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곳간 넘치는데 풀 곳이 없었네…"

2010. 1. 6. 09:4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은행 "곳간 넘치는데 풀 곳이 없었네…"

머니투데이 | 도병욱 기자 | 입력 2010.01.06 06:32 |

 

[머니투데이 도병욱기자]['빅4' 작년 정기예금만 31조8000억 증가… 대출은 '제자리']

은행들이 지난해 적잖은 예금을 유치한 반면 여신(대출)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곳간은 넘치는데 돈을 풀 곳이 마땅치 않았다는 얘기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대율 규제 등 은행의 영업을 위축하는 요인이 늘어났으나 기업여신이 부실화될 우려가 가시지 않은 탓이다.

◇'정기예금 전성시대'

=5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민·신한·우리·하나 등 '빅4' 은행들의 지난해 12월 말 정기예금 잔액은 전년 대비 13.41%(31조8580억원) 늘어난 269조3370억원이었다.

총수신은 같은 기간 537조263억원에서 562조1251억원으로 4.67% 늘었다. 수시입출식 예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은 되레 감소한 것이다.

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유동성에 압박을 받자 지난해 정기예금을 크게 늘렸다. 펀드, 주식투자 등에서 적잖은 손실을 본 고객들이 '안전자산'인 예금으로 대거 이동한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 연말 4대 은행의 주식형펀드 잔액은 44조3540억원으로 2008년 말 34조2872억원에서 29.36%(10조668억원) 증가했다. 이는 그러나 신규가입보다 주가 상승에 따른 '손실회복분'의 영향이 적잖았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연초 대비 49.7% 올랐음을 감안하면 실제로 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간 것"이라며 "적잖은 은행고객이 주식형펀드에서 예금으로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예금 증가액을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이 17조1027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를 우리은행(8조6295억원) 국민은행(5조6475억원) 하나은행(4783억원) 등이 이었다.

이는 은행들의 전략과 영업망에 따른 차이에서 나온 결과로 해석된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가장 먼저 금리를 올리는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 우리은행은 금리보다 탄탄한 영업망을 활용, 기업예금 등을 집중 유치했다.

은행별 총수신 증가액은 신한은행(12조2225억원) 국민은행(11조175억원) 우리은행(3조2247억원) 등의 순이었다. 하나은행은 전년보다 1조3659억원 줄었다. 하나은행은 고금리예금 등이 수익성에 미치는 부작용을 우려, 자금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주택·중소기업 대출 '둔화', 대기업 대출 '급감'

=은행들은 여신영업에서 주택담보대출에 의지하는 비중이 여전했다. 4대 은행의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년 대비 5.42% 늘어난 177조8906억원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증가세가 크게 둔화됐다.

은행별 주택대출 증가율(전월 대비)은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된 지난해 6월 이후 연말까지 0.05%를 넘지 못했다. 은행별 증가액은 신한은행이 3조847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2조9722억원) 우리은행(1조 5572억원) 국민은행(766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부문별로는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207조31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31% 늘었으나 대기업 대출(잔액)은 48조8850억원에서 30조7635억원으로 37.07% 감소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부족에 시달리고 있어 대출이 꾸준하다"며 "반면 대기업들은 보유자금이 충분하고 여전히 투자를 자제해 여신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은행들의 원화대출 총액은 521조1026억원으로 1.15%(5조9142억원) 늘었다. 은행별 증가액은 우리은행(2조160억원)이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1조9807억원) 신한은행(1조7992억원) 국민은행(1183억원) 등의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