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감독 "생각의 변화가 우승 원동력"

2009. 10. 25. 00:0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KS 7차전] 조범현 감독 "생각의 변화가 우승 원동력"

[마이데일리] 2009년 10월 24일(토) 오후 07:32


[마이데일리 = 잠실 박세운 기자] `코끼리 감독`의 대를 `조갈량`이 이었다.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가 대망의 통산 10회 우승 위업을 달성했다.

KIA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최종 7차전에서 9회말 터진 나지완의 끝내기 홈런에 힘입어 SK 와이번스를 6-5로 제압, 4승3패로 정상을 차지했다. 전실 해태 시절이었던 지난 1997년 이후 처음이자 통산 10번째 정상등극.

김응룡 현 삼성 라이온즈 사장이 사령탑을 맡았던 과거 해태는 통산 9차례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단 한번도 정상등극에 실패한 적이 없다. 김응룡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여러 사령탑들이 해내지 못한 한국시리즈 진출을 조범현 감독이 부임 2년만에 달성한 데 이어 `한국시리즈 진출=우승`이라는 타이거즈 고유의 공식도 지켜냈다.

다음은 조범현 감독과의 일문일답.

-우승 소감은

"전임 분들의 애정과 열정이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가 있었다. 그 분들께 감사하며 기쁨을 함께하고 싶다. 부족한 점들을 잘 메워주고 함께 고생한 코치들에게 너무 고맙다. 이종범, 장성호를 비롯한 선수들이 너무 잘 따라줘 감사한다. 단장을 비롯한 프런트도 나를 믿고 맡겨줘 고맙게 생각한다. 나를 위해서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나지완이 끝내기 홈런을 쳤을 때 심정은

"이겼구나, 끝났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뒤지고 있었을 때 역전을 확신했나

"기록상 7~9회에 점수가 많이 났다. 분명히 후반에 찬스가 온다고 생각했다"

-각별히 고마운 선수가 있다면

"모두가 잘해줬다"

-2003년 우승에 실패한 후 6년만에 첫 우승을 했다

"조금 부담이 됐다. 해태 시절 한국시리즈에 오르면 모두 우승을 했다. SK도 주축투수들이 2~3명 빠졌는데 패하면 창피할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이 부담이 됐다. 6,7차전을 가야 우리가 유리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SK는 정말 대단한 팀인 것 같다. 지치지도 않는다. 기술적인 측면이나 정신적인 측면이나 SK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다"

-경기 도중 이종범과 김상훈을 교체했다

"사실 이종범이 오늘 아침 병원을 다녀왔다. 어제 외야에서 송구를 하다가 등쪽이 결린다고 해서 오늘 경기가 어렵다는 보고를 받았다. 병원을 다녀온 후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서 본인의 의사를 존중했다. 더이상 하다가는 큰 부상을 당할 것 같았다. 김상훈도 홈에서 충돌해 안좋은 상황이었다"

-나지완을 끝까지 믿었다

"계속 밀고가려고 했다. 어린 선수지만 의외로 긴장을 많이 하지않고 경기를 즐긴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서 오늘 3번으로 기용했다. 페이스나 성격을 봤을 때 오늘 나지완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페즈의 등판은 예정됐나

"오늘 본인이 대기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타이밍이 되면 등판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선수, 코치,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다른 사람들도 하는 것 아닌가(웃음). 특별한 건 없다"

-스승을 이겼다. 소감은 어떤가

"김성근 감독 밑에서 선수로 있었고 일도 많이 배웠다. 그 분의 야구에 대한 생각은 무궁무진하다. 경우의 수를 많이 갖고계신 분이다. 한국시리즈를 하기 전에 여러 생각을 했는데 단순하게 우리 KIA 야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까 SK 선수들에 대해서도 얘기했지만 감독의 야구가 선수들에게 전달돼 무서운 팀으로 거듭난 것 같다"

-캠프 때부터 팀을 변화시키려 많이 노력했다. 가장 역점을 뒀던 변화는

"작년에 팀을 맡았을 때 가장 우선으로 바꿔야겠다고 한 부분은 선수들 생각의 변화였다. 기술은 둘째 문제였고 팀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만들어야겠다고 봤다. 기술과 체력은 그 다음이다. 선수들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다고 느껴서 지금까지도 강조해왔다. 시즌이 진행되면서 팀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 늘어났고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부분들이 많아졌다. 진심으로 그런 마음이 형성되니까 자연스럽게 팀이 강해진 것 같다. 선수들의 생각의 변화가 가장 큰 힘이 됐다"

-6년 전 한국시리즈와 지금 개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는가

"2003년 때는 초짜 감독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때는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너무 정신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다. 그때 사실 정신이 없었다. 이번 시리즈같은 경우에는 페넌트레이스 1위를 했기 때문에 3주 정도 여러가지 생각을 할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나름대로 준비는 했다"

-시리즈를 돌아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오늘 나지완의 마지막 홈런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광주구장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넒고 좋은 구장이 만들어져 팬들이 즐기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제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선수들도 좋은 환경 속에서 경기할 수 있고 팬들도 좋은 시설에서 즐길 수 있는 구장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 마지막 경기를 홈구장에서 하지 못한다는 점은 팬들에게 미안한 부분이다. 5만석이라도 꽉 차지 않을까(웃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원래 꿈을 잘 꾸지 않는데 지난 음력 12월31일과 1월1일 이틀 연속 비슷한 꿈을 꿨다. 첫날은 돈다발을 친구, 친척들에게 주는 꿈을 꿨는데 너무나 생생했다. 다음날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금화를 뿌려주는 꿈을 꿨다. 찾아보니까 좋은 꿈이라더라(웃음). 오늘 처음으로 밝히는 이야기다"

-새로운 목표를 설정한다면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우승했다고 안도해서는 안된다. 새로운 변화를 갖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야한다. 혼자 생각할 부분은 아니고 코치들과 논의해서 팀을 구성해나가겠다"

[사진=잠실 권태완 기자 photo@mydaily.co.kr,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잠실〓박세운 기자 shen@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