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인근 자연휴양지 각광받을 것”

2009. 10. 15. 09:24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수도권 인근 자연휴양지 각광받을 것”
LG경제연구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

 

이지평 수석연구위원
[이코노미세계] ‘느림’과 ‘여유’를 추구하는 문화는 휴가 트렌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많은 인원이 우루루 몰려다니며 ‘찍고 도는’ 여행은 이제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 이지평 수석연구위원은 “자연으로 회귀하는 ‘그린 투어리즘’이나 ‘다운시프트’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며 “국내 레저업계도 이런 흐름에 맞춘 곳에서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있다”고 했다. 

‘다운시프트’란 원래 자동차를 ‘저속 기어로 바꾼다’는 뜻으로 유럽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 등장한 신조어다. 

빡빡한 근무 시간과 고소득보다, 비록 저소득일지라도 자신의 마음에 맞는 일을 하면서 느긋하게 삶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다운시프트족이라고 부른다.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해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웰빙’과도 그 흐름을 같이한다.

이 위원은 "최근 해외여행이 줄고 제주도 등 국내 관광지가 각광을 받는 이유에 대해 단순히 신종인플루엔자나 경기침체 여파 때문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시간과 돈을 많이 들여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피곤한 해외여행보다 이동이 편한 곳에서 자연을 느끼며 편하게 쉬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휴가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타기나 걷기 등을 접목한 체험관광도 인기다. 이 위원은 "지역(공간)에 대한 관심과 웰빙 트렌드가 접목돼 나타난 경향"이라고 했다. 올해에만 10만명이 다녀갔다는 제주 올레길도 유명 관광지 코스를 도는 틀에 박힌 여행에서 벗어나 제주도라는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고 숨겨진 비경과 먹을거리를 체험하는 것이 새로운 묘미로 부각되면서 성공한 케이스다.

 

이 위원은 앞으로 수도권 인근의 휴양지 개발이 붐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인천 송도나 경기도 등 서울에서 1∼2시간 이내 지역이 관광지로 각광받을 것”이라며 “자연 속에서 스파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가루이자와’의 인기 요인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나가노현에 있는 가루이자와는 도쿄에서 신칸센(고속열차)으로 1시간쯤 걸리는 곳에 있는 휴양 마을이다. 

마을은 그 유명세와 달리 사람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채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노천온천과 에코투어, 미술관 등이 있어 휴식과 웰빙, 문화까지 향유할 수 있는 휴양지다. 도쿄에서 가깝다는 장점까지 더해져 일반인과 외국인들에 인기가 있는 것은 물론, 부유층의 별장이 많이 모여 있기로도 유명하다.

 

지역이 관광지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1∼2가지의 휴양시설을 세워놓는 것에서 나아가 지역 자체를 상품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온천으로 유명한 일본 큐슈 오이타현의 유후인 도 온천 시설뿐 아니라 지역 자체를 상품화 해 성공한 경우다. 이곳에선 도자기를 만들거나 염색하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마을 거리에서 마차를 타고 구경을 할 수도 있다. 또 특색 있는 상점과 온천여관, 미술관 등이 한데 어우러져 마을 자체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선사한다.

이 위원은 "한국도 감귤, 도자기, 온천 등 지역의 다양한 특산품이나 시설 등을 활용해 지역의 브랜드화 를 위해 노력한다면 더 많은 곳이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레저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기업들이 휴가를 분산하는 것도 중요하게 고려할 문제"라고 했다. 

성수기에 집중되는 휴가를 분산할 수 있다면, 휴양시설 이용료가 낮아져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업체도 객실수를 늘리기보다 시설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교통체증도 해소할 수 있어 좀 더 많은 곳이 휴양지로 각광받을 수 있으며 혼잡에 따른 불필요한 비용도 낮춰 여기서 발생하는 이익을 이용객들에게 환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삼미 기자 sml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