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 증가, 유통 환경도 변화

2010. 6. 13. 11:56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서울 두집 걸러 한집 무자녀..유통이 바뀐다

1인 가구 증가, 유통 환경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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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에 다니는 골드 미스 이 모씨는 주말이면 백화점에 들러 옷이나 구두를 쇼핑하곤 하지만 주로 찾는 곳은 지하 1층 식품 매장이다. 델리 매장에서 주말에 먹을 주먹밥과 샐러드, 데리야끼 치킨 등을 사고 슈퍼 코너에서는 스파게티 면과 소스, 발사믹 식초 등을 주로 구입한다. 깔끔하게 소포장돼 진열된 나물과 오징어채도 가끔씩 구입하는 품목들이다.

기러기 아빠 박 모씨는 인터넷 슈퍼 단골 고객이다. 일과 중 소포장된 채소와 고기, 생활용품을 구매한 뒤 저녁 9시 예약 배송을 신청한다. 가끔씩 주말을 이용해 마트에 갈 때도 주로 소포장 코너와 간편식 코너에 들러 쇼핑하는 편이다.

요즘 백화점들이 가장 공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곳은 다름 아닌 식품 코너 가운데서도 간단한 끼니 거리를 살 수 있는 델리 코너이다. 이곳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지기 때문.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델리 매장 매출이 전년 대비 30% 늘었고 현대백화점도 27%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새로 오픈한 센텀시티점과 영등포점을 제외한 동일 점포 델리 매출 신장률이 12.3%를 기록했다.

1인 가구 증가가 부동산시장에 '다운사이징' 바람을 몰고 오는 것처럼 유통업계에도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두드러졌던 대형 할인 마트 성장세가 주춤한 대신 인터넷 슈퍼나 동네 슈퍼(SSM) 등이 활기를 띠는 것도 이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지난해 338만 가구로 1995년 164만 가구에서 13년 만에 2배로 증가했다. 서울시가 서베이와 통계청 자료를 자체 분석한 결과도 1인 가구 증가 추세를 잘 보여준다. 현재 서울시 가구 중 1인 가구는 20.8%, 부부 2명만 사는 '부부 가구'는 11.9%. 1인 가구는 1980년 4.5%에서 30년 사이 4배 정도 늘었고 부부 가구 역시 1980년 5.5%에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30년에는 1인 가구 비율이 전체의 24.9%, 부부가구는 16.7%로 늘어나는 반면 2세대 가구는 36.2%, 3세대 이상 가구는 5.7%로 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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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대용량 물건을 싸게 파는 대형 할인 마트도 이런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소포장 코너와 간편식 코너, 인터넷 배송을 강화하는 등 변화를 시도중이다. 홈플러스는 두 달 전부터 전 점포에 육류 싱글팩 코너를 열어 최소 중량이 평균 250~600g이었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의 팩 상품을 30~50% 축소해 판매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싱글족이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설치했는데 반응이 매우 좋은 편"이라며 "싱글팩 전용 로고를 제작해 소용량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했고 육류 외에도 싱글팩 전용 상품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는 조리해 담아놓은 'HMR(간편가정식)' 매출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마트 측은 "간편 가정식 매출은 나홀로족, 맞벌이 부부의 증가에 따라 해마다 50% 이상 늘고 있는데 올해 상반기에도 61.1%나 증가했다"며 "현재 5%에 불과한 신선식품 내 매출 비중이 오는 2015년까지는 20%대로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등장한 지 20년이 넘은 편의점 성장세는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탄탄대로다. 한국편의점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수는 매년 꾸준하게 늘어 지난해 1만4310개까지 확대됐고 지난 5년간 매출액도 4조6092억원(2005년)에서 7조3046억원(2009년)으로 꾸준히 늘었다.
 
롯데경제연구소와 신세계유통연구소가 올해 전망한 소매 업태별 시장 전망(두 기관 평균)에 따르면 올해 소매시장이 190조6000억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백화점과 할인점 성장률은 각각 5.9%, 3.4%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편의점은 12.6%, 온라인쇼핑몰은 1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식품업계서도 '미니', '싱글' 시장은 이미 중요한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CJ제일제당은 인기 제품인 스팸과 두부의 미니 사이즈를 판매중이고 샘표간장은 6ml의 간장 198개를 소포장한 제품을 싱글족을 겨냥해 선보였다. 미니 김치를 판매중인 한성식품 관계자는 "최근 싱글족이 늘면서 소포장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고 밝혔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독신이 늘면서 조카나 친구에게 선물해 주려는 사람들이 비싼 가격에 거부감이 없어 유아용품 가격이 오르는 이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