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 마음 사로잡은 포스코 '철의 감성경영'

2010. 7. 14. 09:28C.E.O 경영 자료

인도인 마음 사로잡은 포스코 '철의 감성경영'
[창간 56주년 기획- 월드 리포트]
9. 12억 인도 시장에서 미래를 그린다
강판 생산 점유율 쑥쑥… 복지 챙기자 이직률 뚝

양정대기자
 
6월 초 인도 제2의 도시 뭄바이에서 차를 타고 남동쪽으로 2시간 가량 이동하자, 사야하드리 구릉지가 나왔다. 여기서부터는 1시간 넘게 줄곧 오르막길이다.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천혜의 경관을 감상하는 동안 어느 새 공업도시이자 교육도시인 푸네의 탈레가온공단에 도착했다.

저 너머에 파란색 지붕을 얹은 공장이 보인다. 포스코가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차원에서 해외에 설립한 42개 가공센터 중 하나인 포스코-IPPC다.

2006년 12월 가동을 시작한 포스코-IPPC 공장은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을 현지 기업의 요구에 맞게 가공해 공급하는 곳으로 성장 잠재력이 큰 인도의 자동차 및 전력인프라 시장을 겨냥한 전략적 거점이다.

자동차강판의 경우 델리ㆍ첸나이 등지에 설립된 가공센터와 연계하며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공장 설립 직후부터 인도 현지 자동차업체인 타타를 주고객으로 확보했고, 최근에는 같은 공단에 자리잡은 GM공장이 생산하는 모든 차종의 강판을 공급하고 있다.

 

변압기에 사용되는 전기강판은 시장 선점용이다. 인도 정부가 몇 년 전부터 발전소에서 공급된 전기의 효율이 가정에서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감안한 것. 이미 전체 시장의 30%를 장악했을 만큼 절반의 성공은 이뤘다. 2012년까지의 목표는 점유율 50% 달성이라고 한다.

포스코-IPPC는 1공장 가동 27개월만인 지난해 3월 2공장을 준공했다.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공장 가동 이듬해인 2007년부터 매년 수 백만달러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현재는 총 5만4,000㎡ 부지에서 연간 25만톤 생산 체제를 갖췄다. 방길호 법인장은 "업체들이 원하는 스펙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들이 원하는 대로 가공해 공급하려는 노력의 결실이자 인도 전력인프라의 시장성을 내다보고 선제적으로 투자한 전략의 승리였다"고 말했다.

안전모를 쓰고 공장을 둘러봤다.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을 찍어내는 프레스의 소음이 들리지 않았다면 이 곳이 공장이라는 사실조차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깔끔하다.

인도인 직원 하산드라(34)씨는 "공장 전체가 휴게실 같은 느낌"이라며 웃었다. 그러고 보니 정문 안쪽에는 자그마한 관상용 폭포가 대나무와 어우러져 있고, 공장 주변의 조경도 예사롭지 않다. 식당 바깥에는 쉼터로 활용되는 정자도 있다. 허종열 부장은 "인도인 직원들이 삶의 터전을 삼고 있는 곳인 만큼 항상 포근함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포스코-IPPC가 인도 현지에서 단시간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인도인의 마음을 얻으려는 노력 덕분이었다. 실제로 탈레가온공단의 경우 최근 2년 새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임금 때문에 현지 근로자들의 이직이 잦은 편이지만 포스코-IPPC만큼은 예외라고 한다.

직원들 개개인의 근로 조건이 가장 좋은 편에 속하기도 하지만, 회사 차원에서 직원 가족의 생일까지 일일이 챙길 정도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IPPC가 에이즈에 감염된 보육원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인도 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인 에이즈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 노력을 펼침으로써 현지인들과 더 큰 유대관계를 맺고자 하는 것이다.

방 법인장은 "인도 젊은이들의 최대 목표는 자동차 구매이고 인도에서 가장 잦은 범죄는 전기를 훔치는 것"이라며 "우리가 인도인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매출은 자연히 쑥쑥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