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내서 빚 늘리는 외평채

2009. 11. 23. 08:06이슈 뉴스스크랩

빚 내서 빚 늘리는 외평채…외국환평형기금 지난해 2조원 손실

 김준기기자 jkkim@kyunghyang.com
외환시장 안정성 도모 불구조달 금리 비싸 손실 발생
ㆍ국가채무의 25% 차지해

환율방어와 외환보유액 증대를 위해 정부가 발행하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조달금리와 운용금리차로 인해 발생한 손실이 급증해 지난해 2조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 정부가 국채를 발행해 메워야 하는 것이어서 가뜩이나 급증하고 있는 국가채무를 더 늘리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외평채를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발행해 손실액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가재정 부담을 감안해 내년에 20억달러로 예정된 외평채 발행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의 ‘2010 회계연도 기획재정부 소관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외평기금의 조달금리와 운용금리차로 발생한 손실은 2007년(1조4089억원)에 비해 42.7% 급증한 2조105억원으로 집계됐다. 외평기금은 정부가 외평채를 발행해 마련한 자금으로, 달러화를 사들여 환율을 안정시키는데 사용된다. 외평기금의 조달금리는 외평채의 발행금리, 운용금리는 기금으로 사들인 달러(외환보유액)를 운용해 얻은 수익률이다. 정부가 이자를 지급해야 할 외평채 발행금리가 외환보유액 운용수익률보다 높아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외평채를 예년에 비해 3배 이상 많이 발행했기 때문에 손실액도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매년 10억달러 규모의 외평채를 발행해 왔으나 2007, 2008년에는 발행을 하지 않았고 올해는 30억달러어치를 발행했다.

재정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외환당국은 외환을 충분히 보유해 외환안정성을 도모한다고 하지만 외환보유를 늘리려면 조달금리라는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해 결국 손실이 발생한다”며 “적정 규모 이상의 외환보유는 국가재정에 부담이 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확대를 통해 외환시장 안정을 꾀하기보다는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구조적·행태적 문제점을 파악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재정위 수석전문위원실은 이어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국가채무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평채 발행규모 확대도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져 국가신인도 저하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올해 외평채 발행 잔액은 96조원가량으로 전체 국가채무(366조원)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국경복 수석전문위원은 “지난해 금융위기시 우리나라 등 신흥경제국의 외환시장이 크게 혼란을 겪은 것은 외환보유액이 적어서가 아니라 단기외채와 외환유동성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고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취약했기 때문”이라며 외환보유액을 많이 축적해 금융위기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에 설정한 20억달러의 외평채 발행규모도 축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해 달러를 사들이고 이를 통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정책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평기금은 환율 급변동으로 인한 외환시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판”이라며 “외평기금의 손실도 외환시장 안정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정책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기기자 jkk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