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 써라"..기초생활수급자 성금

2010. 6. 7. 09:1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어려운 이웃에 써라"..기초생활수급자 성금

연합뉴스 | 입력 2010.06.06 11:29 | 수정 2010.06.06 14:04

김성공 할아버지, 폐품수집으로 모은 200만원 쾌척
(화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강원 화천군 산골마을에 사는 70대 기초생활수급자가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전 재산과 같은 200만원을 내놓아 화제다.

한쪽 다리를 절며 남루한 옷차림의 김성공(77.상서면 다목리) 할아버지가 화천군 상서면 사무소를 찾아온 것은 지난 4일 오후.

그는 손때 묻은 만원짜리 지폐 200장을 내놓으며 "이 돈을 나보다 더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 아무에게도 이 일을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뒤 다시 문을 나섰다.

그 돈은 당뇨 합병증으로 한쪽 다리가 절단된 김씨가 수 십년 동안 휴지와 고철을 주으며 모은 것으로 김 할아버지에게는 전 재산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슬하에 자녀가 2명 있었으나 모두 행방불명돼 하루 수입이 몇 천원밖에 안되는 폐품 수집을 하면서 산골에서 홀로 어렵게 살아오고 있었다.

김씨의 형편을 잘 아는 면사무소 직원은 "이 돈은 받은 것으로 할 테니까 생활하는데 쓰시라"고 만류했지만 김씨의 뜻이 워낙 강경해 접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사실 확인에 나선 군청 담당자에게도 처음에는 "그런 일 한 적 없다"고 딱 잡아떼다가 "사실 라디오에서 밥도 못먹고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리를 듣고 성금을 기탁하게 됐다"고 속뜻을 내비쳤다.

화천군 관계자는 "하루에 고작 몇 천원을 벌면서 컨테이너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연명하는 할아버지가 내놓은 전 재산은 물질만능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있다"며 훈훈한 감동을 전했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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