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발상만 있어도 불황 없다
2009. 12. 30. 08:42ㆍ세계 아이디어 상품
기발한 발상만 있어도 불황 없다
올해 일본은 계속된 경기불황과 혼란스러운 정치, 높은 실업률과 디플레이션 공포로 고통 받았다.
그러나 이런 세상에서도 ‘히트상품’은 존재한다. 신종인플루엔자를 비롯해 새로운 환경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상품과 서비스를 생각해낸 뒤 적절한 시기에 소비자에게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한 기업들이 얻어낸 결과다.
닛케이비즈니스는 올해의 히트상품 키워드를 ‘독특한 발상’ ‘숨겨진 소비자의 요구 충족’ ‘키워드 상품’ 등으로 꼽았다.
독특한 발상
올해의 히트상품이라면 쉽게 떠올리는 것이 하이브리드카다. 200만엔 전후의 인사이트나 프리우스는 친환경차 감세라는 정부 주도의 부양책에 힘입어 히트상품 대열에 올랐다. 그러나 조금만 더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기업들이 만들어낸 히트상품을 찾아내기 어렵지 않다.
대표적인 상품이 ‘프루프루’다. 휴대용 화장실쯤을 생각하면 된다. 이 상품이 대박을 낸 이유에는 올해부터 시작된 자동요금징수 시스템(ETCS)의 도입이 있다. ETCS란 한국의 하이패스와 비슷한 시스템으로 이 시스템을 장착하면 비싸기로 악명 높은 일본의 고속도로 통행료가 1000엔으로 할인된다. 덕분에 주말이면 고속도로는 북새통을 이루기 일쑤였다.
도로가 붐비면서 당연한 결과지만 휴게소도 인파로 넘쳐났고 화장실 이용도 쉽지 않아졌다. 이를 파고든 것이 프루프루다. 크기 자체도 크지 않은 데다 개당 231엔이라는 저렴한 가격도 소비자들을 사로잡는 데 일조했다. 여기엔 화장실이 급한 운전자들이 사고를 많이 낸다는 사실 때문에 휴게소에서 무료 배포에 나선 법인 수요도 한몫했다.
숨겨진 수요를 찾아라
올해 백화점, 그중에서도 의류 매장들의 매출은 말 그대로 바닥이었다.
이 와중에도 대박이 난 상품이 ‘룸웨어’,말 그대로 집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옷들이었다. 집에서 입고 있을 만한 옷들이니 가격이 낮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990엔 청바지’가 유행처럼 번져나가는 시기에 룸웨어의 가격은 한 벌에 5000엔을 넘는 수준이었다.
가격도 높고 남들에게 내보이는 옷도 아니었지만 상품이 인기를 끈 데는 이유가 있다. 이미 오래된 얘기지만 남성들이 자동차를 사지 않는 경향처럼 외출복에 신경을 쓰지 않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
수년 전만 하더라도 ‘데이트 패션’이 패션업계의 키워드였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세탄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느낌보다는 스스로 귀엽고 예쁘다고 생각하는 옷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설명한다. 밖에서는 절약하지만 본인을 위해서는 아낌없이 돈을 쓰는 소비행태가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룸웨어’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룸웨어에 지출하는 비용이 더 많아져 이제는 1만4000엔짜리 룸웨어도 많이 팔린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키워드로 승부하라
샤프는 최근 이온발생기 광고에서 ‘플라즈마 이온발생기는 샤프뿐’이라는 카피를 사용한다.
신종플루 여파로 일본에서도 공기청정기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샤프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다. 발매 1년 만에 누적 판매대수가 60만대에 이른다.
지난해 전체 이온발생기 판매대수가 150만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한 상품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
샤프 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단순하다.
상품의 키워드인 ‘플라즈마’를 반복적으로 소비자에게 어필한 때문이다.
일반적인 공기청정기는 가습과 실내먼지 제거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샤프의 상품은 복잡한 기능을 갖추고 있지 않다. 단순하다 싶을 정도로 ‘플라즈마’ 기능만을 강조한다. 모든 상품이 다양한 기능으로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만들 때 샤프의 상품은 전문성을 무기로 소비자에게 차별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덕분에 샤프의 제품은 넘쳐나는 공기청정기 속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지킬 수 있었다.
Nikkei Businessⓒ 2009년 12월 14일자 기사 전재
[매일경제 증권부 = 정욱 기자 woo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537호(09.12.30일자) 기사입니다]
'세계 아이디어 상품' 카테고리의 다른 글
8월 양산형 전기차 나온다 (0) | 2010.01.10 |
---|---|
이젠 가정보안도 더 강화된다?? (0) | 2010.01.08 |
한국판 슈퍼섬유 ‘아라미드’ 美·日독주 깬다 (0) | 2009.12.28 |
한국 5대 상품, 세계시장 점유율 사상 최고 (0) | 2009.12.26 |
1700여명의 꿈… 삶의 현실 비추다 (0) | 2009.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