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상환 없으니 빚내서 집사라...

2010. 8. 31. 09:29부동산 정보 자료실

"부채상한 없으니 빚내서 집사라” … DTI 무력화돼 가계빚 빗장 풀려
2010-08-30 오전 11:59:15 게재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8·29부동산 대책’을 내놓아 가계빚을 더 빠르게 늘리는 부작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값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를 것이란 예상으로 주택구입을 미루고 있는 국민들에게 ‘빚을 내 집을 사라’는 신호를 보내는 측면이 강해서다.

우리나라 가계 빚은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률이나 가계소득증가율보다 빠르게 늘어왔고, 주택담보대출이 큰 역할을 했다. 2008년 4분기 성장률은 -3.3%(전년동기대비)였지만 주택담보대출은 7.5% 늘었고 성장률이 -4.3%, -2.2%였던 작년 1·2분기에도 7.3%와 9.1%의 증가율을 보였다. ▶관련기사 8,13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올 1분기 4.6%로 떨어진 것을 제외하고는 7%~9%대 초반을 유지했다. 이에 따라 은행 저축은행 등 1·2금융권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 1분기 58.6%에서 올 1분기엔 사상 처음으로 60%를 돌파했다. 은행만 놓고 보면, 이 비중은 2008년 2분기부터 연속 8분기 동안 늘어 올 2분기엔 65.2%로 부쩍 높아졌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의 60~70%는 상환능력이 있는 고소득자의 대출”이라며 “이번 대책이 가계부채를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대책의 주요 타깃층이 ‘서민층’이란 점에서 위험이 내재돼 있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렵다. 가계대출을 낸 가계 중 하위소득층인 1분위와 2분위의 비중은 30% 안팎이다. 1분위층은 연 평균소득 1750만원에 평균 2070만원, 2분위층은 소득 2300만원에 2160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어 부채가 소득의 1.5배, 1.2배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 빚이 전 소득계층으로 확산돼 가계부실을 안게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가계대출이 늘어난 뒤 집값 급락이 올 경우, 금융기관들은 LTV 한도가 넉넉해 부실을 제어할 수 있지만 가계의 경우는 다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LTV는 채무자의 소득능력과 상관없이 집값의 일정 범위에서 대출을 해주는 것”이라며 “집값이 하락하면 금융기관은 망하지 않아도 가계파산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방식의 대출”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현재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53%로 지난 4월부터 넉달 연속 상승하면서 작년 5월 말(0.5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정부 대책이 발표되기 이틀 전인 27일 금융연구원은 “향후 금리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DTI 규제를 완화하면 저소득층의 살림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