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서비스수수료 폐지는 꼼수?

2010. 3. 24. 00:00이슈 뉴스스크랩

현금서비스수수료 폐지는 꼼수?
[매일경제] 2010년 03월 23일(화) 오후 05:48   가| 이메일| 프린트

카드사들이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없애거나 인하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반응은 싸늘할 뿐이다. 인하(폐지)분을 대출금리에 전가시켜 전체 대출금리는 인하폭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23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하나SK, 비씨, SC제일, 기업, 신한 등 5개 카드사는 취급수수료를 최근 폐지했거나 다음달부터 없앨 예정이다.

하나SK카드, 비씨카드, SC제일은행, 기업은행은 지난 1월 각각 0.4%의 취급수수료를 폐지했고 신한카드는 다음달부터 취급수수료를 폐지할 예정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현금서비스 이용 고객들에게 연 4% 수준의 취급수수료를 부과해 왔다. 취급수수료는 선이자 개념으로 고객이 100만원 현금서비스를 신청하면 4만원은 선이자 공제 후 96만원을 대출해 주는 것이다.

작년 말 금융당국과 시민단체 등은 연 30%에 육박하는 현금서비스 대출금리가 지나치게 높다며 카드사들에 합리적으로 인하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겉으로 취급수수료를 인하(폐지)하는 것과 달리 안으로는 이를 전체 대출금리에 포함시키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22일 "취급수수료 폐지로 현금서비스 이용 고객들이 부담하는 평균 이자율은 작년 4분기 25.05%에서 23.68%로 1.37%포인트 인하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 카드사의 현재 취급수수료는 연 4.84%다. 취급수수료를 포함한 현금서비스 대출금리는 14.68~31.44%다. 다음달부터 취급수수료를 없애면 9.84~26.6%로 금리가 떨어져야 하지만 최고 금리는 되레 28.84%로 높아졌다. 취급수수료를 없애는 대신 대출금리 자체를 올렸기 때문이다.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이 은행은 올해 초 취급수수료 0.4%를 없애면서 대출금리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평균 대출금리는 22.89%로 고작 0.3%포인트 내리는 데 그쳤다. 0.4%는 연환산 시 약 3% 수준이기 때문에 그만큼 금리 인하 효과가 나타나는 게 정상이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추가로 대출금리를 1%포인트 인하했다.

SC제일은행은도 같은 경우다. 이 은행은 취급수수료 0.4%(연 3.3%)를 폐지하면서 동시에 대출금리는 1.2%포인트 인상했다. 표면상 금리가 크게 낮아진 것처럼 보이지만 은근슬쩍 대출금리를 올려 실제 인하폭을 줄였다.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