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시장 ‘무역 빗장’ 열린다

2009. 10. 16. 09:38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세계 최대시장 ‘무역 빗장’ 열린다

2009-10-15 (목) 20:29   세계일보

‘韓·EU FTA 가서명’ 의미·전망
관세 환급은 현행 유지… 세이프가드 도입
농업분야 피해 클 듯… 국회 비준 진통 예상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정문 가서명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0.2%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의 문 앞에 한발 더 다가섰다. 하지만 피해 분야에 대한 효과적인 보완책을 마련해 반발을 잠재워야 하고, 한미 FTA처럼 정치적인 장애물도 넘어야 해 한·EU FTA가 발효되기까지는 작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자유무역협정 교섭대표가 최근 외교통상부에서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가서명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관세 환급 유지=최대 쟁점이었던 관세 환급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협정 발효 5년 후부터 특정 요건을 충족하면 해당 품목의 관세 환급 비율을 5%로 제한할 수 있는 세이프가드 조치가 도입됐다. 원산지 규정은 기계, 전기전자, 자동차에서 품목별로 45∼50%까지 역외산 부품을 사용해도 국내산으로 인정된다. 개성공단 제품은 한미 FTA와 똑같이 협정 발효 1년 후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사항을 결정하기로 했다.

서비스 및 투자 분야는 대부분 한미 FTA와 유사한 수준으로 개방키로 했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의 경우 기존 FTA 협상에서는 시장접근 보장을 서비스업에 국한했으나 한·EU FTA에서는 제조업 등의 분야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공산품은 우리나라는 7년 내, EU는 5년 내 관세를 모두 철폐하기로 했다. 즉시 또는 3년 이내에 관세가 철폐되는 품목은 우리나라가 95.8%(수입액 기준 91.8%), EU는 99.4%(〃 93.3%)다. 배기량 1500㏄ 초과 차량은 3년 내, 그 이하는 5년 내 관세가 철폐된다. 농산물의 경우 냉동·냉장 삼겹살 철폐기간이 10년으로 한미 FTA(2014년 철폐)보다 길다. 쌀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됐고, 고추 등 9개 품목은 현행 관세가 유지된다.

◆FTA 허브 발돋움=우리나라는 EU와의 FTA를 통해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미국, 인도, EU로 이어지는 세계 주요 경제권과 시장통합을 이루게 돼 명실상부한 FTA의 중심축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EU FTA의 경제규모는 19조3000억달러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16조9000억달러)보다 크다.

EU는 작년 GDP가 18조4000억달러로 미국(14조3000억달러)이나 일본(4조9000억달러)보다 경제 규모가 크다. 따라서 한·EU FTA는 우리나라 기업의 경제영토를 넓혀 성장동력이 다소 위축돼 있는 우리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2007년 기준 75%로 중국(64%), 일본(28%), 미국(22%)보다 훨씬 높다.

우리나라와 EU는 내년 1분기 정식서명을 한 뒤 국회 비준 절차 등을 거쳐 내년 중 발효를 목표로 삼고 있지만 FTA가 발효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농업 등 국내 피해 예상 분야의 보완책을 마련해 동의를 받아내야 한다. 또 국회 비준 과정에서 정치적인 장벽도 뚫어야 한다. 한미 FTA는 2007년 9월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했지만 2년이 넘도록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