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정출산' 원천 봉쇄 움직임

2011. 1. 5. 18:40지구촌 소식

미국, '원정출산' 원천 봉쇄 움직임

세계일보 | 입력 2011.01.05 15:33 | 수정 2011.01.05 17:11

 

[세계일보]미국에서 이른바 '원정 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적으로 부여되는 시민권을 박탈하려는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주의회 의원들은 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수정헌법 14조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애리조나와 조지아 등 5∼6개주 주의원 40여명으로 구성된 '합법적인 이민을 지지하는 의원 모임'은 불법이민자 자녀에게 시민권을 무조건 부여토록 한 수정헌법 14조의 '속지주의'는 해석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데럴 멧칼프 펜실베이니아 주 하원의원은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는 불법체류자들이 납세자들의 세금을 고갈시키는 것을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1868년 수정된 미 헌법은 14조에서 '미국에서 출생한 모든 아이에게 미국 시민권을 부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애초 남북전쟁 이후 해방된 노예에게 시민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였으나 '원정 출산' 등으로 악용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퓨히스패닉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앵커 베이비'(불법 체류자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기를 지칭하는 말로 전 가족이 시민권을 위한 발판 역할을 한다는 뜻)는 34만명 정도다.

이들은 국적 속지주의(屬地王義)에 대한 위헌 소송 제기를 비롯해 출생신고서에서 불법 이민자와 합법 이민자 자녀를 구별하는 방안 등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들은 또 각 주정부가 불법 이민자 및 그 자녀들에 대해 각종 복지 혜택과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입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위헌 소송은 기각될 게 확실시되지만 지난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다음 회기에서 반(反)이민법을 밀어붙일 가능성은 크다고 보고 있다.

공화당에서도 강경으로 분류되는 던컨 헌터(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은 지난해 4월 불법이민자 자녀는 건강보험 혜택 제한은 물론 그 부모와 함께 추방돼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헌터 의원은 최근 보수 모임인 '티파티' 유세장에서 "사실 우리가 야박한 게 아니다. 진정한 미국인이 되기 위해선 국경을 몰래 넘어오는 것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