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KAIST·POSTEC 공동 선발 차세대 영재 기업인 김보경양·이채헌군

2010. 1. 20. 08:13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특허청·KAIST·POSTEC 공동 선발 차세대 영재 기업인 김보경양·이채헌군
[중앙일보] 2010년 01월 20일(수) 오전 00:06   가| 이메일| 프린트

[중앙일보 박정식] “2030년에 한국판 빌 게이츠가 나올까?” 특허청이 KAIST, POSTEC과 공동으로 지난해 말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첫 꿈나무 181명을 선발했다. ‘차세대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재산권)기반 영재기업인’으로 불리는 이들은 창의적 발명기업인이 목표다. 혁신적인 기술을 창안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가가 되겠다는 것이다. 고정식 특허청장은 “미래 신성장 산업을 창출할 기업가 정신 교육이 기존 영재 교육과 다른 점”이라고 전했다.

화려한 수상 이력보다 창의력 평가

초등 5학년 때 영재학급 활동 시작, 6학년 때 시교육청 영재교육원 발명반, 중1 땐 아주대 영재교육원 수료, 초등 6학년 때 한국과학창의력대회 금상, 이어 지난해 같은 대회에서 은상 수상. 첫 POSTECH IP 영재기업인에 합격한 김보경(경기 군포 도장중 2)양의 이력이다.

올해 경기 수원북중을 졸업하는 이채헌(16)군도 KAIST 첫 IP 영재기업인에 선발됐다. 이군은 초등 5학년부터 중3까지 도교육청 발명교실 활동, 초등 5학년과 중2 때 각각 수원시교육청 영재교육원 수료, 초등 때 수원시교육청 발명대회 은상과 동상 수상, 중2·3학년 땐 창의력올림피아드와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에서 장려상과 금상을 수상했다.

두 학생의 활동·수상 내용을 보면 전국의 영재들과 비교해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다. 그러나 KAIST와 POSTECH은 이들의 다각적인 상상력과 창의적인 과제해결 능력에 주목했다. 학교 시험성적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창의력이 뛰어난 학생들이다. 중학교 내신 석차 백분율이 25%지만 이미 4건의 발명품을 특허출원해 POSTECH 영재기업인에 합격한 김아라(16·서울미림여자정보과학고 입학 예정)양이 대표적인 사례다.

상황을 극복하는 창의적 문제 해결력

KAIST와 POSTECH은 지원자들의 재능이 주입식 교육의 결과인지, 자기주도학습의 결과인지를 구분하는 잣대를 들이댔다. 기존 영재학교 입시에 곧잘 나오는 수학퍼즐이나 과학실험 수행평가와는 다른 ‘답이 없는’ 시험을 실시했다. 캠프전형에서 이군이 받은 팀 수행 과제는 ‘친환경 에너지로 녹색사업을 할 수 있는 법’을 기획해 발표하는 것이었다. 아이디어를 창안해 지적재산으로 등록하고, 기업을 세워 시장에 맞게 제품화해 이윤을 창출하기까지 총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했다.

기존 영재교육원·영재학급·발명교실 등이 아이디어를 짜내 모형을 만드는 데 그쳤다면, 영재기업인은 경영전략까지 고려해야 한다. 이군은 팀원과 논의해 건조한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 기능을 활용, 이산화탄소를 대체에너지로 변환시키는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군은 “TV 과학프로그램과 인터넷 과학 블로그를 찾아보며 활용력을 기른 공부 습관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김양도 시험 당일 적지 않게 당황했다고 회상했다. ‘사진 이미지들로 자신의 꿈 표현하기’ ‘소와 닭의 공통점 찾기’ ‘연필과 공책의 다른 쓰임새 찾기’ ‘눈을 가린 채 불필요한 물건 순서대로 버리기’ 등 마치 게임 같은 과제를 받았다. 김양은 “주입식 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논리적이지만 한 가지 시점으로만 문제를 파헤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창의적인 학생들은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태도가 엿보였다”고 지적했다. 이양은 “평소 과학뉴스 글쓴이의 생각을 뒤집어보거나, 행인의 표정과 옷차림을 보고 그에게 벌어졌을 사건을 상상하던 습관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기술·기업·기부 3박자, 빌 게이츠가 모델

IP영재기업인은 초·중·고등 과정으로 나뉘어 앞으로 1년 동안 교육을 받게 된다. 영재성(창의력·도전 정신), 지식재산전문(수학과학지식·지식재산 전문성), 학습(자기주도학습·문제해결 능력), 기업가(리더십·대인관계·기업윤리·커뮤니케이션) 등 네 분야의 역량을 기른다.

기업윤리와 사회공헌을 배우는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 애플컴퓨터의 스티브 잡스, 선마이크로시스템의 빌 조이가 모델이기 때문. 이들은 창의적인 기술력으로 기업을 일구고 부를 쌓아 사회에 환원한 인물들이다. 그 경험을 전수하기 위해 안철수 KAIST 교수(안철수연구소 창업자), 이민화 KAIST 교수(메디슨 창업자), 이인식 과학기술칼럼니스트, 조벽 동국대 교수 등이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다.

고 청장은 “속진교육 대신 심화·심성교육, 지식이해 대신 프로젝트 수행, 특정 분야 집중보다 다분야 융합교육으로 교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허청 정연우 창의발명교육과장은 “일대일 기업인 멘토링, 국내외 인턴십, 창의발명 인적 네트워크 구성, 사후개인관리 시스템 등을 갖춰 영재들의 현장 실무 능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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