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저소득층 학생 방학때 밥굶을 위기

2009. 9. 30. 08:42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내년 저소득층 학생 방학때 밥굶을 위기

 배명재·권기정·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

 

ㆍ“1년간 한시적 사업” 급식비 예산에 반영안해
ㆍ국비 지원 중단… 일선 지자체 재원 확보 비상


내년 정부 예산에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지원비가 편성되지 않아 전국 수십만명의 저소득계층 학생들이 밥을 굶을 위기에 처했다.

29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해 일선 자치단체에 지원한 방학 중 결식아동 급식비 421억원을 내년 예산에는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지원한 급식비 421억원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늘어나는 결식아동들을 위해 마련한 1년간의 한시적 예산이어서 내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 일선 자치단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결식아동 숫자는 줄어들지 않는데다,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독려와 경제난에 따른 지방세수 급감 등으로 지방 재정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한시적 급식지원비로 102억원을 지원받은 경기도는 정부의 지원이 끊길 경우 적어도 4만7000여명의 학생이 내년 방학에는 밥을 거를 것으로 추산했다. 경기도는 도·시·군비 237억원과 국비 128억원으로 7만1400여명의 학생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국비가 전혀 배정되지 않으면서 2만4000여명만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정부가 올해 급식비 지원대상을 크게 늘리도록 한 뒤 갑자기 예산지원을 중단하면 재정난에 시달리는 지자체들로선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부산은 내년 방학 중 1만2640명에게 급식을 지원키로 하고 국비 34억1200만원을 요청했으나 반영되지 않자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올해는 28억8500만원의 국비로 1만988명에게 급식비를 지원했다”며 “내년에는 이들 학생에 대한 지원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저소득층 초·중생 29명에게 급식을 지원 중인 부산 망미지역아동센터 관계자는 “방학 때 점심을 지원하더라도 29명 모두 한 끼는 거르는 아이들”이라며 “이 아이들은 굶어도 좋다는 이야기냐”며 안타까워했다.

충남도도 올해 26억여원을 지원받아 9900여명의 학생들에게 급식을 지원했으나, 국비 지원이 끊어지면 내년에는 급식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충남도 아동복지계 김기준 계장은 “한시적 예산이라고 하지만 늘어난 급식대상자가 감소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비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광주도 상황은 비슷하다. 광주시 관계자는 “2만4000여명에 이르는 급식지원 학생에 소요되는 예산 150억원을 확보해야 하지만 국비지원이 되지 않으면 재원마련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광주 서구 청소년복지시설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진정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펴겠다면 적어도 밥 굶는 아이들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방학 중 결식아동 지원은 지자체 사업”이라며 “지자체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급식비를 일부라도 지원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명재·권기정·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