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5180원’ 절박한 싸움 불붙다

2010. 5. 20. 09:02이슈 뉴스스크랩

‘최저임금 5180원’ 절박한 싸움 불붙다
[한겨레신문] 2010년 05월 19일(수) 오후 07:33   가| 이메일| 프린트
[한겨레] 노동자 평균임금의 딱 절반이라도…
국제기준 견줘 ‘밑바닥’노동계 26% 인상 요구정당설문 등 선거쟁점화경영계는 “동결·삭감”
최저임금 1070원 인상을 위한 치열한 샅바싸움이 시작됐다. 내년치 최저임금 결정을 앞두고 노동계 등은 이 문제를 6·2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끌어들일 태세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단체들이 모인 ‘최저임금연대’는 올해 시간당 4110원인 최저임금을 내년에는 5180원으로 26% 올리자는 단일안을 지난 3월 내놓고 정부와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최저임금제가 처음 시행된 1988년 475원에서 시작해 그동안 꾸준히 최저임금이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저임금 노동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꾸려 나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적어도 노동자 월평균 급여의 절반은 돼야 최저임금으로서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내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제시한 5180원은 지난해 노동자 월평균 급여 216만6477원의 절반인 108만3239원을 주 44시간 노동(월 209시간) 기준으로 나눠 산정한 것이다.

최저임금을 이렇게 큰 폭으로 올려야 할 근거는 많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소득을 10분위로 나누었을 때 상위 10%와 하위 10%의 시간당 임금격차는 2001년 4.81배에서 2009년 8월 현재 5.25배로 벌어졌다. 소득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6월 최저임금위원회가 올해치 최저임금을 정할 때는 당시 국제적인 금융위기 등을 반영해 4000원에서 불과 2.75% 올리는 데 그쳤다. 이런 인상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99년치(2.7%)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것이다.

국제적인 기준과 견줘봐도 한국의 최저임금은 밑바닥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2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24%)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전체 임금근로자 가운데 중위임금(전체 노동자의 임금소득을 크기순으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소득 수준)의 3분의 2 이하를 받는 저임금노동자 비중은 27.6%로 가장 높았다. 이 비율이 가장 낮은 벨기에는 6.3%에 그쳤다.

최저임금연대는 각 정당에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를 다음주에 발표해 유권자들의 판단을 받게 할 계획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9일 서울 강남구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6개 시·도 29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저임금 실태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341명(11.5%)가량이 최저임금 이하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또 자신이 받는 급여가 최저임금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경우 어떻게 하겠느냐 질문에는 288명(19.4%)이 ‘그냥 참는다’고 응답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위반 의심 사업장 근무자가 전체 20%에 이른다”고 밝혔다.

반면 경영계는 내년치 최저임금을 동결하거나 되레 깎자고 주장한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경영계 쪽 한 위원은 “얼마 전 경영계 쪽 위원 9명이 모여 회의를 한 자리에서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나왔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6월 말까지 내년치 최저임금안을 결정해 노동부 장관에게 통고해야 한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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