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 법익’ 어떻게 바뀌나

2009. 9. 26. 08:5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개인적 법익’ 어떻게 바뀌나

시대변화 반영, 차별조항 줄인다
2009-09-25 오후 1:07:28 게재

존속대상범죄 가중처벌 줄이고 영아살해죄 삭제
명예훼손죄 범위 확대, 사이버모욕죄 신설 안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지난 11일 법무부와 한국형사법학회, 한국형사정책학회와 함께 ‘형법개정의 쟁점과 검토’를 주제로 공동학술회의를 열고 형법개정안을 내놓았다. <내일신문 9월 18일자 21면 1회 참조>
이번 형법개정안 중 개인적 법익에 대한 죄 분야는 행위주체, 객체를 막론해 차별을 없애는데 중점을 뒀고 IT의 발달이나 사회의식의 변화 등의 시대 흐름을 반영했다.
각칙의 상습범 가중처벌 규정, 자격정지 병과 규정은 총칙 개정의견에 따라 개정시안에서 일괄적으로 삭제됐다.

◆가중처벌, 책임감경 없애 균형감 제고 = 연구회는 개정시안에서 존속살해죄 등 존속대상범죄에 대한 가중처벌 규정을 삭제했다. 현행 형법은 직계비속이 패륜적이라는 이유로 존속에 대한 한 죄에 대하여 가중처벌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신분에 의한 차별 등의 위헌적 소지가 있고 세계적인 경향이 점차 이를 삭제하거나 형벌을 완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게다가 존속살해죄와 같이 법정형의 하한이 기본범죄보다 높은 경우에는 존속이 오히려 비난 받고 비속의 사정이 고려돼야 하는 경우에도 이를 일률적으로 가중 처벌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도 반영됐다.
존속대상 범죄와 반대로 보통살인죄보다 약하게 처벌되는 영아살해죄는 삭제했다. 현행 형법 251조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하거나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하거나 특히 참작할만한 동기로 인하여 분만중 또는 분만직후의 영아를 살해”하는 영아살해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특히 약하게 처벌하고 있다.
연구회에서는 현행 형법 제정시 고려됐던 시대상황이 지금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는데다 유독 영아에 대한 살해에 대해서만 책임을 감경해주는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는 것이 영아의 생명을 경시하는 형법관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특히 행위객체인 영아는 더욱 보호돼야 할 사회적 소수약자라는 점과 영아살해에 대한 감경이 사회공동체에 준법의식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형법이 범죄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혼인빙자등에 의한 간음죄 폐지 = 현행 형법 32장의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명칭은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죄’로 바꿨다. 다른 장의 명칭과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보호법익으로 명칭을 바꾼 것이며 성폭력특별법 내 카메라이용촬영죄 등이 강간과 추행의 죄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죄 중 혼인빙자에의한간음죄는 폐지된다. 이 규정은 혼인의 진실성 등을 전제로 하지 않는 성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연구회는 이 규정이 형법이 윤리적 가치를 보호하는데 불과하고 혼인여부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의하여 여성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할 문제로 보고 형법이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또 이 규정이 여성을 오히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주체로 비하하는 것이라는 점도 주요한 폐지 근거가 됐다.
성적 강요죄는 신설했다. 성적 강요죄는 행위자가 피해자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행사하여 피해자로 하여금 제3의 간음이나 추행을 수인하게 하는 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규정이다.

◆사이버모욕죄 신설 안돼 = 최근 인터넷상에서 이른바 ‘악플’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사이버모욕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주장의 바탕에는 형법상 모욕죄가 친고죄로 돼있어 처벌이 자유롭지 못해 사이버모욕죄를 신설해 반의사불벌죄나 비친고죄화하여 국가에 의한 제제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깔려있다.
하지만 연구회는 현행 형법상의 모욕죄 규정으로도 사이버상의 모욕행위를 얼마든지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처벌규정이 필요없다고 판단했다. 이미 인터넷 게시판에서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게시한 것에 대해 모욕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례도 나와 있는데다 현실세계에서의 모욕행위보다 사이버상의 모욕행위가 더 불법성이 크다고 할 만한 뚜렷한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기타 출판물’의 범위는 확장 적용된다. 현행 형법 309조 출판물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는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로 범위를 정해놓고 있는데 여기서 ‘기타 출판물’의 개념에 ‘TV,영화, PC통신, 인터넷’ 등이 포함할지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1953년에 제정돼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는 형법 309조가 변화된 시대상을 담고 있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범위를 확장하기로 결론내렸다. 최근에는 기존의 인쇄출판물뿐만 아니라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행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 피해도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서보학 경희대 교수는 “이러한 이유로 정보통신망법에서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행위를 가중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만 형법규범의 일반예방효과를 높이고 특별형법의 정비필요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를 형법전에 흡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