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둥그레진 외국인들 "이게 가드레일이라고요?"

2010. 4. 1. 09:10세계 아이디어 상품

휘둥그레진 외국인들 "이게 가드레일이라고요?"
[매일경제] 2010년 03월 31일(수) 오전 08:42   가| 이메일| 프린트

"이 원통형 제품이 정말 충격을 흡수해 주나요?" "오토바이 사고에도 안전한가요?"
푸른 눈의 서양인들이 신기한 듯 여기저기서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 23일부터 열린 암스테르담 국제교통박람회(Intertraffic Amsterdam 2010) RAI 국제전시장 한 켠에는 조그맣게 한국관이 마련된 가운데 유독 외국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부스가 있었다. 한 중소업체 ETI(Environment Technology Industry)가 내놓은 '통돌이'라는 차량 방호벽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줄줄이 일렬로 세워진 이 노란 원통형 울타리는 간단히 말해 차량 사고 시 충격을 흡수해 주는 도로 거치장치다. 기존 가드레일은 딱딱한 스틸(Steel)로 만들어져 충돌에 따른 충격만 흡수해주는데 반해, 탄력있는 특수발포소재로 만들어진 '통돌이'는 차량이 충돌하면 자동으로 회전, 차량이 받는 충격을 반감시킨다. 통 안의 내부 구조는 상당히 간단하지만 이를 통해 교통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남아프리카에서 온 맨프레드 해글러(Manfred Hagler) 세이프로드시스템(Safe Road System) CEO는 "기존 스틸형 제품들과 달리 새로운 형태의 가드레일을 보니 상당히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브라질에서 가드레일을 만드는 한 바이어도 "이 노란통이 차량 뿐만 아니라 오토바이 전복 사고에서도 충격을 완화해주는지 궁금하다"며 "다시 이메일을 통해 연락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외에도 호주, 포르투갈, 스웨덴, 이탈리아 등지에서 온 바이어들은 '신기하다', '유럽 충돌실험에서 통과했나' 등 다양한 질문을 쏟아내며 관심을 보였다. 이 제품의 자국 운송 방법에 대해 묻는 바이어도 있었다.

이 제품 아이디어를 낸 최선호 ETI 회장은 "그 동안 수의사, 택시기사 등 다양한 직업을 거치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개발한 제품"이라며 "올해에도 새로운 개념의 교통안전시설 4~5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4년 간의 개발 끝에 선보인 통돌이는 현재 일본, 중국, 호주를 비롯해 세계 5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뿐만 아니라 특히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은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도 러브콜을 보내오고 있다. 이들 시장 개척을 위해 최 회장은 최근 유럽 인증 통과를 위한 준비로 한창 분주하다.

아직 직원이 채 10명도 안되는 작은 규모지만 올해 신제품 출시와 함께 새로운 시장 진출을 통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교통 관련 박람회 중 최대 규모인 이번 네덜란드 박람회에는 통돌이와 같은 교통안전 시설 외에도 주차관제, 교통 인프라, 통제시스템, 신호 및 조명설비 등 세계 각국의 교통 관련 시설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다소 딱딱하고 투박해 보일 것만 같은 교통 기자재들이 형형색색의 LED, 친환경 소재, 자동화시스템 등 다양한 테마로 새 옷을 입으면서 마치 세계 각국의 가전제품 전시회장을 방불케 했다.

개막 첫날부터 수많은 바이어들로 북적인 가운데 독일 헤인츠맨그룹(Heintzmann Group)은 기존의 콘크리트가 아닌, 간단한 개폐식 가드레일 제품으로 눈길을 끌었다. 스페인의 한 업체는 인터넷뱅킹이나 전화로도 자전거 주차권을 끊을 수 있는 이색적인 자동화 시스템을 선보여 바이어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전시회장 곳곳에 흩어져 있는 한국 부스에도 많은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박람회에서 '쿠션 탱크 시스템'이라는 도로용 충격흡수 시설을 내놓은 신도산업 엄기연 해외영업팀장은 "이제 외국인들도 '한국 제품'이라면 품질을 의심하지 않고 신뢰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중국이나 동남아, 중동 등 해외 영업망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해외 수출 100만달러(11억원)를 넘어 올해에는 2배 수준인 200만달러(한화 23억원)를 해외에서 일궈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어 "때로는 해외에서 2~3일 내 배송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현재의 항해 여건상 최소 20일은 걸릴 수 밖에 없어 제품 납기일을 맞추기 힘든 것이 다소 한계"라고 토로했다.

다른 한국업체인 켐플러스(Chem Plus)는 도로 상의 역반사되는 유리알을 통해 비오는 밤에도 운전자가 보다 안전하게 시야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비오는 날 일반 도로의 반사율이 거의 제로(0)에 가까운 반면 이 제품은 기존 유리알 제품들에 비해 3배 가량의 반사 성능을 갖고 있어 사고율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터키 등의 국가에서 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켐플러스 한 관계자는 "이 제품은 전세계적으로 3M과 함께 두곳에서만 생산하고 있다"며 "3M에 비해 가격이 더 저렴하면서도 성능도 좋아 지난 2008년 경쟁에서 3M을 무너뜨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러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국내 중소업체들이 해외로 뻗어나가기에는 아직 많은 장벽이 존재한다고 국내 관계자들은 털어놨다.

박람회 한 참가자는 "이번 박람회만 봐도 국내 업체들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부스 규모나 시설 면에서 많이 빈약한 것 같다"며 "앞으로는 국내 동종업체들끼리라도 사전 미팅이나 업계 내 협력을 통해 해외 시장을 함께 개척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박람회에 참가한 중소기업중앙회 이재한 부회장은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력은 높은 편이지만 국내 내수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는만큼 이러한 전시회 등을 통해 수출을 도모해야 한다"며 "하지만 현재로서는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해외 마케팅을 적극 추진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들과 함께 공동 브랜드 개발을 적극 추진해 나감으로써 앞으로 중소기업들이 해외 판로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정나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