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딸이 취직돼야 비로소 경기 회복"

2010. 7. 15. 09:17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조선일보 사설 입력 : 2010.07.14 23:30 / 수정 : 2010.07.14 23:34

 

6월 취업자 수가 작년 6월보다 31만3000명 늘었다. 희망근로사업의 규모 축소로 공공행정 부문 취업자가 14만1000명 줄어들었지만, 민간 부문 취업자가 45만4000명 늘어나며 전체 취업자 증가를 이끌었다. 정부 재정을 쏟아부어 아르바이트나 인턴 일자리를 만들어내던 상황에서 벗어나 민간 기업이 고용 회복을 주도하고 있다.

제조업 취업자가 2000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4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세를 나타냈다. 임금 근로자 중에는 상용 근로자가 75만명 늘었고, 임시직·일용직 근로자는 29만5000명 줄어드는 등 고용의 질(質)도 나아지고 있다.

그러나 15~29세 청년층은 경기회복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8.3%로 고용 시장이 얼어붙어 있던 작년 6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5월과 비교하면 한달 만에 실업률이 1.9%포인트나 뛰어올랐다. 고용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지만 100만명이 넘는 청년 백수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릴 뿐이다.

청년 실업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경기 전망에 대한 확신이 없어 상당기간 직무교육을 시켜야 하는 신입사원 채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사회에 첫발을 디딜 때 직무 훈련을 받지 못하면 전문성과 노하우를 키울 기회를 놓치고, 장래 한 가정을 꾸리는 데도 큰 장애가 된다. 2005년 대학 졸업생 50여만명의 취업상태를 추적 조사한 결과도 졸업 3년6개월 후까지 직장을 얻지 못하는 비율이 21%에 달했다. 졸업 직후에 한번 직장을 잡지 못하면 백수 상태가 장기화해버리는 경향이 뚜렷하다. 국가적으로도 큰 낭비가 아닐 수 없으므로 기업 쪽에서 신입사원 채용에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젊은이들도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 청년층의 경우 6월 중 취업자보다 실업자가 더 늘어난 반면 30대·40대·50대·60대 이상은 모두 취업자가 더 늘었다. 다른 연령대에 비해 청년층이 구직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중소기업에서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건만 젊은이들은 번듯한 대기업 직장만을 바라보며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있다.

정부 역시 젊은이를 고용하는 중소기업에는 세금감면 혜택을 파격적으로 늘려주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웃집 가장(家長)이 직장을 잃는 건 경기후퇴일 뿐이고 내가 직장을 잃어야 불황을 실감한다지 않는가. 어느 부모가 일거리를 찾지 못해 집안에서 빈둥거리는 아들·딸을 바라보며 경기가 회복됐다는 정부 말을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