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다품종 시대

2009. 10. 18. 12:03건축 정보 자료실

황정일·임정옥 기자  입력 2009/10/15 19:01 수정 2009/10/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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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 같아도 속은 제각각…아파트 다품종 시대
맞춤형 등 갈수록 평면 세분화

주택 크기(주택형)는 단순화되고 평면(내부 구조)은 다양해졌다. 요즘 분양되는 새 아파트의 특징이다.

종전에는 보통 한 단지에 전용 33㎡대부터 168㎡대까지 6~7개 주택형이 있었다. 평면은 주택형당 많아야 2~3개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 단지들은 주택형이 2~3개로 줄어든 반면 평면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덕례 박사는 “주택 소비자들이 집을 고를 때 크기가 아니라 구조를 중시하는 현상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평면이 분화하면서 특정 수요만을 위한 상품이 나오는 것도 최근의 트렌드다.

같은 크기라도 평면은 다양하게

동보주택건설이 21일 인천 영종지구에서 청약신청을 받는 동보노빌리티는 주택형이 전용 84㎡ 뿐이다. 하지만 방·거실 배치 등이 모두 다른 10개의 평면이 제시됐다.

같은 곳의 한양수자인도 전용 59㎡ 단일 주택형이지만 평면은 7개나 된다. 또 벽산건설이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분양한 벽산블루밍(전용 59·84·114㎡) 전용 84㎡에는 5개 평면이 있다. 동보주택건설 강진원 전무는 “수요가 많은 전용 84㎡형에 집중하면서 주택 수요자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평면을 세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대형(전용 85㎡ 초과)이 많이 줄었다. 현대건설이 서울 광진구에서 20일 청약접수를 받는 광장힐스테이트는 중대형 주택형이 전용 130㎡ 1개뿐이다. 대신 평면은 3개다. 권오진 분양소장은 “중대형은 최소화하는 대신 평면 종류를 늘려 좋아하는 물건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는 핵가족화 등으로 중대형 수요가 감소한 데다 주택 수요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진 때문이다. 피데스개발 김승배 사장은 “건설사가 수요자의 생각을 먼저 읽고 먼저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끔 시장 환경이 바뀐 게 평면 세분화를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조망권이 강조되면서 탑상형(타워형) 아파트가 부쩍 늘어난 점도 있다. 대림산업 설계팀 김상윤 과장은 “구조적으로 다양한 평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탑상형 아파트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선택의 폭은 더 넓어져

평면의 가짓수만 많아진 게 아니라 특정 수요만을 위한 맞춤형 평면도 잇따른다. 인천공항 직원 등 임차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영종지구의 한양수자인에는 집의 절반을 세놓게 만든 평면이 선보였다.

현관을 중심으로 거실·방·주방을 양쪽에 각각 하나씩 배치한 것이다. 가족 수가 많지 않다면 직접 살면서 임대할 수도 있고, 한 집을 2가구에 각각 세를 줄 수도 있다. 부산 금정구 장전동 벽산블루밍 전용 132㎡에도 이런 평면이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더힐 전용 59㎡는 자녀가 없는 젊은 부부 등을 위해 방을 1개만 만들었다. 대전 파렌하이트 전용 84㎡는 일반적인 구조(방 3개)와는 달리 방이 2개다. 그 덕에 거실이 넓어져 자녀들이 분가한 중·장년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전업 주부를 위해 주방 쪽에 별도 공간(방)을 만들기도 한다. 김포 한강신도시 한양수자인 전용 84㎡와 남양주 별내지구 쌍용예가 전용 101㎡가 대표적인 경우다.

평면이 다양해진 만큼 가족 구성원이나 수, 생활 패턴 등을 좀 더 꼼꼼히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한아름주택 강주택 사장은 “특수계층용 평면은 희소가치가 돋보이나 수요층이 폭넓지 않으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