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링 다이어트族을 아십니까?

2010. 1. 15. 09:36C.E.O 경영 자료

몰링 다이어트族을 아십니까?

머니위크 | 지영호 | 입력 2010.01.14 10:03 | 수정 2010.01.14 10:45

 

[[머니위크 커버]지하세상ㆍ지하왕국/ 몰링의 메카 지하]
#1. 지난 크리스마스이브, 용산에 위치한 아이파크몰에서는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이름하여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프로포즈'다.

프로포즈의 주인공은 소민성(30) 씨였다. 그는 6년간 연애한 여자친구와 크리스마스 공연을 보는 도중 화장실을 간다며 자리를 비웠다. 곧이어 대형 전광판에는 소씨와 그의 여자친구인 이주영(31) 씨의 추억이 담긴 사진이 등장했다.

동시에 소씨는 무대에 올라 꽃다발과 함께 프로포즈를 했다. 깜짝 이벤트 선물을 받은 이씨는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축하와 함께 적잖은 시샘도 따랐다.

이 쇼핑몰에서는 주말마다 함박눈 이벤트를 준비했다. 특수제설기로 제작한 인공 함박눈을 매시간마다 뿌렸다. 이벤트를 모르고 몰링을 나온 고객들은 실내에서 첫눈을 맞는 행운을 얻었다.

#2. 대학생 커플 신지훈(23) 군과 변효선(21) 양의 주요 데이트코스는 코엑스몰이다. 멀티플렉스영화관이 최종 목적지지만 꼭 영화만 보려고 이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소소한 즐길거리가 몰 곳곳에 숨어 있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이곳이 안성맞춤이다.

대표적인 것이 문화이벤트다. 부정기적이지만 미술전시회나 대학교 동아리 페스티벌, 대사관 문화공연, 사진전 등이 수시로 열린다. 때로는 클래식 음악회도 무료로 즐길 수 있고, 팬사인회를 통해 유명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

기업들의 전시회가 많아 최신 정보도 쉽게 얻는다. 운이 좋다면 제품 판촉 이벤트에서 선물을 챙길 수도 있다.

영화시간이 많이 남아도 지루하지 않다. 대형서점이나 팬시샵을 드나들다 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신기한 제품을 구입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먹거리도 풍부하다. 고급 레스토랑에서부터 간단한 요깃거리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돌아다니느라 지칠 때면 통신회사가 무료로 제공하는 고객 쉼터를 이용하면 된다. 음악감상이나 DVD관람, 인터넷, 최신 비디오게임이나 무료 음료 등도 이곳에서 얻는 특권이다. 수시로 미니콘서트도 열리니 행사일정을 미리 체크하는 것이 알뜰 데이트의 숨은 지혜다.

이들 커플은 "여가생활과 쇼핑을 동시에 즐기는 이곳이야 말로 최고의 데이트 코스"라고 이야기하는 쇼핑몰 예찬론자다.

◆몰링의 급부상, '몰링족' 신조어도 생겨

최근 LG경제연구원은 2010년 소비자의 쇼핑패턴을 가늠할 소비트랜드 7가지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몰링(malling)이다. 몰링은 복합쇼핑몰에서 쇼핑과 더불어 여가도 즐기는 소비형태를 뜻하는 말로 쇼핑 자체를 하나의 즐거움으로 인식하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단어다.

이 자료에서 '기업은 쇼핑공간의 체험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소비트랜드의 변화에 주목할 것을 당부할 정도로 몰링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몰링이 뜨면서 신조어도 생겨났다. 몰링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몰고어(mall goar)는 한마디로 몰링을 즐기는 사람이다.

몰고어는 특징에 따라 각기 세부적인 이름이 붙는다. 몰랫(mall rat)은 몰 곳곳을 휘젓고 다니는 10~20대를 지칭하는 말로 생쥐가 돌아다니는 모습과 흡사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몰에서 이벤트를 좇아다니거나 영화관, 카페 등을 이용하는 여성고객을 일컬어 몰리, 몰을 둘러보는 것을 운동으로 여기는 사람을 몰워커라고 부른다.

최근에는 일부 쇼핑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몰링 다이어트 바람도 불고 있다. 몰링 다이어트는 대형 복합쇼핑몰 내부를 빠르게 다니며 걷는 행동으로 살을 빼는 다이어트 방법이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러닝머신에 비해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비나 눈이 오거나 춥고 더운 날에도 몰링 다이어트는 문제가 없다. 실내 공간이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델 같은 몰고어나 쇼윈도의 마네킹은 적잖은 자극이 되기도 한다.

몰링 다이어트에도 지켜야 할 수칙이 있다. 너무 빠른 걸음은 피해야 한다. 주변인의 부담스런 시선을 한몸에 받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 빨리 아이쇼핑을 하는 기분으로 임하는 것이 시간도 잘 가고 포기하지 않는 비결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저녁시간이나 주말은 피해야 한다. 혼잡한 시간에 몰링 다이어트를 시도한다면 오히려 운동효과도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다.

◆몰링으로 유명세를 타는 곳

몰링은 주로 복합쇼핑몰에서 이뤄진다. 국내에서 몰링을 할 수 있는 곳은 대략 10여곳.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성동 코엑스몰이다. 국내 몰링문화를 처음으로 주도한 곳답게 선호도 1위를 달리는 대형 쇼핑몰이다. 12만㎡(3만600평) 규모에 200개가 넘는 점포수와 국내 최대규모의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코엑스몰의 콘셉트는 '물의 여행'이다. 코엑스몰 남측의 밀레니엄 광장에서 흘러나온 물이 산마루길, 호수길, 수풀길, 폭포길을 따라 흐르다가 몰 중앙에 위치한 이벤트코트에서 멈춘 뒤 다시 계곡길, 강변길, 열대길, 바다길로 흘러 북측 아셈광장으로 이르는 구성이다. 물이 흐르는 듯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해 공용통로의 천정과 바닥, 기둥 등에 테마에 어울리는 인테리어를 디자인했다.

지난해 부산의 센텀시티와 함께 몰링 바람을 주도한 곳은 지난 9월에 오픈한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다. 오픈 100일 만에 281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서남권 쇼핑지도를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곳이다.

지하철 1호선 영등포역과 2호선 문래역, 5호선 영등포시장역 등 유동인구가 100만명에 이르는 초역세권 입지가 결정적이다. 전체 37만㎡(11만평, 쇼핑공간은 30만2000㎡)의 연면적이 몰링의 맛을 제대로 보여준다. 부산의 센텀시티보다 약간 넓은 규모다.

타임스퀘어를 찾으면 옥상까지 개방해 만든 메인 아트리움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실내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는 대형 통유리지붕이 개방감을 극대화 시킨다. 이곳 문화이벤트홀은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이 준비돼 있어 몰리들의 선호지역으로 꼽히는 장소다.

타임스퀘어는 설계단계부터 몰링시스템에 주안점을 뒀다. 주요 포인트에 쉴 곳과 즐길 곳을 배치하는 한편 각각의 매장이 하나의 동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동선 폭은 16m를 유지했고 자연스런 층간 연결구조로 몰고어들이 산책하듯 몰링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 외에도 용산 아이파크몰, 고속터미널 센트럴시티, 자양동 스타시티, 문정동 가든파이브 등도 몰링족이 즐겨 찾는 몰링코스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