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빌딩 속 하루 생활비 1달러..베트남의 두 모습

2010. 3. 27. 20:39지구촌 소식

고층빌딩 속 하루 생활비 1달러..베트남의 두 모습

아시아경제 | 이현정 | 입력 2010.03.27 13:55

[아시아경제 이현정 기자]베트남 남부 호치민 1군 중심지는 하얏트, 워커힐, 쉐라톤, 까라벨 등 세계 유수의 5성급 호텔들이 등을 맞대고 우뚝우뚝 서있다.

구찌, 루이비통 등 명품 매장들이 압구정이나 명동의 쇼핑거리 못지 않게 즐비하고 수백개의 '미니샵'들이 외국인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베트남 전통음식점을 비롯해 웨스턴바, 인도, 그리스, 태국, 브라질 등 세계 각국의 전통 레스토랑들이 모두 한 곳에 몰려있다. 물론 한국음식점들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베트남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입은 아가씨들의 미소와 노랑머리 파란눈의 서양문화가 함께 어우러진 이 곳은 그 어느나라 '젊음의 거리' 부럽지 않다.

여느 나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호치민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하는 또 다른 모습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커다란 구찌 매장 앞에는 맨발의 과일파는 아주머니들이 주욱 늘어서 있다.
5000동(약 300원)짜리 아이스커피를 파는 노점상도 쉽게 눈에 띈다. 빨간 간이의자에 앉아 먼지를 코로 들이마시며 커피를 홀짝인다.

바로 길 건너편 고급 커피전문점에는 10배 이상 비싼 커피를 판다. 주고객은 겉모습에서도 충분히 차이가 느껴진다.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2005년 8.5%, 2006년 8.2%, 2007년 8.1% 등 3년 연속 8%대의 고공행진을 계속해왔으며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5%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6%후반~7%대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 즉 사실상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은 크게 못미친다.

2008년 베트남의 물가상승률은 전년대비 22.6%로 폭등했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 수준은 살인적이다. 지난해도 7% 후반을 기록했으며 올해 글로벌금융위기가 점차 회복되면서 두자릿수의 물가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들이 급격한 경제발전 후에 빈부 격차라는 후유증을 �는 일종의 관례를 치뤄왔으며 베트남도 그 절차를 고스란이 밟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시내 중심가의 물가는 서울과 같은 선진국 중 물가가 높다는 도시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베트남의 1인당 GDP가 1000달러 내외로 국민 소득이 가장 낮은 국가에 속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히 국민 상당수가 거주하는 농촌과 고산지대의 하루 생활비는 1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금융기관 한 관계자는 "서양의 고급문화를 흡수하는 속도가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과 동시에 호치민에는 굶어죽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며 "하루가 다르게 부의 양극화도 심각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베트남 경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힘든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이같은 부의 양극화"라며 "한쪽에서는 굶어 죽고, 다른 한쪽에서는 부동산으로 신흥부자가 된 베트남인들이 과연 어떻게 사회적 조화를 이룰지 아무도 모른다"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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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