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프리' 계약도 등장..공급과잉 우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서울지역 대형 오피스 시장이 빈 사무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강남권, 도심권, 여의도 등 서울 주요 오피스 밀집지역에는 공실이 늘어나고 임대료도 하락하는 추세다.
최근에는 임차인을 들이기 위해 1~2개월씩 임대료를 받지 않는 '렌트 프리(rent free)' 계약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오피스 공급물량이 많아 빌딩 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6개월째 빈 사무실'..연체도 늘어 =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오피스 빌딩이 늘어선 강남 테헤란로 일대는 최근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건물마다 빈 사무실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어렵고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6개월째 비어 있는 사무실도 적지 않다.
건물 외부에는 임차인을 구하기 위해 내건 '임대' 현수막이나 안내 광고판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사무실 수요가 감소한데다 강남일대 고급 빌딩에서 활동하던 텔레마케팅, 부동산 컨설팅 등도 자취를 감춘 까닭이다.
빌딩관리업체인 신영에셋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강남지역 오피스 빌딩 공실률은 5.2%로 지난해 4분기 4.9%에 비해 0.3%포인트 높아졌다.
강남 오피스 공실률이 5%대를 찍은 것은 1998~1999년에 닥친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신영에셋은 올해 2분기 공실은 1분기보다 0.1~0.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실이 많기에는 도심도 마찬가지다. 지난 1분기 도심지역 공실률은 3.7%로 최근 2년 새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서울 전체 평균 공실률은 지난 1분기에 4%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3분기 1.3%에 비해 2.7%포인트 높아졌다.
포시즌컨설팅 정성진 대표는 "테헤란로의 연면적 9천900㎡ 이상 빌딩의 실질 공실률은 10% 이상으로 1년 전보다도 상황이 더 악화됐다"며 "이들 건물의 최소 2개층은 6개월 이상 비어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빈 사무실이 늘면서 임대료도 하락세다.
도심의 P빌딩은 지난해 말 임대료가 3.3㎡당 7만5천원에서 최근 7만2천원으로 4% 하락했고, 강남 J빌딩은 3.3㎡당 8만원에서 7만5천원으로 6.25% 떨어졌다.
신영에셋이 조사한 지난 1분기 서울시내 오피스 빌딩의 평균 임대료(전세 환산가)는 3.3㎡당 546만7천원으로 전 분기 대비 0.9%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 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신영에셋 홍순만 이사는 "통계상의 임대료는 건물주가 받고 싶은 희망 가격이며 실제로는 임차인을 찾지 못해 이보다 5~10%가량 낮춰 임대를 놓는다"고 말했다.
공실이 장기화하면서 최근 강남 곳곳에는 1~2개월치 월세를 공제해주는 '렌트 프리' 계약도 등장했다.
정성진 대표는 "임차인을 찾는 게 시급하다 보니 한두 달치 임대료는 포기하는 것"이라며 "건물 이미지 때문에 대부분은 비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매매값도 약세..공급 과잉 우려 = 임대시장의 침체는 건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 대로변 상업지역의 상가 건물 시세는 지난해 말 3.3㎡당 1억원이던 것이 현재 8천500만원으로 하락했다.
오피스 빌딩 가격은 3.3㎡당 2천만원에서 1천700만~1천800만원으로 10~15%가량 하락했다.
문제는 공급이다. 서울의 경우 연내 을지로 센터원(16만8천여㎡), 동국제강 사옥인 을지로 '페럼타워'(5만5천여㎡), 동대문구 '스마트 플렉스'(8만5천여㎡) 등 대형 빌딩들이 줄줄이 입주한다.
수도권 전체적으로는 올해 178만5천여㎡에서 내년에는 188만4천여㎡, 2012년 307만4천여㎡로 공급물량이 급증한다.
또 뚝섬 현대차 사옥, 용산 국제업무지구, 여의도 파크원 및 IFC, 잠실 제2롯데월드, 상암동 랜드마크타워 등 대규모 빌딩 건설도 추진되고 있어 벌써 '공급과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신영 홍순만 이사는 "서울 뿐만 아니라 판교, 광교, 송도 등 수도권에 공급될 물량도 줄줄이 대기 중인데 수요를 채울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실이 늘면서 임대료 하락도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경제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급증하는 공급물량에 비해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여서 빌딩 시장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지역 대형 빌딩에 빈 사무실이 늘면서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다. 사진은 강남 테헤란로 일대에 설치된 사무실 임대 안내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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