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려 성공신화 썼다

2010. 5. 16. 11:24C.E.O 경영 자료

애플은 소비자를 사랑에 빠뜨려 성공신화 썼다

저자와의 대화 『I Love 브랜드』의 최순화·이민훈 박사

주정완 | 제166호 | 20100516 입력 블로그 바로가기
루이뷔통 핸드백은 전 세계 수많은 여성에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동경의 대상이다. 다국적 브랜드 컨설팅회사 인터브랜드에 따르면 지난해 루이뷔통의 브랜드 가치는 211억2000만 달러(약 25조원)에 달했다. 전 세계 패션 브랜드 가운데 부동의 1위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도 최고급·최고가 이미지를 통해 상류층의 유행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나가고 있다. 중산층에도 루이뷔통은 경제 상황이 허락하는 한 다른 비용을 아껴서라도 제품 하나쯤은 갖고 싶게 만드는 ‘욕망의 상징’이다.

이민훈
한때 루이뷔통과 비슷한 선상에서 경쟁을 펼치던 구찌는 어느새 한참 뒤로 처지고 말았다. 지난해 인터브랜드가 평가한 구찌의 브랜드 가치는 81억8200만 달러로 루이뷔통의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구찌는 2000년대 초 경제 불황이 닥치자 30~70%의 바겐세일을 실시했다. 중산층 이하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대중화 전략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을 꾀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중대한 실수가 됐다. 수익이 급감했을 뿐 아니라 ‘한정된 소수를 위한 최고급 브랜드’라는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았다.

브랜드의 진정한 힘은 위기가 닥쳤을 때 드러난다. 소비자의 가슴에 우러나오는 사랑을 받는 브랜드와 호황에 편승해 적당히 묻어가던 브랜드는 천양지차가 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최순화·이민훈(수석연구원) 박사는 최근 16가지 브랜드의 성공 이야기를 담아 아이 러브(I Love) 브랜드란 책을 펴냈다. 이 책은 브랜드를 사람에 빗대 소비자와 브랜드를 애정 관계로 바라보는 참신한 시각으로 벌써부터 서점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소비자의 관심을 받을 수 없고, 가족·친구·연인처럼 소비자를 사랑에 빠지게 하는 브랜드가 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영화나 TV 드라마처럼 브랜드 자체의 ‘드라마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 책의 저자인 이민훈(34) 박사를 14일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만났다. 미국 시애틀의 워싱턴대 방문연구원으로 해외 마케팅 트렌드를 연구 중인 최순화(38) 박사는 국제전화로 인터뷰했다. 두 사람은 “애플의 신제품이 나오면 사람들이 애플 스토어 앞에 장사진을 치고 기다린다. 이들이 애플이란 브랜드에 느끼는 친밀감·열정·신뢰는 완벽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들은 “모든 브랜드가 애플처럼 돼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플레이보이는 건강이나 도덕적 한계가 있는 브랜드라도 소비자의 꾸준한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같은 ‘드라마 전략’이 필요
이 박사는 글로벌 불황을 맞은 소비자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가치를 높인 대표적 브랜드로 비자카드를 꼽았다. 그는 “불황에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씀씀이를 줄이게 마련”이라며 “자칫 신용카드 사용액이 급감할 수 있는 상황에서 비자는 통장 잔액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체크카드에 마케팅을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의 가려운 부분을 정확히 찾아 해결책을 제시하고 매출도 높인 사례”라며 “불황이라도 새로운 흐름과 기회는 항상 존재하는데 그것을 어떻게 찾아내 대처하느냐에 성공의 열쇠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의 비자카드에 대한 사랑을 ‘중매결혼’의 남녀관계로 설명했다. ‘연애결혼’처럼 소비자에게 친밀감·열정을 이끌어내기엔 부족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제품의 본질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는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루이뷔통과 같은 명품 브랜드와 소비자의 관계는 귀부인을 떠받드는 ‘복종적 사랑’의 남편에 비유했다. 귀부인이 도도하게 굴고 권위와 카리스마를 내세울수록 ‘복종적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만해 한용운이 ‘복종’이란 시에서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라고 노래한 것과 비슷하다.

최 박사는 최근 미국에서 생활하며 ‘트레이더 조’란 유기농 제품 전문매장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가격은 적당하면서 자체 유통·공급망을 통해 검증된 유기농 제품만 공급한다는 확실한 신뢰가 있다. 월마트처럼 매장이 크지 않은 대신 동네 아저씨·아줌마처럼 친근감 있는 직원들이 친절하게 제품 정보를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또 “트레이더 조는 미국 서부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매장을 운영한다. 희소성이 있는 만큼 소비자의 애정과 애착도 강하다”고 덧붙였다. 반드시 글로벌 시장이 아니더라도 특정 지역의 제한된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소비자의 사랑을 받으며 성공한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카스·포스코·애니콜에도 주목
저자들은 국내 브랜드 중에는 박카스·G마켓·포스코·애니콜의 네 가지에 주목했다. 1961년 첫 발매된 동아제약 박카스는 화려한 매력은 없지만 어릴 적 소꿉친구처럼 친근한 느낌을 준다.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제품의 변화는 많았지만 ‘젊음과 활력’이란 브랜드 이미지는 꾸준히 유지했다. 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엔 ‘지킬 건 지킨다’는 광고가 큰 호응을 얻으면서 박카스 출시 이후 태어난 젊은 층에도 친숙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G마켓은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소비자에게 강력한 흡인력을 지닌 ‘불타오르는 사랑’의 브랜드다. ‘인터넷에 접속하면 습관적으로 G마켓에 들어가 쇼핑하는 행위’를 뜻하는 ‘G마켓질’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이처럼 중독·충동성이란 부정적 요소도 있지만 제품 사용후기 등을 통해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낸 것이 성공의 비결이란 설명이다. 포스코는 비자카드처럼 본질에 충실한 신뢰의 브랜드로 꼽혔다. 철강이란 차가운 느낌의 기술 이미지를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입니다’란 광고 캠페인으로 일상생활에서도 친숙한 이미지로 바꿔놨다는 분석이다.

반도체에 이어 삼성전자의 두 번째 ‘기적’으로 불리는 애니콜은 친밀감·열정·신뢰의 삼박자를 고루 갖춘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특히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을 석권하던 모토로라를 누르고 국내 정상에 오른 뒤 세계 시장에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하면서 한국인이 열광하는 드라마틱한 반전 스토리를 보여줬다. 이 박사는 “중형 자동차에 깔려도 부서지지 않고 화재 현장에서 극적인 구조를 가능케 하는 등 우연처럼 일어났지만 임팩트 있는 작은 이야기들이 애니콜 브랜드의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