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 보기 힘든 봄' 농민도 소비자도 '속 탄다'

2010. 4. 26. 09:20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햇볕 보기 힘든 봄' 농민도 소비자도 '속 탄다'

노컷뉴스 | 입력 2010.04.26 08:30

[부산CBS 박중석 기자]

궂은 날씨로 잎 채소류와 과일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시장을 보는 주부들은 물론 농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부산의 한 대형 할인점 야채 코너, 주부들이 배추와 상추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불과 몇 달 사이 배 이상 뛰어버린 가격에 선뜻 장바구니에 담기가 부담이 되는 것이다.
주부 이 미경(32)씨는 "채소나 과일 값이 너무 비싸서 예전에는 한꺼번에 넉넉히 사놓고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먹었는데, 지금은 그날 먹을 것만 사고 있다"며 "물건을 들었다 가격을 보고 내려놓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하소연했다.

장사를 접을 수 없는 식당은 상추나 배추 등 야채를 울며 겨자 먹기로 구매하고 있다. 치솟은 채소값에 식당 개업을 미루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2년 전까지 식당을 운영하다 다시 개업을 하려한다는 김 정희(48)씨는 "시장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농수산물도매시장에 나왔는데, 물건값이 2년 전과 비교해 너무나 올랐다"며 "가격이 내릴 때까지 개업을 미뤄야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된다"고 한숨지었다.

농수산물 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23일 부산지역의 배추 한포기 가격은 6천 원으로 2천 원이던 지난 1월에 비해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방울토마토 역시 kg당 6천 원을 넘어서는 등 잎 채소류와 계절 과일류의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궂은 날씨 탓에 일조량이 부족해 작물 수확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3월 부산의 일조시간은 평년의 60% 수준인 117시간에 그쳐 기상 관측이래 가장 짧았고 이달 들어서도 지난 22일까지 일조량은 87시간에 머물러 평년 110시간에 한참 못 미쳤다.

지난 23일에는 우박까지 쏟아져 그렇지 않아도 해뜰날만 기다리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철렁하게 만들었다.

강서구 대저동 문영식 작목반장은 "올봄 궂은 날씨가 계속돼서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곰팡이 등이 기승을 부려 수확량이 평년에 3분의 1가량으로 줄었다"며 "다행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우박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올해 농사를 접어야 하나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이번 주 들어서도 부산지방에 비소식과 함께 흐린날씨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농민들과 주부들의 마음고생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을 걸로 보인다.
jspark@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