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슬픔·고통도 관리가 된다?
2009. 10. 16. 12:46ㆍ베스트셀러 책 신간
고통과 욕망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까. 지난 2002년 등단한 소설가 김지현(34)씨는 첫 장편소설 ‘춤추는 목욕탕’(민음사)에서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욕망 관리법, 고통 관리법 그리고 슬픔 관리법에 대해.
“사람들은 죽지 않은 이상 어디에 던져 놓아도 살아간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끊임없이 사랑하게 할까. 또 무엇이 일상의 피곤함 속에도 매일 아침 시계의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게 만들까. 흔히 관성이라고들 하지만 관성은 아니다. 우리 안의 에너지가 이끄는 것이다. 그 에너지는 일상 속 욕망과 고통의 관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춤추는 목욕탕’의 세 주인공인 미령, 미령의 엄마 호순과 미령의 시어머니 복남이 그런 사람들이다.
소설은 안개 낀 서해대교에서 교통사고로 미령의 남편 현욱이 죽으면서 시작된다. 남편이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던 미령은 3개월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지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시어머니 복남은 그 3개월 동안 아들과 며느리가 살던 전세 아파트를 빼고, 보험금까지 챙긴 뒤 미령에게 반지하 방 하나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그 반지하 집으로 미령과 미령의 엄마 호순이 들어간다. 남편, 아들, 사위를 잃은 이들. 게다가 복남과 호순은 이미 삶의 고통에 휘둘릴 만큼 휘둘린 사람들이다. 복남은 남편이 동네 과부와 눈이 맞은 뒤 이혼하고 30년 가까이 목욕탕 때밀이를 하며 아들을 홀로 키운 여장부이고, 열여섯살때 소금 세 가마니에 쌀집 총각에게 시집온 호순은 간단치 않은 생활 끝에 남편이 죽자 요양소로 들어가 생의 마지막 시간을 의탁하던 중이었다. 이어 이들의 고통 관리법이 시작된다.
하지만 소설은 나지막하게 진실을 보여주거나, 고통을 아프게 드러내기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팝콘처럼 유쾌하고, 경쾌하게 튀어오른다. 현실과 환상이 엇갈리고, 과장된 농담이 흐르고, 북적거리며 소란스럽다.
“고통을 경쾌하게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고통과 슬픔을 ‘욕망’이라는 단어 아래 집어넣었다. “기쁘고 슬픈 것들이 모두 욕망이다. 슬픔과 고통 역시 사람의 마음 속에 온갖 잡스러운 욕망을 솟아오르게 한다. 예를 들어 세상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욕망, 탈출하고픈 욕망 같은. 이름 붙이자면 어두운 욕망들이다”라는 작가는 “문제는 사람들이 이 같은 욕망을 어떻게 관리하고 다스려 삶의 에너지로 만들어내는가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욕망 관리법’의 핵심은 무엇일까. “깨어있는 개인들간의 소통”이라고 작가는 답한다. 소설 속에서도 미령은 남편의 사무실에서 발견한 이구아나를 키우고, 복남은 다른 사람의 몸을 밀고, 호순은 끝없는 거짓말로 삶의 고통을 견뎌가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해간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소통하면서 자신의 고통, 슬픔, 욕망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 삶의 에너지로 만들어가는 것, 그런 긍정의 에너지. 그것이 사람들이 삶에서 할 수 있는 가능한 고통 관리법이 아니겠는가”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
“사람들은 죽지 않은 이상 어디에 던져 놓아도 살아간다. 도대체 무엇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고, 끊임없이 사랑하게 할까. 또 무엇이 일상의 피곤함 속에도 매일 아침 시계의 알람소리에 눈을 뜨고, 일어나게 만들까. 흔히 관성이라고들 하지만 관성은 아니다. 우리 안의 에너지가 이끄는 것이다. 그 에너지는 일상 속 욕망과 고통의 관리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춤추는 목욕탕’의 세 주인공인 미령, 미령의 엄마 호순과 미령의 시어머니 복남이 그런 사람들이다.
소설은 안개 낀 서해대교에서 교통사고로 미령의 남편 현욱이 죽으면서 시작된다. 남편이 운전하던 차에 타고 있던 미령은 3개월간 의식을 잃었다 깨어나지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시어머니 복남은 그 3개월 동안 아들과 며느리가 살던 전세 아파트를 빼고, 보험금까지 챙긴 뒤 미령에게 반지하 방 하나만 남겨놓은 상태였다.
그 반지하 집으로 미령과 미령의 엄마 호순이 들어간다. 남편, 아들, 사위를 잃은 이들. 게다가 복남과 호순은 이미 삶의 고통에 휘둘릴 만큼 휘둘린 사람들이다. 복남은 남편이 동네 과부와 눈이 맞은 뒤 이혼하고 30년 가까이 목욕탕 때밀이를 하며 아들을 홀로 키운 여장부이고, 열여섯살때 소금 세 가마니에 쌀집 총각에게 시집온 호순은 간단치 않은 생활 끝에 남편이 죽자 요양소로 들어가 생의 마지막 시간을 의탁하던 중이었다. 이어 이들의 고통 관리법이 시작된다.
하지만 소설은 나지막하게 진실을 보여주거나, 고통을 아프게 드러내기보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팝콘처럼 유쾌하고, 경쾌하게 튀어오른다. 현실과 환상이 엇갈리고, 과장된 농담이 흐르고, 북적거리며 소란스럽다.
“고통을 경쾌하게 그려보고 싶었다”는 작가는 고통과 슬픔을 ‘욕망’이라는 단어 아래 집어넣었다. “기쁘고 슬픈 것들이 모두 욕망이다. 슬픔과 고통 역시 사람의 마음 속에 온갖 잡스러운 욕망을 솟아오르게 한다. 예를 들어 세상에 대한 끓어오르는 분노, 모두 잊어버리고 싶은 욕망, 탈출하고픈 욕망 같은. 이름 붙이자면 어두운 욕망들이다”라는 작가는 “문제는 사람들이 이 같은 욕망을 어떻게 관리하고 다스려 삶의 에너지로 만들어내는가이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작가가 생각하는 ‘욕망 관리법’의 핵심은 무엇일까. “깨어있는 개인들간의 소통”이라고 작가는 답한다. 소설 속에서도 미령은 남편의 사무실에서 발견한 이구아나를 키우고, 복남은 다른 사람의 몸을 밀고, 호순은 끝없는 거짓말로 삶의 고통을 견뎌가면서 점차 서로를 이해해간다.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소통하면서 자신의 고통, 슬픔, 욕망을 밝은 곳으로 끌어내 삶의 에너지로 만들어가는 것, 그런 긍정의 에너지. 그것이 사람들이 삶에서 할 수 있는 가능한 고통 관리법이 아니겠는가”라고 작가는 설명했다.
최현미기자chm@munhwa.com
기사 게재 일자 2009-1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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