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디' 중국에 삼성·현대 속앓이

2010. 4. 28. 09:24지구촌 소식

'만만디' 중국에 삼성·현대 속앓이
[아시아경제] 2010년 04월 27일(화) 오전 09:42   가| 이메일| 프린트
[아시아경제 이정일 기자]중국 정부의 '만만디(慢慢的·행동이 굼뜨다)'에 삼성·현대 등 국내 기업들의 속앓이가 깊어만 가고 있다.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외국 기업 진출에 장벽을 높이면서 중국 투자를 계획 중인 국내 기업들의 생산 전략에도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 LG전자 · 현대차 등 중국 내 시설 투자를 추진 중인 국내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베이징에 제3공장 설립 허가를 기다리고 있지만 최종 결정이 계속 미뤄지면서 생산 전략에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 현대차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허가를 서둘러 내려주기를 바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삼성전자·LG전자가 계획 중인 LCD 공장 설립 건도 이미 한달 전 결정이 내려졌어야 함에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공장을 설립하면 각종 세제 혜택을 주겠다는 말도 사라졌다"면서 "삼성·LG를 비롯한 6개 글로벌 기업이 LCD 공장 설립을 신청한 상황에서 중국은 지금 '꽃놀이패'를 즐기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LG전자는 중국 정부의 승인이 떨어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국내 공장 증설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외자 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중국이 이처럼 고개를 뻣뻣이 세우자 '격세지감'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코트라 관계자는 "중국이 과거 백화점식 투자 유치에서 벗어나 이제는 자국 산업 발전을 전제로 한 '선택'과 '집중'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급속한 성장에 따른 빈부격차와 지역격차 등의 폐해가 심화되자 중국 정부가 외자 유치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들의 대 중국 투자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수출입은행 자료에 따르면, 9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늘어난 대 중국 투자는 2007년 52억4790만 달러로 정점을 찍더니 2008년 37억4847만 달러, 2009년 20억8193만달러로 하락세를 걷고 있다. 코트라측은 "국내 기업들의 중국 투자가 점차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미국·유럽을 겨냥한 생산 거점지로서 여전히 매력적인 만큼 국내 기업들의 러브콜은 지속될 전망이다. 엄정명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무역 장벽 등으로 비용이 추가로 상승하더라도 중국 시장은 국내 기업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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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일 기자 ja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