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정치·경제 중심축 자리매김

2010. 10. 11. 17:33C.E.O 경영 자료

[선진국으로 가는 문을 열다] (1부) ① G20,정치·경제 중심축 자리매김

파이낸셜뉴스 | 김규성 | 입력 2010.10.10 17:04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단군 이래 최대 외교행사라는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 중국, 프랑스, 영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서울에 모여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방향을 정하는 각종 협의안을 도출하게 된다. 정상회의와 별도로 글로벌 최고경영자(CEO) 100여명이 서울에 집결하는 서울 G20 비즈니스서밋도 예정돼 있다. 이에 본지는 '서울 G20, 선진국으로의 문을 열다'라는 주제로 시리즈를 기획, 게재한다.

내달 11일 전세계의 이목은 대한민국 서울에 집중된다.

이명박 한국 대통령을 비롯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국가 주석,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등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G20정상회의가 개막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주요 국제금융기구 수장들도 회의 멤버로 서울을 찾는다.

인구를 합치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에 달하고 국내총생산(GDP)을 합친 것은 전 세계의 85%에 육박한다. 글로벌 교역량의 80%가 G20에서 나온다. 세계 정치와 경제를 좌우할 힘이 서울로 몰리면서 세계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G8에서 G20로…'권력 이동'

G20은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면서 국민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상 글로벌 차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G20정상회의의 모태는 지난 1999년 12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계기로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만으로 세계 경제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는 한계를 느껴 한국,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국을 대거 참여 시켜 G20를 구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촉발되기 전까지는 국제 금융 현안과 선진국-신흥시장국 간의 협력체제 구축 등을 주로 논의했고 각국 정상이 모인 자리가 아닌 까닭에 무게감도 떨어졌고 구속력 있는 결정을 내린 경우도 없었다.

하지만 2008년 9월 미국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G7에다 러시아를 합친 주요 8개국(G8)만으로는 글로벌 위기의 해법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G20 정상들이 참석한 회의가 2008년 11월 개최됐다. 미국·일본·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 등 G7 국가를 비롯해 1990년대 이후 경제 강국으로 부상한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국가들이 참가했다.

여기에 아시아 신흥국인 한국·인도네시아와 북중미의 멕시코, 남미의 아르헨티나, 아프리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대륙별로 포함됐다. 또 중동의 석유 강국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호주·터키도 자리를 배정받았으며 유럽연합(EU) 의장국도 EU 대표 자격으로 G20에 참여했다. 19개국에다 EU의장국이 G20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어 지난해 4월 영국 런던회의, 9월 미국 피츠버그, 올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회의가 개최됐다.

G20이 G8(G7+러시아)을 제치고 세계 정치, 경제의 중심축으로 부상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주요 선진국인 G7국가들의 경제위기 때문이다.

미국은 금융위기의 진원지로 경제적 영향력을 상당 부분 상실했고 유럽 각국도 국가재정 건전성 문제 등으로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 또한 '잃어버린 10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이를 헤쳐 나갈 힘이 없었던 셈이다.

실제 지난 2008년 첫 G20정상회의는 재정지출 확대, 금리인하, 보호무역주의 배격 등 각종 국제적 공조를 즉각적으로 합의한 후 실행한 회의로 기록됐다.

■신흥시장국, G20주도권 잡나

일부에서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해소되고 경기가 회복 국면에 완연하게 들어서면 G20보다 기존의 G8체제에 무게 중심이 실릴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는 지난 6월 토론토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개최 후 "현 시점에서 모든 정상들은 G8이 매우 긴요한 협의체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는 확고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G8이 G20에 비해 덩치가 작고 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을 대표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신흥시장국들이 참여하는 G20보다 공감대 형성이 더 쉬울 것이라는 견해다.

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G8+1(중국)'회의를 제안했다. 정치, 경제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감안한 조치다.

반면 G20 내 신흥국의 영향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최근 한국을 찾은 폴 마틴 전 캐나다 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G8에는 세계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인도, 브라질, 한국 등이 포함되지 않아 '조정자' 역할을 하기 힘들다"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볼 수 있듯 기후변화, 에너지 등 국가 간의 상호 의존성이 큰 주요 이슈에 대한 조율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G20은 바람직한 역할을 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경제가 처해 있는 현재의 상황이 G20 내 신흥시장국들의 위상 강화를 부추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서울 G20정상회의 주요 의제들은 신흥시장국과 선진국간의 합의가 필수불가결한 것들이다. IMF 쿼터 및 지배구조 개혁,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개발의제 등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서도 선진국은 신흥시장국의 협조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게 환율문제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G20 의제 중에 글로벌 불균형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다"면서 "글로벌 불균형은 국제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에 균형을 맞추는 문제가 논의되는데 이들 국가 간의 환율 공방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G20의 틀 안에서 중국 등과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신흥시장국들의 경제력 비중도 G20 내에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현실적 요인도 있다.

IMF의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G20 내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던 G8 국가의 경제적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한 비(非) G8 국가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G20 국가(EU 의장국 제외) 중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이탈리아, 러시아 등 G8 국가의 GDP 합계는 32조2205억달러로 전체 G20 국가의 72.0%를 차지했다. 10년 전인 1999년 82.3%(20조8896억달러)에 비해 비중이 10.3%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비 G8 국가의 GDP 비중은 1999년 17.7%(4조4878억달러)에서 지난해 28.0%(12조5453억달러)로 올라갔다. 10년 전보다 GDP 규모가 2.8배 수준으로 커지고 비중도 10.3%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지역별로는 G8에 소속되지 않은 아시아 국가인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들 4개 국가가 전체 G20 국가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0.0%(2조5502억달러)에서 19.0%(8조5018억달러)로 2배 가까이 높아졌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사진설명=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지난 4월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G20 모의 정상회의에서 외국인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