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빠른 사람은 벌써 갈아탔다?…코픽스주택대출 잘나가네

2010. 6. 25. 14:28생활의 지혜

발 빠른 사람은 벌써 갈아탔다?…코픽스주택대출 잘나가네
[매일경제] 2010년 06월 25일(금) 오전 08:31   가| 이메일| 프린트

새로운 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 연동 주택담보대출 실적이 출시 4개월 만에 13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2일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8개 시중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실적은 18일 현재 13조5367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들은 2월부터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주택대출 대체 상품으로 판매해 왔다. 이후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실적은 신규 주택담보대출 판매액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기존 대출자 가운데도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탈 것을 고민하는 사례가 많다. 유효한 전략일까.

◆ 코픽스란
= 코픽스는 예ㆍ적금 금리 등 은행 자금조달 비용을 감안해 새로 산출한 기준금리다. 쉽게 말해 은행이 대출해주기 위해 자금을 조달할 때 적용받은 금리를 평균한 것이라 보면 된다. 은행은 이 금리에 이익 등을 위해 가산금리를 덧붙여 최종적으로 대출금리를 결정한다.

기존 대출 기준금리는 CD 금리였다. CD는 거래가 적고 금리 산정에 왜곡이 생길 수 있어 대출 기준금리로 부적합하다는 지적을 받아 왔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발한 지표가 코픽스다.

코픽스 연동 대출은 운영 방식에 따라 '신규 취급액 기준' 상품과 '잔액 기준' 상품 등 2가지로 나뉜다.

신규 취급액 기준 상품금리는 은행이 새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만 감안해 결정되고, 잔액 기준 상품금리는 은행 자금조달 비용을 누적한 후 평균해 결정된다. 금리 조정 주기는 3~12개월 사이다. 대출 수요자는 우선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할지, 잔액 기준으로 할지를 선택하고, 3~12개월 가운데 조정 주기를 선택하면 된다.

코픽스는 출범 당시 CD금리와 큰 차별성을 보이지 못했지만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최근 넉 달간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판매 실적이 전체 주택대출 판매액 중 86.2%를 차지했고, 기업은행은 69.4%를 기록했다.

◆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 3.64~5.04%로 싼 편
=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금리 매력 때문이다. 최근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연 3%대 중반으로 최근 넉 달간 0.80%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최근 국민은행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 6개월 변동형 대출이 3.64~5.04%로 3월 초 출시 이후 0.80%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CD 연동 주택대출 금리는 4.20~5.50%로 같은 기간 0.44%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과 CD연동 대출 금리차는 3월 초 0.20%포인트에서 최근 0.56%포인트로 대폭 확대됐다.

다른 은행 신규 취급액 기준 주택대출 금리는 우리은행 3.49~4.91%, 농협 3.52~5.0%, 외환은행 3.62~4.96%, 하나은행 3.90~5.40%, SC제일은행 4.19~4.89%, 신한은행 4.09~4.99% 등이다.

모두 CD연동 대출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코픽스 연동 대출 가운데서도 신규 취급액 기준 상품 금리가 잔액 기준 상품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서 새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누적 자금조달 평균 비용보다 낮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사람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을 선택하고 있다.

◆ 기존 대출 갈아타기 전 꼼꼼히 비교해 봐야

= 그렇다면 앞으로 이 같은 선택이 유효할까. 많은 전문가들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하반기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 영향을 받아 은행이 새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누적 자금조달 평균 비용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는 잔액 기준 코픽스 금리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또 시중금리 움직임이 즉각 반영되면서 변동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은 금리 하락기에는 이자 부담 축소가 실시간 반영되는 이점이 있지만 금리 상승기에는 거꾸로 이자 부담 증가가 즉각 반영되는 난점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앞으로 시중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면 변동성이 큰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보다 잔액 기준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CD금리 연동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은 앞으로 금리 변화 추이에 대해 신중히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CD금리도 영향을 받아 상승하는데 오름폭이 코픽스보다 클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현재 벌어진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와 격차가 금리 상승기에는 더 벌어질 수 있다. 이때 당연히 갈아타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교 기간이 짧다는 점에서 현재 어떤 전망을 하는 것은 섣부르다. 예상과는 반대로 코픽스 금리가 CD금리보다 큰 움직임을 보이며 금리 상승기 금리 격차가 좁혀지거나 역전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다만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내놓은 것이라 코픽스 연동 대출금리가 CD연동 대출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도록 정부가 은행권 가산금리 설정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은 얼마 없다. 8월까지만 교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섣부른 결정을 해서는 안 되며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로 돌아선 지는 이미 오래됐다"며 "오는 8월까지는 별도 수수료를 내지 않고 기존 CD 연동 주택대출을 코픽스 연동 주택대출로 갈아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유연 기자 /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