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자에 '행복한 노후'는 없다

2010. 4. 11. 08:29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퇴직자에 '행복한 노후'는 없다
[아시아경제] 2010년 04월 09일(금) 오전 10:53   가| 이메일| 프린트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사례1=지난해 2월 금융위기 여파속에 중견 디스플레이업체를 퇴직한 박모(52)이사는 최근 통장에 찍히는 정기예금 이자를 보면 이마에 주름이 깊어진다. 노후를 위해 마련해 놓은 자금에 퇴직금 등을 모아 총 3억원을 은행 월이자지급식 정기예금에 넣어놓았는데 이자는 고작 87만 5000원, 그나마 세금을 떼고 나니 74만원이다. 금리가 3.5%라는 점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 관리비와 각종 보험, 공과금 등으로 빠져나가면 남는 생활비는 없다. 그렇다고 알토란 같은 돈을 주식에 투자하기는 겁나 부동산투자 쪽으로 고민을 해보고 있다.

#사례2=주부 김모(39)씨는 목돈을 만들고 싶어 은행을 찾았다가 금리를 보고 가입을 포기했다. 1년만기로 1000만원짜리 적금상품을 소개한 은행직원은 연 2.9% 금리를 제시했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이 3.1%라는 뉴스를 봤는데 여기에도 못미치는 이자를 준다니 조금 위험성은 있어도 적립식 펀드상품으로 마음을 돌린 것이다.

은행에 몇 억원 넣어만 놓으면 노후생활이 보장된다거나 적금으로 목돈을 모아 자녀 대학등록금으로 쓰겠다는 금융상식을 버려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시중은행 정기 예·적금 상품 금리가 금융위기 이 후 급격히 추락, 실질금리수준이 소비자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면서 예·적금은 노후생활 대비 또는 목돈마련 재테크 상품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지난해 3월부터 7월까지 2% 중후반을 맴돌다가 올 1월 3.93%로 반짝 상승한 후 2월부터는 다시 내림세로 돌아섰다. 4월 시중 대형은행 정기예금(1년만기) 금리는 3%초반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예금에서 받는 이자로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최소 10억원 정도는 넣어놔야 월 200만원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일반 퇴직자들은 상상하기 힘든 거금이다.

"직장 다니는 동안 스스로는 이자만으로 생활이 가능할 만큼 노후자금(4억원)을 꽤 모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착각이었습니다. 정기예금 이자에서 세금 떼고 물가상승율 등을 계산해보니 그저 원금지키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주식에 돈을 넣기는 불안하고.."(50대 후반 대기업 명예퇴직자 김씨)

김씨는 최근 빚을 조금 내서라도 상가임대를 통해 노후계획을 다시 세울 예정이다.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에 7억원을 들여 1층 상가를 임대 받은 후 금융권에 365코너로 임대하면 연 7%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이 애용하는 '정기적금'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시중 6대은행의 정기적금 잔액이 4개월째 하락한 것은 한 대표적인 '적금 몰락'의 징후다.

더욱이 최근 주식시장이 강세를 유지하며 상당수 적립식펀드의 수익률이 10%대를 훌쩍 뛰어넘자 적금을 쳐다보던 서민들은 은행을 외면하고 있다.

주부 김씨는 "주변 사람들을 보면 이제 목돈 마련하겠다고 적금을 넣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며 "요즘은 은행금리보다는 펀드 수익률 이야기가 주된 소재"라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적금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인식의 변화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재테크 상식의 혁신이라고 봐야 한다"며 "은행들도 최근에는 단순 예·적금 상품보다는 주가연계예금 등을 통해 은행 특유의 안정성을 담보하면서 예금이자를 초과할 수 있는 다양한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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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팀 vicman120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