 지도자입니다. 경력만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얼마 전에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보니, 저자가 ‘세종대왕은 책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써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아주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실 때에는 지금의 방 하나가 완전히 서고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온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제2부 1장,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김대중과 김영삼’, 150쪽)
“나는 교양이 없는 사람… 언어와 태도 충분히 훈련받지 못해”
대통령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으로 인해 쏟아졌던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교양이 없습니다. 저도 대통령이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연습을 하는 것인데, 체질적으로 제가 허리를 잘 굽히는 편이고 윗자리에 앉으면 불안해하고, 말은 위엄 있게, 행동은 기품 있게 할 필요가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았습니다. ……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다른 점에 있어서는 승복하지 않지만 언어와 태도에서 이야기한다면 충분히 훈련받지 못했던 점은 있습니다. 우리 아내가 어디 행사장에 들어갈 때 고개 숙이지 말고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집니다.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참여정부 평가’, 179~180쪽)
“김정일은 북에서 가장 유연하고 대화가 되는 사람”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물평도 눈에 띈다.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가 듣던 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나보니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에 제가 놀란 것은 국정 전반을 아주 소상하게 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개혁이니 개방이니 이런 것에 대해 말하면 자신의 소신과 논리를 아주 분명히 체계적으로 표현하더군요. ……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융통성이 있고, 유연하게 결정들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점에서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남북정상회담’, 204~205쪽)
당시 김 위원장의 체류 연장 돌발요구가 당황스러웠다고 술회한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임기응변으로 받아쳤던 대답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체류연장 제안 자체는 깊이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지요. 회담을 더하자는 말인지, 아니면 회담 이외의 일정을 조금 더 하라는 이야기인지, 이 부분이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핏 물어본 것 같았는데, 그냥 넘어가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그거 결정 못합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또 평소 버릇대로 ‘큰 건 내가 결정해도, 작은 건 내가 결정 못합니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그 답을 두고 상당히 전략적인 대답이라고 해석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노련한 전략적 대답이 아니고, 평소 습관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 정직하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뒤에 보니까 그 대답이 제법 괜찮은 대답이더군요.”(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남북정상회담’, 205쪽)
“이라크 파병,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
이라크 파병은 역사에는 잘못된 선택이지만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역사의 기록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대통령이 역사의 오류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즉 스스로 역사의 오류로 남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이긴 했지만 당시 파병 외교는 아주 효율적인 외교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우리나라 보수진영에서는 적어도 1만 명 이상을 전투병으로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생각이 두 쪽으로 갈려서 1만 명, 적어도 7천 명, 그렇게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참모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안보팀 쪽이겠지요.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 전투병 3천 명을 비전투 임무로 보내게 된 것입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한미관계’, 223쪽)
“탄핵, 고통스럽고 불행한 시기였다고 생각지 않아”
열린우리당은 창당하지 않을 수 없는 정당이었다고 했다.
“탄핵 때는 그야말로 담담하게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매우 고통스럽고 불행한 시기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매일 탄핵을 규탄하고 저를 지지하는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열린우리당은 창당하지 않을 수 없는 정당이었습니다. 지역정당을 벗어나서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적 당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에서 전국정당을 만드는 노력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후보일 때 외부의 다른 후보와 내통하면서 해당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당의 개혁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당의 개혁을 반대하니 결국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것입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정치개혁 그리고 좌절’, 241~242쪽)
회고록에는 이외에도 한미 FTA 등 보수·진보 양쪽의 협공을 받았던 외교 전략과 정치개혁, 언론개혁, 공무원 사회 개혁 등 참여정부 시절 벌였던 여러 개혁이 어떤 성과를 남겼고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 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회고록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 며칠 전까지 집필한 것으로 제1부 ‘이제 저를 버리셔야 합니다’와 제2부 ‘나의 정치역정과 참여정부 5년(노무현 대통령 육성기록)’로 이루어져 있다.
제1부는 1장 ‘미완의 회고’와 2장 ‘봉하 단상’으로 구성돼 있다. 제2부는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2007년 9월부터 2008년 1월까지 청와대에서 네 차례 가진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육성기록으로 모두 3장이다.
“정수장학회는 장물… 그 주인이 정권을 잡겠다고 하니”
내용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평가가 눈에 띈다. 노 전 대통령은 정수장학재단과 박 전 대표의 관련성을 언급하며, 정수장학재단을 “장물”로 규정, 박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정치를 해오면서 줄곧 정수장학재단은 주인에게 되돌려주거나 아니면 사회로 환원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비영리 공익재단이긴 하지만 누가 운영하는가의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장학재단이 ‘장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돌려주어야 우리 사회의 정의가 실현되고 역사가 바로잡힌다고 생각하면서 정치를 해왔습니다. 상당히 중요한 목표로 생각해왔습니다. …… ‘과거사 정리라는 것을 어디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도 논리적으로 그 한계를 긋기가 어렵고 또 역사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나가는 데 필요한 만큼 ‘판단이라도 하고 넘어가자, 하다못해 이름표라도 갈아붙이자!’ 하는 그런 것이 역사 정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저렇게 장물이 그냥 남아 있고 그 주인이 정권을 잡겠다고 하는 상황까지 용납하고 받아들이려니 무척 힘이 듭니다.”(제2부 1장,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4·19와 5·16의 기억’, 117쪽)
“김대중은 국보급 지도자… 지역분열 책임은 있어”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해외에서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국보급 대접을 받을 만한 지도자입니다. 경력만 봐도 그렇습니다. 물론 지역분열을 막아내지 못한 책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훌륭한 지도자입니다. 얼마 전에 세종대왕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보니, 저자가 ‘세종대왕은 책을 많이 보았는데 우리나라 대통령 중에는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고 써놓은 것을 보았습니다. 아주 잘못 알고 있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청와대에 계실 때에는 지금의 방 하나가 완전히 서고였습니다. 그뿐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이 책을 많이 읽는다는 것은 온 세상에 많이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제2부 1장, 시대는 한 번도 나를 비켜가지 않았다, ‘김대중과 김영삼’, 150쪽)
“나는 교양이 없는 사람… 언어와 태도 충분히 훈련받지 못해”
대통령에 어울리지 않는 언행으로 인해 쏟아졌던 세간의 비판에 대해서는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저는 교양이 없습니다. 저도 대통령이 될 줄 알았으면 미리 연습을 하는 것인데, 체질적으로 제가 허리를 잘 굽히는 편이고 윗자리에 앉으면 불안해하고, 말은 위엄 있게, 행동은 기품 있게 할 필요가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았습니다. …… 준비 안 된 대통령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다른 점에 있어서는 승복하지 않지만 언어와 태도에서 이야기한다면 충분히 훈련받지 못했던 점은 있습니다. 우리 아내가 어디 행사장에 들어갈 때 고개 숙이지 말고 똑바로 걸으라고 하는데 저도 모르게 고개가 숙여집니다. 어쩔 방법이 없습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참여정부 평가’, 179~180쪽)
◇ 6.10 범국민대회 서울광장 사용을 경찰이 불허한 가운데 지난 6월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집을 보고 있다. ⓒ데일리안 |
“김정일은 북에서 가장 유연하고 대화가 되는 사람”
임기 말 남북정상회담을 가진 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인물평도 눈에 띈다.
“김정일 위원장은 우리가 듣던 대로 거침없이 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만나보니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 다음에 제가 놀란 것은 국정 전반을 아주 소상하게 꿰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개혁이니 개방이니 이런 것에 대해 말하면 자신의 소신과 논리를 아주 분명히 체계적으로 표현하더군요. …… 실무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상당히 융통성이 있고, 유연하게 결정들을 해나갈 수 있는 그런 점에서 대화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북쪽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대화를 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장 유연하게 느껴진 사람은 김정일 위원장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대단히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남북정상회담’, 204~205쪽)
당시 김 위원장의 체류 연장 돌발요구가 당황스러웠다고 술회한 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제안에 임기응변으로 받아쳤던 대답의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체류연장 제안 자체는 깊이 생각했던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지요. 회담을 더하자는 말인지, 아니면 회담 이외의 일정을 조금 더 하라는 이야기인지, 이 부분이 구분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얼핏 물어본 것 같았는데, 그냥 넘어가버렸습니다. 그러니까 저로서는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이 ‘그거 결정 못합니까?’ 그렇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또 평소 버릇대로 ‘큰 건 내가 결정해도, 작은 건 내가 결정 못합니다’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그 답을 두고 상당히 전략적인 대답이라고 해석을 많이 하는데 실제로는 노련한 전략적 대답이 아니고, 평소 습관을 그대로 이야기한 것입니다. …… 정직하게 사실대로 이야기했는데, 뒤에 보니까 그 대답이 제법 괜찮은 대답이더군요.”(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남북정상회담’, 205쪽)
“이라크 파병, 역사의 기록에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
이라크 파병은 역사에는 잘못된 선택이지만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이라크 파병 문제는, 당시에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봐도 역사의 기록에는 잘못된 선택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대통령을 맡은 사람으로서는 회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대통령이 역사의 오류를 기록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즉 스스로 역사의 오류로 남을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부득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참으로 어렵고 무겁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보내는 것이긴 했지만 당시 파병 외교는 아주 효율적인 외교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우리나라 보수진영에서는 적어도 1만 명 이상을 전투병으로 보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었습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생각이 두 쪽으로 갈려서 1만 명, 적어도 7천 명, 그렇게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참모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안보팀 쪽이겠지요. 그리고 다른 한쪽에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 전투병 3천 명을 비전투 임무로 보내게 된 것입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한미관계’, 223쪽)
“탄핵, 고통스럽고 불행한 시기였다고 생각지 않아”
열린우리당은 창당하지 않을 수 없는 정당이었다고 했다.
“탄핵 때는 그야말로 담담하게 시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가 매우 고통스럽고 불행한 시기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단 매일 탄핵을 규탄하고 저를 지지하는 촛불시위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고통스러웠다고는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 열린우리당은 창당하지 않을 수 없는 정당이었습니다. 지역정당을 벗어나서 전국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치적 당위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민주당에서 전국정당을 만드는 노력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후보일 때 외부의 다른 후보와 내통하면서 해당 행위를 했던 사람들이 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에도 당의 개혁을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당의 개혁을 반대하니 결국 열린우리당이 창당된 것입니다.”(제2부 2장, 참여정부 5년을 말하다, ‘정치개혁 그리고 좌절’, 241~242쪽)
회고록에는 이외에도 한미 FTA 등 보수·진보 양쪽의 협공을 받았던 외교 전략과 정치개혁, 언론개혁, 공무원 사회 개혁 등 참여정부 시절 벌였던 여러 개혁이 어떤 성과를 남겼고 어떤 점에서 실패했는지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이 담겨 있다.[데일리안 = 김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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