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 4. 09:14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하루 9000원 벌어 절반은 이웃 돕기
중앙일보 | 최모란 | 입력 2011.01.04 00:32 | 수정 2011.01.04 00:33
[중앙일보 최모란]
이상일씨는 매일 재활용품을 수거해 버는 돈의 절반을 플라스틱 우유병에 모아 12년째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고 있다.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 제공]
2일 오전 4시30분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한 주택가. '덜커덩 덜커덩' 어둑어둑한 골목길에 이상일(64)씨의 손수레 소리가 울려퍼졌다. 하얀 입김을 뿜으며 골목을 누비던 그는 길 한 쪽에 있는 종이 박스 더미와 빈병 등을 수레에 싣기 시작했다. 폐지와 재활용품이 수북이 쌓였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주변을 샅샅이 살핀다. 이씨는 "폐지 하나라도 더 모아서 빨리 우유병을 채워야한다."라고 말했다. 이씨의 보물 1호는 안방 TV 옆에 놓인 1L짜리 플라스틱 우유병이다. 그런데 그 안에는 우유가 없다. 대신 동전이 가득 담겼다. 우유병 겉에는 '나눔에는 남과 너, 빈부귀천이 따로 없다'는 글귀도 쓰여 있다. "닳겠다."라는 부인 정주연(61)씨의 핀잔에도 그는 하루에도 몇 번씩 주머니에 있는 돈을 우유병에 넣고 미소 짓는다.
이씨가 오전 4시부터 오후 8시까지 16시간 동안 재활용품을 주워서 버는 돈은 하루 8000~9000원. 이 수입금의 절반을 그는 우유병에 저금한다. 기부 예정일은 따로 없다. 돈이 병마개 언저리까지 차는 날이 기부일이다. 지난달 24일에도 24만8800원을 전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이렇게 1년에 4~5차례 우유병에 담긴 돈을 기부한 게 벌써 12년째다. 지금까지 그가 공동모금회에 기부한 금액만 해도 2000여 만원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공동모금회 직원들은 그를 '우유병 할아버지'라고 부른다.
이뿐이 아니다. 이씨는 30년째 전국재해구호협회, 어린이재단 등 전국 20여 개 사회복지 기관에도 매달 정기적으로 기부를 한다. 지금까지 기부한 돈만 1억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래도 이씨는 오히려 "기부금이 적어 부끄럽다"고 했다. 그가 기부를 시작한 이유는 어머니 때문이다. 넉넉지 못한 집안 살림에도 구걸하는 걸인들에게 자신이 먹을 밥까지 나눠주는 어머니를 보며 이씨는 '나도 남에게 베풀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최모란 기자 < moranjoongang.co.kr >
▶기자 블로그 http://blog.joinsmsn.com/center/v2010/power_reporter.asp
'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걱정 대신해 주는 `걱정 인형`… (0) | 2011.01.04 |
---|---|
대통령 연봉 1억7900만원, 장관은 1억원 (0) | 2011.01.04 |
‘mVoIP’의 습격… 통신사 숨통 죈다 (0) | 2011.01.04 |
대출 선수금 요구 먹튀 기승 (0) | 2011.01.03 |
총성없는 ‘희토류 전쟁’.. 수입다변화에 미래 달렸다 (0) | 2011.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