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9천 전셋값이 졸지에 12억으로 "이럴수가"

2010. 12. 9. 09:22부동산 정보 자료실

4억9천 전셋값이 졸지에 12억으로 "이럴수가"
[매일경제] 2010년 12월 08일(수) 오후 04:23   가| 이메일| 프린트
#1.2008년 1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165㎡(공급면적)에 전세로 입주한 김모씨(43)는 요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4억 9000만원에 전세를 구했던 김씨는 12월 중순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이 12억원으로 올려달라고 하는 바람에 이사갈 집을 알아보고 있다.

김씨는 "2년만에 전세금이 더블 이상 뛰었는데 무슨 수로 올려주겠냐"며 "상승분 만큼 월세로 전환해서 눌러사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가 인근지역으로 이사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금 3억 올려주던지, 월세 150만원 더 내라는데 어떻게 버티나"
#2.2009년 1월 같은단지 116㎡ 전세를 3억3000만원가량에 구했던 이 모씨는 전세계약 만료까지 시간이 좀 남아있던 지난달 벌써 인근 잠원동 한신4차 아파트에 새 전세집을 구했다. 이 씨가 살고 있는 반포자이 아파트 전세금이 6억5000만원을 호가해 3억2000만원을 올려줘야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1000만~2000만원도 아니고 갑자기 3억원을 어디서 구하겠느나"며 "새 아파트에서 살다가 낡은 아파트로 옮기려니 아쉽기는 하지만 이 가격에 전세집을 구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요즘 반포·잠실 일대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세입자들은 오른 보증금 차액을 월세로 전환하거나 가격이 저렴한 저층, 도로변으로 옮기고 있다. 일부는 재계약을 포기하고 주변 다른 아파트나 외곽지역으로 옮겨가기도 한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세입자들은 반포·잠원·방배동, 신천·방이동 등 인근 아파트로 옮기는 경우가 많지만 일부는 안양이나 용인, 일산 식사지구까지 이동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실 파크리오 아파트에 사는 김모씨는 109㎡에서 84㎡로 이사하기로 했다. 김씨는 "다른 단지로 이사할까도 생각했지만 아파트 주민들과의 커뮤니티를 떠나기 싫어하는 아내와 단지내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전세금 상승분을 월세로 지급하는 '반전세'도 늘었다.

엘스 109㎡는 현재 보증금 2억원에 월세 100만원 선이다. 2년전 전세금에 다달이 100만원은 더 내야하는 셈이다. 84㎡도 보증금 2억원에 월세 90만원으로 109㎡와 큰 차이가 나진 않는다.

엘스 단지내상가 골드공인 관계자는 "더 올려줄 전세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들과 전세금도 빚이라고 생각하는 집주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반전세 계약이 전체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점점 일반화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종현 킴스공인 대표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3억원 가량 더 받아도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어 금리보다 높은 연 6~7%선의 월세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다른 지역보다는 자금 여력이 있는 세입자가 많지만 50%이상은 재계약하지 않고 옮겨간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 김제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