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차 구조조정에 하도급업체 ‘공포’

2010. 6. 25. 16:29건축 정보 자료실

건설사 2차 구조조정에 하도급업체 ‘공포’
[파이낸셜뉴스] 2010년 06월 25일(금) 오후 03:31   가| 이메일| 프린트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가 가려지면서 앞으로 건설업계에 미칠 후폭풍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 기업개선작업 대상업체로 분류된 ‘C등급’ 건설사는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한다. 퇴출대상인 ‘D등급’ 건설사는 법정관리나 청산돼 자칫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특히 일반건설사인 원도급업체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업체당 수십∼수백개의 하도급 및 자재 업체들은 당장 자금줄이 막히면서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번 2차 구조조정은 무분별한 주택사업 진출과 묻지마식 최저가공사 수주 등을 지양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숙제를 던져줬다고 평가했다.

■구조조정 시장 혼란만 가중시켜

25일 금융권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의 2차 구조조정은 부실건설사 구조조정·퇴출이라는 순기능보다는 시장 혼란만 부추키는 역기능이 더욱 컸다는 지적이다. 지난 4월부터 건설사 2차 구조조정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면서 금융·증권가에 쏟아져 나온 숱한 살생부 루머로 건설업계 전체가 일손을 놓은 채 사실상 패닉상태에 몰렸다.

이니셜로 된 살생부가 떠돌때마다 해당업체로 의심받는 건설사는 사실상 회사 업무가 마비됐고, 주식투자자나 아파트 계약자 등의 문의전화도 빗발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었다. 멀쩡한 건설사도 살생부에 이름이 한번 오르면 부실건설사로 낙인 찍혀 외부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이른바 살생부에 이름이 올라 큰 곤욕을 치른 A사 관계자는 “금융·증권가에 떠도는 일명 ‘찌라시’에 이름이 오르면 아무리 해명을 해도 믿으려 들지 않는다”면서 “이 때문에 한때 주가가 폭락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토로했다. 이 회사는 찌라시 출처와 관련해 현재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금감원과 은행들의 일처리에 대한 불만도 많다. 신용평가를 통한 구조조정은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이 치명적이기 때문에 아주 은밀하면서도 신속하게 진행돼야 함에도 3개월 이상 끌어 오히려 건설사 경영에 큰 부담을 줬다는 비판이다.

중견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구조조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올해 상반기에는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면서 “하루빨리 건설업계가 안정을 되찾아 건설사들이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하도급·자재업체 부도 도미노 우려

당장 하도급업체와 자재업체가 문제다. 공사대금이나 자재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원도급업체가 구조조정 또는 퇴출된다면 자금수급이 원할하지 않아 유동성에 큰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하도급업체는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현재 구조조정대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9개사가 구조조정될 경우 9개사에 관련된 하도급업체는 3213개사이며, 총 9396억3400만원의 피해를 입게 된다. 이는 원도급업체 1개사 당 381개 협력업체가 1115억700만원 규모의 피해를 입게 된다는 분석이다.

대한건설협회도 “상위 300개 업체의 주택시장 점유율이 88.6%에 이르고 이들 업체의 종업원과 협력업체 및 자재업체 직원 등 직·간접 고용효과가 160만명에 달해 구조조정에 따르는 생계위협 등 파급효과가 크다”고 우려했다.

자재 및 장비업체도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철근, 시멘트 등 자재업체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자재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받더라도 장기어음으로 명동사채시장에서 할인도 안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책’마련, 업계 ‘포트폴리오’ 재편 절실

이미 주사위가 던져진 만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우선 하도급·자재업체의 부도 피해를 막기 위해 공사대금이 원활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게 급선무다.

워크아웃이 진행중인 A사 관계자는 “워크아웃으로 결정이 되면 일단 워크아웃 약정(MOU)을 맺기 전까지는 자금 융통이 힘든 만큼 신속한 신규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금융권에서 최대한 실사기간을 단축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D등급 건설사 하도급·자재업체 보호를 위해서도 법정관리의 경우 가능한 한 신속히 마무리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도 주택 등 한쪽으로만 치중됐던 사업영역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어야 한다. 대형건설사들은 토목과 주택건설을 비롯한 건축사업, 해외사업 등의 사업비중이 적절하게 분배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최근에는 원자력발전소 등 저탄소·친환경 분야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1,2차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된 건설사들의 공통점은 주택사업 비중이 높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더욱 더 변수가 많아지는 건설환경에서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