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네티즌 1억 명, 그들은 오늘도 한국 게임에 접속한다

2009. 9. 28. 09:14분야별 성공 스토리

 
중국 네티즌 1억 명, 그들은 오늘도 한국 게임에 접속한다
[중앙일보] 2009년 09월 28일(월) 오전 03:59


[중앙일보 진세근.박종근]

<새로울 창> 창의력 하나로 돈을 버는 시대다. 중국 비즈니스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의 패션디자인이 상하이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한류 드라마는 멀리 쓰촨성 농가의 안방을 파고든다. ‘소프트(Soft) 산업’으로 중국 비즈니스의 승부를 걸어야 할 이유다. 그 소프트산업 한 가운데 ‘게임’이 있다.


지난 7월 23일 오전 10시 상하이 푸둥(浦東)의 ‘신(新)국제전람중심’ 앞. 아침 햇살이 화살처럼 내리 꽂히는 상하이 특유의 후덥지근하면서도 뜨거운 날씨다. 그러나 수천 명의 젊은이들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표소 앞에 수백m 장사진을 연출했다. 올해 7회째를 맞은 ‘차이나 조이(China Joy·중국국제디지털오락전람회)’ 현장이다. 전시회 관람을 위해 전날 밤 베이징에서 왔다는 베이징사범대 3년생 장강(21)은 “사용 환경이 단순하면서도 고도의 전략이 요구되는 게임이 올해 많이 등장했다”고 전시회를 평가했다. 중국 젊은이뿐만 아니다. 세계 각국의 게임개발자, 대리점, 운영자, 펀드매니저들이 매년 이때쯤 열리는 차이나조이 참관을 위해 상하이에 집결한다.

“껍데기는 분명 중국 전시회입니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한국게임 전시회’를 방불케 합니다. 중국에서 잘나가는 게임 대부분은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개발한 한국 게임이기 때문입니다.박용석 한국콘텐츠진흥원 베이징사무소 소장의 말이다. 실제로 넥슨 5개, NHN 3개 등 모두 20여 종의 한국 게임이 전시공간을 채웠다.

현재 중국 온라인게임 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띠샤청위융스(地下城與勇士)’는 국내 게임개발업체인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의 중국판이다. 2위 ‘촨웨훠센(穿越火線)’은 한국 게임 크로스파이터, 4위인 ‘진우퇀(勤舞團)’ 역시 한국게임 오디션의 중국 버전이다. 상위 6개 온라인게임 중 4개가 ‘Made by Korean’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창의력이 중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이다. 이 밖에 NHN이 최근 선보인 온라인 격투기 게임인 ‘정무세계’도 급부상하는 등 10여 개 한국 게임이 상위권을 향해 치솟고 있다. 상하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독특한 스토리와 짜임새 있는 그래픽이 중국 네티즌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이곳 업계에서 ‘한국 게임은 성공의 보증수표’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무궁하다. 중국의 네티즌은 약 3억3000만 명, 이 가운데 65%가 게임 유저다. 지난해 매출액은 311억 위안(약 5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2년에는 약 700억 위안(12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기존의 3대 오락 산업인 영화, TV 쇼 프로그램, 음반의 시장 규모를 훌쩍 넘어서는 액수다. 중국 게임시장을 만든 게 바로 한국 게임이다. 국내 게임업체인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가 2003년 중국에 소개되면서 게임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던 것. 덕택에 이 게임을 서비스한 샨다(盛大)는 나스닥시장에 상장했고, 지금도 중국 최대 게임업체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박 소장은 “지난해 말 출시한 한국 게임이 잇따라 성공하면서 한때 20%까지 떨어졌던 시장점유율은 지금 50% 선을 회복했다”며 “한국 게임의 부흥기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2008년 한국 게임개발업체가 중국에서 로열티 명목으로 거둬들인 수입은 약 3억 달러. 현대자동차 아반떼를 2만5000대 수출한 액수와 맞먹는다. 게임 로열티의 순익이 매출액의 80~90%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게임 수출의 위력을 가늠할 수 있다. 한국 게임이 직면한 도전은 적지 않다. 외국산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견제가 심하고, 로컬 게임의 급부상도 부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젊은이 특유의 창의력을 발휘한다면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는 게 현지 업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중후장대(重厚長大)형 전통산업이라면 이제 중국에도 얼마든지 있다. 한국인 특유의 창의력과 아이디어로 빈틈을 노려야 한다는 얘기다.

베이징·상하이=진세근 기자 , 사진=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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