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로 무장한 1인기업 뜬다

2009. 9. 29. 07:16분야별 성공 스토리

아이디어로 무장한 1인기업 뜬다

매일경제 09/28 16:47




전남 영암에 사는 이부송 씨(68). 이씨는 우직하게 막걸리를 담그는 일을 평생 하며 한우물을 판 탁주 제조 '1인 기업'이다. 그는 요즘 웰빙바람이 불면서 막걸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근 50년간 막걸리 제조로 한우물을 파며 일했지만 수입이 억대로 올라선 게 불과 1년 정도밖에 안 된다. 그 전만 해도 막걸리에 대한 외면으로 기껏해야 연간 바삐 일을 하고도 손에 쥔 돈은 1000만원도 채 안 됐다고 한다.

'인내는 쓰지만, 그 열매는 달다'고 했던가. 2006년 오랜 시행착오 끝에 개발한 영암의 특산물인 무화과를 접목한 '무화과 막걸리'가 히트를 치면서 수익 기반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이씨는 "막걸리에 대한 관심 증가와 지속적인 연구를 통한 품질 개선으로 매출액이 매년 50% 이상씩 상승하고 있다"며 "어찌나 무화과 막걸리의 맛과 향이 좋은지 일본에서도 러브콜이 오고 있어 일할 맛이 난다"고 말했다.

경기 분당에 사는 이경주 씨(38)도 정보기술(IT) 개발 프리랜서로 활약하며 성공한 사례다. 이씨는 2000년에 시작한 바쁜 직장생활이 발목을 잡으면서 프리랜서로 살고 있다. 잦은 야근은 물론 IT 개발과 관련이 없는 관리업무까지 떠맡아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직장생활 전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경험으로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컴도사'로 불렸던 이씨는 고3 때 능력을 인정받아 국내 굴지 대기업 교육 관련 시스템을 직접 만들었으며 대학 시절에도 대기업체나 은행 등의 웹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씨는 "최근 국내 다수의 프로젝트를 기획ㆍ개발하면서 1억원에 가까운 수입을 올렸다"며 "프리랜서로 단기 프로젝트를 맡다보니 전문 분야인 IT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어 업무 집중도가 매우 높고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어서 생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회 생활과 개인 시간까지 골고루 챙기며 성공하는 '1인 창조기업'이 늘고 있다. 지식서비스 분야에 대한 중요성과 아웃소싱 시장 증대와 함께 전문 프리랜서에 대한 선호 등으로 1인 창조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갑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노동의 유연화, 혼자서도 창업이 가능한 인터넷 기반, 개인의 창조성이 강조되는 21세기에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1인 창조기업'이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인 창조기업이란 창의적인 아이디어, 기술ㆍ전문지식 등을 갖고 출판업, 정보서비스업, 창작 및 예술업은 물론 떡류, 장류, 탁주와 약주 그리고 기타 발효주, 장식용 목제품, 나전칠기 가구, 국악기 제조업 등 지식서비스 분야 11개 업종에서 활동하는 프리랜서 또는 개인사업자, 주식ㆍ유한회사 형태의 1인 기업을 말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인 창조기업은 5만개로 추산되고 있다. 이사업자 등록을 한 1인 창조기업은 약 1만5000개로 32% 정도를 차지하고, 사업자 등록 없이 활동하는 프리랜서는 3만5000명에 이른다.

1인 기업에 대한 관심은 이미 수년 전부터 트렌드를 이뤄왔다는 것이 창업전문가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소호(SOHOㆍSmall Office Home Office) 창업자들에게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르호봇은 현재 전국 21개가 있으며 이곳에 입주한 700여 개 회원사 가운데 34%가 1인 기업이다. 박광회 르호봇 대표는 "지난 2000년 1인실을 찾는 비율이 10% 정도에 그친 반면 지난해 문을 연 신규 센터는 입주 회원사 중 60%가 1인 기업"이라고 말했다.


중기청이 지난 6월 구축한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번역 등 1인 기업들의 아이디어와 지식을 사고팔 수 있는 온라인장터인 'e-서비스 거래몰(ideabiz.or.kr)'도 활성화되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9월 현재 1인 창조기업 825명이 등록해 활동하고 있으며 매월 5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이 거래몰에서는 1인 창조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자율적인 서비스 거래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김한식 중기청 중소서비스기업과장은 "지난 3월부터 '1인 창조기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정책적인 뒷받침을 하고 있다"며 "오는 2013년까지 1인 창조기업을 5만개, 프리랜서를 13만개로 늘려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조한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