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전에 1억 맡겼으면 11억으로 불어"

2010. 5. 17. 09:22C.E.O 경영 자료

펀드가입, 공모주 청약, 직접투자....

대부분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때 선택하는 투자기법이다.

하지만 일반투자자들이 아직 잘 모르는 투자대안이 있다. 투자자문사에 돈을 맡기는 이른바 '일임매매'다.


지난 2003년 설립된 가치투자자문(박정구.이서구 공동대표)은 설립 이후 올해 4월말까지 누적수익률 983.9%를 기록했다.

이는 설립 초기 1억원을 맡긴 투자자라면 단순 계산할 때 지금은 약 11억원으로 불어났다는 뜻이다.

가치투자자문의 수익률은 코스피 상승률과 국내외 대표 펀드의 수익률과 비교할 때 단연 돋보인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77.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국내 대표 펀드로 불리는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1호'는 481.5%, '인디펜던스'는 333.0%의 수익을 냈다. 외국계인 템플턴그로스는 238.1%였다.

코스피 상승률에 비해서는 5.5배,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1호'에 비해서도 두 배 가량 높은 수익률이다.

박정구 대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알지만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며 "하지만 누적수익률을 따져보면 볼수록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더욱 절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일반투자자들이 투자자문사를 꺼리는 점은 바로 '안정성'이다. 자산운용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비해 회사 규모가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

이에 대해 이서구 대표는 "투자자문사는 운용만할 뿐 고객의 자산은 증권사 계좌에 보관되기 때문에 본인 이외에는 인출할 수 없다"며 금융사고 위험이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치투자자문의 또 다른 특징은 자체 고유계정을 '모델포트폴리오'로 고객의 계좌도 똑같은 비율대로 주식을 매수한다는 점이다. 올해 4월말 현재 가치투자자문의 전체 운용규모는 908억2400만원. 이중 220억원이 고유계정이다. 회사 자본금이 최대의 고객인 셈.

예를 들어 100개의 계좌가 있다면 1번부터 100번까지 차례로 매수한 뒤 다시 100번부터 1번까지 거꾸로 매수한다. 이를 통해 평균 매수단가를 맞춘다. 따라서 고객이 손실을 입으면 220억원의 고유계정도 같은 비율로 손실을 입는다. 수수료 수입을 높이기 위해 고객의 자산을 위험종목에 투자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설립 이후 7년간 한번 돈을 맏겼던 고객이 다시 돈을 맏긴 재계약률이 82%에 달했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자문사는 안정적으로 운용하지만 성과보수를 받는 수익구조 때문에 일부 자문사는 수수료 수입을 높이기 위해 위험한 매매에 나서기도 한다"며 "하지만 우리(가치투자자문)는 잘못된 투자를 하면 회사가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돼 있어 이 같은 위험은 없다"고 말했다.

가치투자자문의 또 다른 차별화는 '워터마크 규정(Watermark provision)'이다. 일정 수준의 수익률이 났을 경우 성과보수를 부과한 뒤 이후 손실이 발생하면 기간에 상관없이 원금이 회복될 때까지 추가적인 성과보수를 받지 않는다. 5% 이상 수익이 나지 않으면 성과수수료가 아예 없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도 일부 헤지펀드를 제외하고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통상적으로 자문 계약이 연간 단위로 갱신되는 데 손실이 발생한 다음 해 고객 자산의 실질적인 수익이 없는데도 그 해에 수익이 났다고 해서 수수료를 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가치투자자문은 지난해에도 코스피 상승률 49.7%를 웃도는 79.8%의 수익률을 냈다. 최저 위탁금액은 3억원. 이를 감안할 때 연초 3억원을 맡겼다면 기본수수료(1.5%)와 성과수수료(15%)를 제하고도 연말에 4억9443만원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었던 방법은 바로 장기투자와 가치투자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1800여개 주식 종목 중 3분의 2는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 대부분의 대형주는 이미 시장의 관심이 쏠려 있어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힘들고 너무 작은 주식은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략 300여개 종목을 정해 놓고 수시로 회사를 탐방하고 데이터를 업데이트 한다. 자산의 90% 이하로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고 생각하는 종목을 눈여겨 본다.

박 대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가격이 오르면 더 오를 것 같고, 떨어질 때는 더 떨어질 것 같은 게 일반적 심리"라며 "하지만 회사에 대한 충분한 분석이 바탕이 되면 시장에 흔들리지 않는 '뚝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치투자자문의 모델포트폴리오와 고객 계좌는 대략 35개 종목으로 분산 매수돼 있다. 3억원을 맡긴 고객이라면 종목당 평균 857만원씩 쪼개져 있다. 투자규모에 비해 종목수가 결코 적지 않다.

이 대표는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좋은 종목이라고 생각되면 조금이라도 편입시키고 오를 때까지 '길목지키기'를 한다"며 "결국 100% 수익률이라는 것도 1%의 수익이 쌓여서 이뤄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치투자자문이 올해 눈여겨 보고 있는 종목은 IT부품회사와 반도체.LCD장비 관련 회사다.

이 중에서도 우주일렉트로(주가,차트)닉스와 DMS(주가,차트)를 꼽는다. 우주일렉트로(주가,차트)닉스는 전방(주가,차트)산업인 LCD와 휴대폰(특히 스마트폰)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정밀커넥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납품처가 국내 대기업에서 해외업체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DMS(주가,차트)는 우수한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다양화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LCD 장비 생산 위주에서 최근에는 반도체 메인장비 및 태양광 장비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 키코 관련 잠재손실이 있지만 장기 성장성을 감안하면 과도하게 주가가 디스카운트돼 있다는 판단이다.

매일경제 [석남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