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에 한발 더"..한국은행 발표문에 `변화`

2010. 5. 13. 08:25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출구에 한발 더"..한국은행 발표문에 `변화`

이데일리 | 문정현 | 입력 2010.05.12 13:39

 

[이데일리 문정현 기자] 한국은행이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한다는 문구 가운데 `당분간`이란 표현을 지웠다.

이날 한국은행은 "앞으로 통화정책은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면서 경기회복세 지속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운용하되 국내외 금융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작년 4월부터 13개월간 "금융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표현 앞에 "당분간"이라는 단어를 붙여왔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이란 표현은 언젠가는 뺄 수 밖에 없는 것인데, 현재 상당히 많은 경제변수가 회복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액션(금리인상)을 취하지 않는 것은 경기하강(다운사이드) 리스크가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임박했다고 보긴 무리가 있으나, 향후 인상을 위한 사전작업 가운데 하나로 해석하고 있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 사태로 인해 출구전략이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는데, 오히려 당국은 시스템 리스크만 없다면 유럽 사태에 부화뇌동할 필요가 없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고 판단했다. 공 연구원은 "당장 다음달에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통화정책이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재호 키움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을 앞으로 유연하게 운용하고 싶다는 바람을 반영한 것 같다"며 "긴축에 한 발 더 다가선 표현으로 금리인상에 앞서 장애물을 제거해 나가는 단계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은 4분기 한은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으나 3분기도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박종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높아졌으며, 통화정책 스탠스에도 변화가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다만 "첫번째 금리인상은 3분기가 유력해 보이나 국내외 경기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확신할 수는 없으며, 금리인상의 속도 역시 빠르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은 남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인해 불안요인으로 남아 있지만 국내경기 회복세에 대해서는 낙관적으로 평가했다.

한은은 지난달 "국내경기는 건설투자가 다소 부진한 모습이나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소비와 설비투자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힌데 비해 이번달에는 "국내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모습이다"고 밝혔다. 건설투자와 수출, 소비, 설비투자에 대한 판단은 전월과 같았지만, "고용사정도 민간부문을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언급이 추가했다.

소비자물가에 대한 달라진 표현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한은은 4월 "소비자물가는 서비스가격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둔화되었으며 당분간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으나 이번달에는 "앞으로 물가는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나 경기회복으로 수요압력이 점차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