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9. 17. 09:32ㆍ지구촌 소식
이념 집착않고 적대세력까지 포용 ‘화합 대통령’ | |
빈곤율 43% 감소 등 커다란 경제 성과 복지 적극 시행하며 산업 지원도 확대 수수한 이미지·품성 등 서민적 매력 커 | |
이본영 기자 | |
[남미 독립 200년 새로운 리더십을 찾아서] 룰라 ‘성공비결’
올해는 1810년 베네수엘라·아르헨티나·콜롬비아 등 남미 여러 나라가 스페인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한 지 20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2세기 동안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지향해온 남미는, 특히 지난 10년간 좌파 지도자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각 나라의 성과는 서로 다른 리더십 아래서 평가가 엇갈린다. 남미 독립 200주년을 계기로 브라질,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칠레 4개 나라의 ‘제2독립’을 향한 변화와 현실을 현지 취재를 통해 6회에 걸쳐 짚어본다.
남미 역사상 가장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내공’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1970년대 말 파업투쟁으로 그를 전국적 인물로 키운 상파울루시 인근 상베르나르두를 지난 2일 찾아갔다. 오늘날 룰라 대통령을 만든 역정이 시작된 곳이다. 룰라 대통령은 이곳 금속노조 지도자에서 정당 지도자로, 대통령으로 성장해갔다.
올해 78살인 폴크스바겐 공장 퇴직자 줄리우 마리아누는 룰라 대통령과 함께 한 날들을 어제처럼 기억한다. 금속노조 건물 뒤 선술집에서 룰라 대통령과 자주 술잔을 기울였다는 그는 “룰라는 교육은 못 받았어도 머리 회전이 빠르고 커뮤니케이션을 잘했다”고 말했다. 룰라 대통령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배운 것은 적어도 머리가 좋고, 달변이었다’는 말을 빠뜨리지 않는다. 10대 소녀 때 룰라 대통령과 파업 선동활동을 한 브랑카 파리야스는 “그는 한번 본 사람은 반드시 기억하고 다시 만나면 꼭 이름을 불렀다”며 “말을 참 잘해, 파업 현장에서 인기가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물러나는 대통령의 전례없는 인기의 배경에 수수한 이미지와 품성도 한몫했다고 입을 모았다. 파리야스는 “룰라는 대통령이 된 뒤 금속노조를 여러 번 찾아오고, 옛 친구들과 연락하며 뿌리를 잊지 않았다”며 “출신 기반을 잊지 않고 우리를 위해 일한 게 큰 지지를 받는 이유 같다”고 말했다.
브라질 국민 일반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정규교육은 4년밖에 받지 못한 채 구두닦이를 하고, 공장 프레스에 손가락이 잘리고, 첫번째 아내가 결핵에 걸렸으나 치료받지 못하고 숨진 일 등은 성공 신화를 더 빛나게 하는 소재로 쓰였다. 상파울루대 학생 캐서린 언글루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북동부 출신이 대통령이 돼 서민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줬다”며 “말하는 방식과 행동 등 서민적 매력이 모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빈곤율을 절반 가까이 떨어뜨린 룰라 대통령의 실적은 이런 평판과 겹쳐져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굳혔다. 2003년 1월 첫 각료회의에서 “(첫번째) 임기 말에는 모든 브라질인이 하루 세끼를 먹게 만들겠다”고 공언한 룰라 대통령은 곧 ‘기아 제로’ 프로그램에 쓸 돈도 모자라다며 전투기 12대의 구매를 유보했다. 서민을 확실히 챙기겠다는 제스처였다. |
'지구촌 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월 국경절 연휴에 중국인 2억 1,000만 명 여행" (0) | 2010.09.27 |
---|---|
‘우주탄생’ 비밀의 문 열리나 (0) | 2010.09.26 |
포스텍, 세계대학 28위...카이스트 79위, 서울대 109위 (0) | 2010.09.17 |
페루는 어떻게 '새똥 산업'의 강자가 되었나 (0) | 2010.09.04 |
특허괴물, 스마트 제품으로 눈돌려 (0) | 2010.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