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2. 1. 09:40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현금 쌓아둔 대기업, 올핸 곳간 문 연다
15개 대기업 작년 현금성 자산 13조 늘어 42조
설비 증설·연구개발 등 공격적인 투자 계획
경향신문 | 전병역 기자 | 입력 2010.01.31 18:07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해 세계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고 문을 닫아 돈이 넘쳤다. 하지만 올들어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자 대규모 신규 투자에 나서면서 곳간을 열고 있어 고용시장에도 온기가 돌 전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15개 상장 대기업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이 지난해 말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42조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말 현금성 자산 28조6807억원보다 46%(13조4016억원)나 늘어난 수준이다.
넓은 의미의 현금성 자산은 대차대조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금융상품(단기자금 운용을 위해 1년 안에 만기가 도래하는 금융상품) 등 단기간에 쓸 수 있는 자산을 말한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말 현금성 자산이 12조4000억원으로 1년 전의 6조6000억원에 비해 5조8000억원(87.9%) 늘어 최대치를 보였다. 현대자동차도 7조3610억원으로 전년도 5조130억원보다 2조3480억원(46.84%) 증가했다. 포스코도 79.1% 늘어난 6조7540억원을 쌓아뒀다.
주요 15개사 가운데 SK에너지와 LG전자, 현대모비스만 현금성 자산이 줄었다. 이들의 현금성 자산이 사상 최대로 급증한 것은 이익은 많은 데 비해 투자에는 인색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민관합동회의를 열어 수차례에 걸쳐 투자를 독려했지만 기업들은 곳간을 열지 않았다.
한 그룹 관계자는 "현금은 쌓이고 투자도 필요했지만 워낙 경제 앞날이 불투명해 안전 위주로 비상경영에 주력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투자 계획조차 잡지 못한 채 '시나리오 경영' 같은 비상경영으로 버텨왔다.
현금을 쌓아놓기만 하고 투자를 안 하면 미래 성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들도 고민이 깊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확 달라졌다.세계 경기 회복세에 맞춰 주요 대기업들이 대규모 설비 증설이나 연구·개발(R & D) 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적절한 선행투자 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어서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집계 결과 30대 그룹의 올해 투자계획는 87조150억원으로 지난해 실적보다 16.3%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그룹은 올해 국내외에서 26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삼성전자가 18조4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지난해 투자액(5조5000억원)의 3배를 웃도는 규모로 현금성 자산 보유분을 훨씬 웃돈다.
현대·기아차는 연구·개발 부문에 4조6000억원을 쓸 예정이지만 현금성 자산보다는 적은 액수다. LG와 SK도 각 15조원과 7조원을 투자키로 해 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실적이 나빠졌지만 4년 연속 1조원대 투자를 이어간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부문 5조원을 포함해 사상 최대인 9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6조7000억원 수준인 현금 곳간을 모두 비우고 공격투자에 나선 것이다.
투자 확대로 신규 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전경련은 30대 그룹 신규 채용이 7만9199명으로 지난해 실제 채용규모보다 8.7%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를 10% 늘리는 STX그룹은 지난해보다 48.1% 늘어난 2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우리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정보센터장은 "현재 기업들이 현금이 많은 만큼 투자의 적기라고 할 수 있다"며 "투자가 이뤄져야 고용과 소비가 늘게 된다"고 말했다.
< 전병역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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