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공습하는 황사가 점점 잦아지고 독해지고 있다. 지난 주말 전국을 강타한 이번 황사는 올 들어 벌써 5번째 발생한 황사다. 특히 남부지방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1㎥당 2000㎍(마이크로그램·100만분의 1g)이 넘으면서 말 그대로 '수퍼 황사'의 공습을 받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구온난화 등으로 황사 발원지인 중국 · 몽골 등지의 사막지대가 갈수록 넓어지고 있어 앞으로 황사는 강도와 빈도가 모두 더 심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상청이 1960년부터 기록한 황사 데이터를 보면 한반도로 들이닥치는 황사는 확연히 잦아지고 있다. 서울지역의 경우 1960년대(1960~1969년)와 1970년대엔 각각 연평균 2.4회와 2.3회 발생했지만 1980년대 4.1회, 1990년대 7.0회, 2000년대엔 11.7회로 대폭 증가했다.
기상청 김승배 통보관은 "10년 단위 추세로 보면 우리나라가 황사 피해를 보는 날이 늘어나는 것은 분명한 현상"이라며 "예전에는 드물었던 '겨울 황사'가 2000년대 들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다 봄철인 3~5월 황사 시즌에 발생하는 황사가 눈에 띄게 잦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 중의 미세먼지 농도가 2000㎍을 넘어 숨쉬기조차 곤란할 정도의 독한 황사가 한반도를 공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2년 4월 황사는 서울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를 2070㎍까지 높였고, 2006년엔 2311㎍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과거의 수퍼 황사는 모두 4월에 발생한 반면 이번 황사는 한달 빠른 3월에 찾아와 '올봄에 수퍼 황사가 또 올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 황사처럼 독한 황사가 3~4월 중 또 닥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며 "앞으로 한달은 황사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고 특히 강한 북서풍의 영향을 받는 4월 상순까지가 '요주의' 기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 가장 자주 영향을 끼치는 황사는 중국 네이멍구와 몽골 고비 사막에서 불어오는 황사다. 중국 서부의 타클라마칸 사막·황토 고원·만주 등 중국 대륙 곳곳에서 황사가 발원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지만 빈도로 보면 네이멍구·몽골 발원지의 영향이 60% 이상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황사는 이례적으로 여러 발원지의 영향을 동시에 받으며 불과 하루 만에 우리나라로 밀어닥쳤다. 기상청은 "몽골의 사막지대와 중국 네이멍구 사막지대 그리고 황토고원 등 3곳의 황사 발원지에서 19일 저녁부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8000~9300㎍ 농도의 황사가 발생해 우리나라에 그 영향이 중첩적으로 미쳤다"고 말했다. 한 곳이 아닌 3곳의 발원지에서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강한 황사가 발생해 북서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수천㎞를 거쳐 오면서도 그 기세가 거의 꺾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강한 황사가 발원지에서 일어나려면 ①건조한 흙 먼지 ②편서풍의 강한 바람 ③강한 햇빛 등 '기상 3박자'가 동시에 갖춰져야 한다. 기상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발원지의 모래나 흙덩이가 바람을 타고 구르다가 햇빛으로 강하게 가열된 지표면에서 대류(對流·뜨거운 공기가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가 내려오는 일이 반복되는 것) 현상이 발생해 조금씩 공중으로 떠오르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발원지 1㎞ 이상 상공에 강한 편서풍이 불면 우리나라는 물론 태평양 건너까지 황사가 날아가게 된다"고 말했다.
황사 발생의 메커니즘은 잘 알려져 있지만 예측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기상청은 한달 전 발표한 '황사 전망'을 통해 "황사 발원지의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1~5도가량 낮은 데다 눈이 덮인 지역이 평년보다 다소 많기 때문에 강한 황사가 3월에 우리나라로 유입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전망은 빗나갔다.
기상청 관계자는 "발원지에 쌓인 눈이 빨리 녹은 데다 1~2㎝ 정도 쌓인 눈 아래의 모래를 공중으로 빨아들이는 강한 상승 기류가 발달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로 유입되기 1~2일 전에 정확한 예보를 내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은호 기자 unopark@chosun.com ]
[황사 비상] 한반도 '수퍼 황사' 왜?
2010. 3. 22. 11:3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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