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은 무료!" 영국 '국가보건서비스'를 아시나요?

2010. 3. 21. 11:38지구촌 소식

"모든 것은 무료!" 영국 '국가보건서비스'를 아시나요?

오마이뉴스 | 입력 2010.03.19 21:05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대전

 




[오마이뉴스 김용수 기자]






'환자인 당신을 위해 존재한다'는 영국 국가보건서비스 병원 퀸즈메디컬센터 웹페이지


ⓒ 퀸즈메디컬센터


영국은 우리에게 '신사의 나라', '여왕이 있는 나라'로도 유명하지만, 그것보다는 우리보다 훨씬 먼저 산업혁명을 이루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가 됐으며, 그런 산업발전 위에 '요람에서 무덤까지' 슬로건을 주창하며 사회보장제도를 잘 갖춘 나라로도 잘 알려졌다.

영국의 사회보장제도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60년째 국민에게 무상 공급을 해오고 있는 '국가보건서비스(NHS)'다.

국민에게 의료서비스 무상 제공... 외국인도 동일 자격

영국의 의료제도인 국가보건서비스는1948년 노동당 정부에 의해 처음 시행된 이후 지난 2008년 60주년을 맞았다.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를 통해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또한 외국인이라 하더라도 6개월 이상의 거주가 인정되는 사람에게는 자국민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한다.

외국 국적의 유학생이라 하더라도 6개월 이상의 언어나 학위과정에 등록한 학생은 물론 학생 가족(자녀, 부부)까지 영국인과 동일하게 국가보건서비스에서 제공하는 모든 의료서비스를 무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스코틀랜드 4개 지역의 연방국가가 하나의 영국을 이루고 있지만, 2008년을 기준으로 잉글랜드에만 소속된 국가보건서비스의 인원은 의사 13만 3662명, 간호사 40만 8160명을 비롯하여 대략 136만 8693명이 국가보건서비스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종사하고 있다.

개인별 주치의를 통한 건강관리

국가보건서비스의 진료체계는 2단계(개인별 주치의-병원)로 구성되어있다. 대부분의 영국 사람들은 거주지역에서 1차 의료기관인 서저리(Surgery)에 등록하면 개인별 주치의(GP)를 배정받게 되며, 주치의를 통해 일상적으로 건강을 점검 받는다. 주치의를 만나고자 할 때는 사전예약이 기본이지만 사전예약 없이 서저리에 방문하여 진료를 받아야 할 경우에도 당일 근무 중인 다른 주치의를 통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서저리를 방문한 환자가 주치의로부터 투약 처방을 받는 경우, 환자가 주치의에게서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제출하면 약국에서 복용약과 투약 설명을 받는다. 성인은 7파운드를 약국에 지불하지만 16세 이하의 아동, 출산 후 1년 미만의 여성, 특별한 의료적 필요를 요하는 사람과 노인에게는 약값도 무료로 제공된다.

한국의 열악한 1차 의료와는 달리 영국의 '주치의' 제도는 영국인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1차 의료의 관문이며 최일선 통로이다. 주치의를 통한 정규적인 건강관리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개인의 건강관리 기록들을 통해서 개인별 질환들을 주기적으로 점검할 수 있으며 같은 질환일지라도 지난번과 비교하여 어떻게 다르고 변화되었는지를 정규적으로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개인별 주치의를 통해 일상적으로 건강을 점검 받는 환자가 좀 더 전문적인 검사나 진료가 필요하다고 여겨질 때 환자들은 주치의를 통해 국가보건서비스의 인근 병원으로 의뢰되어 진료를 계속 받게 된다.

보다 전문적인 치료는 국가보건서비스 병원에서

2006년 4월 급성질환 교육기관으로 설립된 퀸즈메디컬센터(QMC)는 잉글랜드의 미드랜드 지방 동부에 있는 노팅험셔 주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주치의들로부터 1차적으로 진료 의뢰되는 국가보건서비스 병원이며 전문진료를 위한 병원이다. 전반적인 병원서비스를 포함하여 다양한 전문의료 서비스를 노팅험과 영국 전역의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인근 시티병원과 함께 노팅험과 인근지역의 250만 명에게 급성질환에 대한 전반적인 서비스와 전문진료 및 3차 병원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요한 의료서비스 공급자로 2100병상을 수용하고 있으며 대략 1만2000명의 직원과 1500명의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활동하고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행정 직원과 의사는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인 셈이다.

이렇듯 국가가 국민에 대한 건강 책임을 갖고 60년째 영국인들에게 무상 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국가보건서비스는 국민들의 다양한 사회적 위험 가운데 특히 영국인들의 건강을 위해 제도화되어 시행하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일환이다.

질병이나 사고 등 의료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회경제적 요건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적 서비스를 이용함으로써 이들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국가보건서비스의 목적이며, 극빈층이나 몇몇 특정 계층에게만 부여하는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사회연대성의 원리에 기초하여 모든 사람에게 부여하는 보편적 복지제도의 일환인 것이다.

한국은 할 수 없는 일인가

지금까지 세계 어느 국가에도 모든 사람들을 만족하는 완벽한 정책과 제도가 있을 수 없듯이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 또한 완벽한 제도가 아니며 제도 운영상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가 영국인들의 실제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사람은 그가(한국이든 다른 곳이든) 어느 사회에서 살아가든지 부지불식간에 그가 속한 환경의 제도나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고 살아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욱이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사회복지제도(사회보장제도)의 경우라면 그 실질적인 영향력은 더욱 더 클 것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사회를 복지국가, 즉 좋은 사회라 일컫는 이유는 개인의 생애주기적인 사회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 위험을 줄여주는 다양하고 튼튼한 사회보장제도가 그 국가 사회 근저에 밑받침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는 다름 아닌 절대 다수의 국민들이 실직, 노령, 질병, 사고, 사망 등 다면적인 사회적 위험을 당할지라도 그 충격을 줄여서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결과적으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사회의 완충작용 역할이 그 목적인 것이다. 그래서 좋은 복지정책과 제도는 그만큼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인 것이다.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실직, 질병, 사고 등 예전보다는 더 많은 형태의 위험에 노출되어 살아가야 하는 한국에서 영국의 국가보건서비스처럼 개인만의 책임으로 극복하기 힘든 상황을 연대성의 원리에 바탕을 둔 '사회보장제도'가 그 해답이 되지 않을까?

암환자 가족과 또한 일반 국민들을 위한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장성이 더욱더 발전하고 그래서 한국 사회가 희망의 사회로 나아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