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의 격변기 대처법

2010. 4. 20. 08:54C.E.O 경영 자료

강남 부자들의 격변기 대처법

매일경제 04/19 20:46
◆ 격변기 재테크 환경 긴급점검 ◆



환율이 출렁일 가능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위축돼 있으며 예금금리는 3%대에 머물러 물가를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 금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남 자산가들은 어떻게 대처하는지 4대 은행 강남PB들로부터 ‘강남 부자’들의 재테크 이야기를 들어봤다.

강남지역 프라이빗뱅커(PB)들은 위기는 지났지만 후유증 때문에 강남 부자들도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격적인 ‘한방’ 투자보다는 손실을 줄이는 보수적인 투자패턴이 부자들 사이에서 자리 잡았다고 분석했다.

정성진 국민은행 청담PB센터 팀장은 “금융위기 이후 강남 자산가들이 수익률 뿐 아니라 리스크도 중시하고 있어 움직임이 보다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임혜정 신한은행 역삼PB센터 팀장은 “과거 위험선호도 높고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거액 자산가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투자자산의 손실경험으로 투자결정에 매우 신중해 졌다”고 평가했다.

기대수익률 10%면 충분
금융위기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는 것.

정병민 우리은행 테헤란로지점 PB팀장은 “최근까진 목표수익률이 10~15% 정도 됐지만 이젠 7~10%로 낮춰 잡는 경우가 많다”라며 “적정 수익률만 달성되면 주식시장에서 돈을 빼서 현금화해두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강원경 하나은행 압구정PB센터장은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가 잇따르고 있는데 해외펀드는 아직까지 손실규모가 커서 환매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라며 “이머징마켓 펀드는 그대로 보유하되 선진국 시장 펀드는 환매해 국내주식형으로 갈아타는 투자자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정성진 팀장은 “전반적으로 포트폴리오 목표 수익율이 예전에 비해 다소 낮아진 편이며 이에 따라 안전자산 선호비중도 금융위기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며 “위험을 감수하는 투자자의 경우 안전자산 60%, 위험자산 40%의 비율로, 위험을 회피하는 투자자의 경우 안전자산 80%, 위험자산 20%의 비율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팔고 ELD·ELS 관심
시장은 안갯속이지만 보다 높은 금리, 보다 높은 수익률을 향한 부자들의 재테크는 틈새시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성진 팀장은 “안전한 예금의 경우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돼 세금이나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이자율은 거의 제로에 가까운 만큼 머니마켓펀드(MMF) 등 유동자금으로 보유하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며 “우량한 회사채, 기업어음 출시 시 일부 자금이 몰리는 현상도 목격된다”고 말했다.

강원경 센터장은 “최근 채권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지만 금리가 높은 수준이 아니라서 공격적인 성향의 자산가들은 고위험 고수익 채권인 하이일드 채권이나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메자닌펀드 등에 관심이 많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틈새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채권투자에 대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병민 PB팀장은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려서 채권시장으로 쏠림현상이 발생한 것일 뿐이다”라며 “중장기적으로 금리상승기인 것은 명확한 만큼 출구전략에 따라 채권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주가연계예금(ELD), 주가연계증권(ELS) 등 비교적 안전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추가하는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혜정 팀장은 “금리가 낮은 확정금리 상품보다는 안전하면서도 정기예금 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원금보장형 지수연계 ELD나 ELS, 기초자산과 투자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스텝다운형 ELF가 연초부터 고객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대안 상품도 부자들의 포트폴리오에 꾸준히 편입되고 있다. 임혜정 팀장은 “달러화 약세와 인플레이션 헤지에 직접 투자하는 골드리슈 등 대안상품 투자에 15%, 국내 주식형 펀드, 원자재 펀드, 글로벌 해외 자산배분 펀드 등 주식형펀드에 30% 자산배분을 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은 잿빛 일색이다. 정부가 LTV, DTI 등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가계대출 축소를 위해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자제시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병민 PB팀장은 “부동산 경기가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은 접는 게 좋다”라며 “과거 한방으로 큰돈을 벌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최근에 강남지역 자산가들은 이미 부동산을 정리해왔다”고 지적했다.

[손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